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운전의 재미가 돋보이는 소형 SUV..푸조 2008 SUV GT라인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6.12 16:00

수정 : 2018.06.12 16:00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해치백과 왜건이 판매의 주력이던 것과 달리, 요즘은 SUV가 더 익숙하다. 푸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과거 푸조는 308이 주력 모델에 속했지만, 2008과 3008, 5008이 연달아 출시된 이후 푸조에서 SUV의 판매 비중은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예전만치 못한 건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돌풍의 주인공은 2008이었다. 르노삼성 QM3가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 비슷한 가격대에 출시된 2008의 인기는 당시 한불모터스의 관계자들도 당황케 했다는 후문.

그리고 지난 해 푸조는 외관 디자인을 바꾸고 상품성을 강화한 신형 2008을 선보였다. SUV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풀 네임 뒤에 SUV를 붙이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 독특한 감성의 디자인과 편의사양

시승 차량은 2008의 최상위 트림인 GT 라인. 실제로 2008 판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의 2008 대비 강인해진 모습이다. 전면부의 헤드램프는 3008, 5008과 마찬가지로 근래 푸조의 디자인 흐름이 반영됐으며, 보닛 위에 부착되던 사자 엠블럼은 새롭게 디자인 된 라디에이터 그릴로 내려왔다.

측면에서 바라본 루프 라인은 독특한 인상이다. B필러를 지난 루프 라인은 일정 수준 치솟은 모습이기 때문. 다만, 실제 1열과 2열의 헤드룸의 드라마틱한 차이를 느낄 수는 없다.

후면부에서 달라진 부분은 크게 확인할 수 없으나, 테일램프가 LED로 변경되며 디테일이 더해졌다. 3D LED 램프로 명명된 이 테일램프는 마치 사자가 할퀸 듯 한 발톱 자국을 형상화 했다는 게 푸조 측의 설명.

인테리어는 푸조 고유의 아이콕핏 형태를 그대로 담은 모습이다. 손 보다 조금 더 큰 직경의 스티어링 휠은 속도계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조작감과 시야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와 더해져 개방감 측면에서도 좋은 역할을 한다.

그립컨트롤이 탑재된 점은 눈길을 끈다. 그립 컨트롤은 SUV의 오프로드 특징을 재해석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으로, 앞바퀴의 효율적인 구동을 통해 평지, 눈길, 모랫길, 진흙길 등 다양한 노면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사륜구동 모델이 없지만, 그에 준하는 험로 주파 능력도 확보했다는 뜻.

여기에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시스템은 최대 시속 30km/h의 속도에서 윈드스크린 상단에 장착된 단거리 레이더 센서가 전방의 추돌 상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차량을 제동해 충돌을 방지하며, 크루즈 컨트롤, ESP시스템, ABS, BAS, 6개의 에어백, 후방카메라, ISOFIX 카시트 등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이 지원된다.

■ 자동차와 호흡을 맞춰나가는 MCP 변속기

파워트레인은 BlueHDi 엔진과 6단 전자제어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최고출력 99마력, 25.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6.6km/ℓ 수준.

변속기는 흔히 말하는 ‘세미오토’ 혹은 반 자동 수동변속기의 형태를 갖춘다. 연료 효율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속 시 다소 울컥이는 변속충격은 국내 소비자들에겐 익숙치 않다.

이를 위해선 주행 중 변속이 되는 순간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줘야 한다. 디스플레이에 안내되는 변속기 단수와 기어가 체결되는 시간에는 약간의 오차가 있기 때문에, 계기판에서 기어 단수가 올라가는 걸 확인했다면 그 순간에 발을 뗐다 다시 가속하면 된다.

국내에선 어색하기 짝이 없는 변속기지만, 유럽에선 푸조, 시트로엥, 오펠, 복스홀 등이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장착 빈도는 높은 편. 변속 시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들여오는 소리에 궁합을 맞춰야 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차고가 다소 높게 세팅된 크로스오버지만, 운전 재미는 쏠쏠하다. 특히, 핸들링 성능이 인상적이다.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지만, 기본적인 감각만은 탄탄한 그 느낌에서 오는 재미다.

99마력이라는 수치가 부족해보일 수 있지만 중형차급에 육박하는 25.9kg.m의 토크는 이 차를 끌고 나가는 데엔 전혀 무리가 없다. 실용영역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탓에 시내에선 오히려 재빠르기까지 하다.

규정 속도와 그 이상의 범위 내에서도 충분한 가속 성능을 보인다. 다만 낮은 마력 탓에 고속 주행 중 발을 떼면 순간적으로 힘이 쭉 빠진다는 게 느껴진다.

■ 이제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진...

2008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당시, 경쟁 차종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외엔 경쟁자가 없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국산차 세그먼트로 들어가보자니 현대차 코나, 쌍용차 티볼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수입차 시장에서는 소형 SUV 세그먼트가 제법 축소된 형국이다.

피아트 500X가 더 이상 판매되고 있지 않고, 닛산 쥬크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까지 집계된 수입 소형 SUV 판매량은 412대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8% 감소한 실적.

2008은 링 위에 홀로 남겨져 있는 느낌일 듯 싶다. 마땅한 경쟁자를 찾자니, 수입차 시장은 죽었고, 국산차 시장은 피튀는 전쟁터가 됐기 때문.

연비도 좋고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다만, 저조한 판매량 탓에 그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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