시승기

[시승기] 주행 감각이 돋보이는 SUV..닛산 무라노 하이브리드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3.27 16:58

수정 : 2018.03.27 16:58

중형 SUV 세그먼트는 ‘가족’ 이라는 키워드와 잘 맞아 떨어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무라노를 시승하고 난 뒤엔 더 그렇게 느껴졌다.

‘달리는 스위트룸’이라는 별명을 가진 만큼, 한없이 나긋나긋하고 정숙한 느낌이 강할 것 같았던 생각도 편견이었다.

여러모로 반전의 묘미가 가득했던 닛산 무라노 하이브리드를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가평을 왕복하는 약 20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 닛산, 그 자체의 디자인

무라노의 디자인은 역동적인데다 다소 복잡한 선들이 얽혀있어 입체적인 느낌이다.

크롬 형상으로 처리된 V모션 그릴은 이 차가 닛산 차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게 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다. 여기에 그릴 안쪽으로 점차 파고드는 반복된 V 형상은 입체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알티마, 맥시마 등에서 보여진 독특한 형태의 헤드램프와, 여기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펜더에서 크게 요동치며 차체 후면부까지 이어진다. 역동성을 강조한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단정한 느낌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일 수 있지만, 측면 유리창은 C필러를 돌아 테일게이트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제법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후면부는 닛산의 소형 SUV '쥬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개성있다. 범퍼의 볼륨을 따라 자리잡은 테일게이트, 번호판 등의 형상은 여느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연상케 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은 SUV 특유의 강건함과 단단한 인상들을 배가시키거니와, 닛산 특유의 역동성은 다양한 곡선 라인들로 표현돼 SUV에선 보기 드문 다이내믹한 느낌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도어를 열면 베이지 톤의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반긴다. 밝은 톤의 인테리어 구성이어서 그런지 유독 고급스러운 느낌도 강하다.

내장재의 마감 처리와 조림 품질은 제법 꼼꼼하고 만족스럽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준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대중 브랜드로서 닛산의 조립 품질은 제법 괜찮은 편.

센터페시아에 V 형상으로 처리된 금속 몰딩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이는 내장과 외장의 방향성을 비슷하게 통일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시트의 착좌감은 만족스럽다. ‘저중력 시트’로 명명된 닛산의 시트는 ‘인간은 무중력 상태에서 가장 안락하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결과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된 시트로, 운전자의 체중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안락함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편의사양은 ‘달리는 스위트룸’이라는 별명에 걸맞다. 11개의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자리했으며, 은은한 색감의 앰비언트 라이트, 파노라마 선루프 등은 SUV를 고려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세일즈 포인트로 어필될 수 있다.

여기에 이동 물체 감지 시스템(MOD, Moving Object Detection) 기능을 포함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Around View Monitor)’ 또한 ‘, 전방 충돌 예측 경고(PFCW, Predictive Forward Collision Warning)’, ‘전방 비상 브레이크(FEB, Forward Emergency Braking)’, ‘후측방 경고 시스템(RCTA, Rear Cross Traffic Alert)’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을 장착해 충분한 수준의 주행 편의 시스템도 갖췄다.

■ 의외의 주행성능

무라노 하이브리드는 2.5리터 QR25 수퍼 차저 엔진과 15kW 전기모터를 조합, 최고출력 253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1 모터, 2 클러치 방식의 인텔리전트 듀얼 클러치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특징인데, 닛산은 이를 통해 가솔린 대비 35%의 연료 효율 향상을 이뤄냈다는 입장이다.

배터리를 이용해 시동을 거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상 시동을 건 뒤에도 정적만이 흐른다.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이브리드와는 개념은 다르다.

무라노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지니는 시스템으로, 연료 소모가 많은 구간에서 전기 모터가 같이 작동하는 것은 맞지만, 개입 구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저속 주행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은 차이점인데, 다만 고속 주행을 포함한 가속 상황에서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동력을 보조한다.

전기모터가 개입하는 상황은 클러스터에 내장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주행 상황에서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걸 깨닫기는 어렵다. 모터의 개입이 자연스러운데다 아주 잠시 ‘어시스트’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높은 회전대를 유지하면 4기통 엔진 특유의 거친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에 반해 가속 성능은 제법 인상적이다. 웬만한 6기통 자연흡기 수준의 체감 성능이다.

주행 감각은 SUV의 성격 보단 승용차에 가깝다. 고속 주행에서 제법 거친 모습을 보이지만, 기본적인 부드러움은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뒤쳐질 게 없다는 뜻이다.

승용차 같은 주행 감각은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거동에서도 느껴진다. 태생이 SUV인 탓에 다소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일 법도 하건만, 커브길이 반복되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 만족스럽다.

■ 닛산 무라노 하이브리드의 시장 경쟁력은..

닛산 무라노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5490만원. 중형급의 SUV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비싸다. 이는 대형 SUV에 속하는 패스파인더 보다도 100만원 높은 수준이다.

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 등 비슷한 가격에 더 큰 SUV들이 많다는 점도 다소 열세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여건에선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차 자체가 나쁘지만은 않다. 무라노는 분명 좋은 차다. 퍼포먼스에 집중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고급스러운 실내, 부족함 없는 편의사양 등은 SUV 시장에서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5000만원대 가솔린 SUV를 찾는 고객들이라면, 무라노는 한번 쯤 고려해볼 만한 선택이다. 사양 측면에선 패스파인더 보다도 앞서기 때문이다. 고급 사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고객들에겐 어필될 수 있는 좋은 포인트다.

체급이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일까, 가솔린 SUV로서 좋은 선택지 중 하난데, 선택할 수 있는 후보군 마저 되지 못하는 현실이 닛산 입장에선 제법 답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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