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제2의 티볼리 신화’ 쓰고 있는..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4.09 14:28

수정 : 2018.04.09 14:28

렉스턴 스포츠의 기세가 무섭다. 이미 티볼리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쌍용차에 따르면, 렉스턴 스포츠는 이미 누적 계약 2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달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는 3000대 이상을 넘어서며 무쏘 스포츠의 기존 기록을 뛰어 넘었다.

쌍용차는 SUV에 집중하고 있는 SUV 전문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는 각별하다.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그런 회사이기 때문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그런 차였다.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20년간 한국형 픽업트럭을 만들어오며 쌍용차만의 놀이터를 개척해왔다. 없던 차를 만들었다는 점에선 박수를 쳐줄만한 20년의 기록이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어느 날 온로드 구간과 오프로드 구간을 오가는 시승코스에서 렉스턴 스포츠를 시승했다.

■ G4 렉스턴 DNA 담은 디자인

렉스턴 스포츠는 외형만으로도 G4 렉스턴을 계승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릴을 가로지르는 크롬 바, 사각형이 아닌 원형의 안개등 디자인, 일부 제거된 크롬 몰딩을 제외한다면 렉스턴 스포츠의 디자인은 G4 렉스턴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디자인에서 집중되는 부분은 측면부와 후면부다. 오픈형 데크가 적용돼 ‘트럭’ 같은 인상을 줄 법도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 특유의 굵은 선과 묵직한 느낌의 디자인은 제법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측면은 투박함을 강조하기 보단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다. 휠 아치의 형상에 따라 주름진 측면 라인은 티볼리에서 보여진 쌍용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쌍용차가 그간 선보인 ‘스포츠’ 시리즈의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고 아웃도어 느낌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적당히 도시적이고 세련된 맛이다.

적재함 부분의 디자인도 제법 신경을 쓴 모습이 보여진다. 비슷한 사이즈의 중형 픽업트럭들을 생각해본다면, 캐릭터 라인이나 레터링 등을 추가해 심심한 맛을 덜어낸 모습이다.

데크 내부는 견고한 플라스틱 소재로 덮여 있어 스크래치나 오염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목적성을 고려한 12V 파워 아웃렛은 오염이나 침수에 우려됐지만, 직접 살펴보니 플라스틱 커버와 고무 패킹으로 이중 처리돼 견고한 모습이다.

■ 개선된 2열 거주성

인테리어 구성 또한 G4 렉스턴과 동일한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 LCD 클러스터, 9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 등 편의성에 집중된 구성들은 모두 G4 렉스턴과 동일하다. 특히 계기판은 시원시원한 느낌의 시인성이 제법 만족스럽다.

아웃도어의 성격이 더 짙은 탓인지 고광택 소재가 적용되는 G4 렉스턴의 센터페시아와 달리 일부 소재는 오염이나 스크래치에 강한 플라스틱 재질로 대체됐다.

그러나 아쉬운 건 모든 니즈를 충족하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대표적인 건 투톤 컬러의 가죽시트다.

가죽시트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은 이해하지만, 아웃도어 성향을 더 강조했다면 지프 랭글러 등과 같이 실용성에 집중한 구성을 갖췄어도 좋았을 것 같다. 밝은 톤의 시트 색상이다 보니, 오염에는 보다 취약할 것 같은 생각이 앞선다는 뜻이다.

2열 공간은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어야 했던 코란도 스포츠 보다는 등받이 각도가 조금 더 기울었다. 각도 조절이 가능하진 않지만, 누군가를 뒤에 앉히기엔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1열 탑승자가 시트포지션을 편안히 세팅한 상황을 가정한 뒤 키 181cm의 기자가 2열에 앉으면 무릎이 1열 시트 등받이에 닿는다.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트의 방석 부위가 제법 여유롭게 세팅된 탓에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 다소 투박한 승차감,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만족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에 적용된 것과 같은 e-XDi220 LET 엔진을 장착했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며, 아이신이 제조한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큰 덩치를 가진 탓에 2.2리터 엔진에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차량의 거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1400~2800rpm의 실용영역 구간에서 발생하는 최대토크 덕분이다.

차를 이끌고 나가는 데엔 무리가 없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즈려밟아도 40kg.m에 달하는 토크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고속도로 주행 시 무게감에서 오는 탄력 덕분인지 원하는 수준 만큼 충분한 가속이 가능하다.

정숙성은 만족스럽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를 내놓으며 흡차음재 추가 등을 통한 정숙성을 보강했단 점을 강조한 바 있는데, 실제로 아이들링 상태 및 고속 주행 상황에서는 소음이 매우 억제되어 있다는 점을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렉스턴’ 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G4 렉스턴에서 경험한 승차감을 맛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코란도 스포츠 보다는 승차감이 한결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잔 진동에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승차감은 다소 투박한 느낌이다.

‘불편해서 못타겠다’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다소 노면이 불규칙적인 콘크리트 포장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등받이까지 차체의 진동이 치고 올라온다. 반복되는 주행이 계속된다면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오프로드 주파 능력은 만족스럽다. 저속 구간에서 주행하는 탓에 최대토크를 충분히 이끌어 내며 거침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좌우의 깊이에 차이를 보이는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차체가 비틀린다는 느낌을 주긴 어렵다. 일체감 있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짐작컨대 차체의 강성은 훌륭하다.

프레임바디의 높은 차체를 가진 SUV라고 하지만, 무게중심은 제법 낮은 편인 것으로 보여진다. 20도를 넘나드는 달하는 경사면을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다.

무게 중심이 높다면 차체가 옆으로 고꾸라질만도 하지만, 이보다 더 높은 각도 주행에도 무리가 없다는 듯 렉스턴 스포츠는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다.

■ 경쟁자 없는 렉스턴 스포츠, 쌍용차의 새 주력모델이 될까?

승차감에 있어 다소 불편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어쨌건 그런 용도의 차다.

“승차감이 안좋아도 되는 차라는 말이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분명 사람을 가득 태우는 미니밴이 아닌 ‘적재’의 개념이 강화된 SUV다.

편안한 승차감과 넉넉한 거주성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G4 렉스턴을 구매하면 될 문제라는 뜻도 된다. 이 차는 그보다는 다소 거친, 와일드한 느낌의 아웃도어 감성이 강조된 차량이란 점에선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의 새로운 주력모델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일부 불만을 토로했지만, G4 렉스턴에서 선보여진 바 있는 다양한 구성을 갖추면서도 보다 저렴한 가격을 지녔다는 건 분명한 강점이다.

아웃도어를 염두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한다면 렉스턴 스포츠는 대안이 없는 훌륭한 SUV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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