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르노삼성 QM6 GDe..정숙성은 최고의 미덕!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3.21 17:27

수정 : 2018.03.21 17:27

현대차 싼타페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고, 기아차 쏘렌토의 아성은 무너질 줄 모른다. 여기에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를 앞세워 중형 SUV 시장에 진입했다. QM6가 처한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누적 계약 2만대를 넘긴 싼타페,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쏘렌토, 새롭게 부상한 렉스턴 스포츠 까지...르노삼성의 입장에선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QM6는 자신만의 시장을 형성하며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QM6 GDe를 시승해본 뒤 답을 얻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잘 짜여진 패밀리룩의 좋은 예

QM6 GDe의 디자인은 SM6의 디자인과 통일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워낙 잘 나온 디자인이거니와, 국산차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 감각이다.

SM6와 아이덴티티를 이루는 라디에이터 그릴, ‘ㄷ’자 형태의 르노그룹 특유의 시그니쳐 헤드램프 등은 여김 없는 르노삼성의 디자인 그 자체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해 앞 펜더를 가로질러 흐르는 크롬 몰드는 QM6의 디자인과 SM6 디자인의 차별성을 주는 가장 큰 디자인 요소로 꼽힌다. 절개선이 많이 모여있어 보기에 썩 좋은건 아니지만, 반면엔 차체의 육중함을 강조하는 박력 있는 스타일 요소다.

이 밖에도 차체 측면과 후면부에 적극적으로 사용된 크롬 몰딩은 SM6와 달리 SUV로서 멋을 부리고 커보이게 하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재밌는 부분은 리어램프와 연결되는 뒷범퍼의 디테일 부분이다. 범퍼의 꺾인 형상이 절묘하게 'ㄷ'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전면부의 시그니쳐 램프와 통일감을 강조한 모습이다.

■ 미니멀리즘 강조됐지만..S링크는 적응 필요

QM6 GDe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눈에 띄는 건 센터페시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8.7인치 디스플레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차량에서 조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버튼을 대체한다.

물론 편의성을 배려해 물리 버튼들도 함께 배치됐지만, 비단 QM6가 아니더라도 이런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주행 중 차량의 무언가를 조작하는건 위험한 일이지만, 조작하게 되는 경우가 온다면 피드백이 확실해야 한다. 버튼이 눌렸다거나 제대로 터치를 했다는 확인 말이다.

S링크의 터치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햅틱 기능 등을 추가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었다면 더 좋을 뻔 했다. 버튼이 눌렸는지 다시 한번 디스플레이를 바라보게 되는 건 안전운행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QM6 GDe에는 전 트림 기본으로 적용돼 있는 운전자 피로도 경보 시스템(UTA)을 비롯해 8.7인치 대화면 세로형 S-Link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센터포인트가 적용된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시동을 끈 후 운전자가 차량에서 약 2m 가량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오토클로징 시스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시스템, 사각지대 경보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도 대거 적용됐다.

■ 부드러운 주행질감..최고의 미덕은 ‘정숙성’

시승 차량은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144마력을 발휘하고 20.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제원 상으로 보여지는 출력만으로는 200마력을 넘나드는 동급의 가솔린 SUV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인 건 사실이다. 이후엔 르노 에스파스에 적용되고 있는 1.8리터 터보 엔진을 적용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QM6 GDe의 최고의 미덕은 뛰어난 정숙성이다. 특히, 사용 빈도가 높은 1500rpm 인근에서의 정숙성은 동급에선 최고 수준으로 체감됐다. QM6 디젤은 개인적으로 동급 경쟁 차종 대비 소음이 제법 올라온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아쉬움이 단번에 해소되니 만족스럽다.

르노삼성은 이를 위해 전 트림에 차음 윈드쉴드 글라스를 기본 적용하고, 소음 유입 가능성이 있는 차체 곳곳에 다양한 흡∙차음재를 추가로 보강했다 정숙성만을 따지고 본다면 동급에선 견줄 차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주행 감각은 르노삼성차 특유의 나긋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이다. 액셀러레이터 끝까지 발을 갔다 대더라도 다소 느긋하고 여유로운 가속을 이어나가는 패턴이다.

핸들링 감각과 서스펜션의 댐핑 느낌은 SUV 치고는 단단한 감각이다. 다만 단단한 하체 탓에 서스펜션의 복원력도 빠른 편이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솔린 SUV'의 효율성 자체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탓일까. 연비는 기대 이상으로 좋다. QM6의 복합연비는 시승차량을 기준으로 11.2km/l(도심 10.3km/l, 고속도로 12.7km/l)지만 실 주행에서 강점을 나타낸다.

도심 간선도로 주행 평균속도인 70~80km/h 내외에선 이보다 높은 수준인 17~20km/l 사이를 오르내린다. 크루즈 컨트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높은 연비를 뽑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 싶다.

■ QM6 GDe의 시장 경쟁력은...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은 대다수의 가솔린 SUV가 가진 장점이지만, 떨어지는 연료 효율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QM6는 이러한 단점까지도 장점으로 끌어안았다.

합리적인 가격도 강력한 구매 포인트다. 중형 SUV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준대형 세단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QM6 GDe의 가격은 중형세단과 유사한 수준이다. SE 트림의 가격은 2480만원, LE 트림은 2640만원, 주력 트림으로 꼽히는 RE 트림은 2850만원으로, 같은 사양의 디젤 라인업 대비 약 30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 때문인지 QM6의 판매는 디젤보단 가솔린에 집중된 모양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QM6의 가솔린 판매 비중은 60% 이상. 쏘렌토 가솔린 판매 비중이 평균 10% 내외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반대된 판매양상이다.

QM6가 처한 작금의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싼타페 만으로도 버거울텐데, 쏘렌토는 여전히 공고하고, 렉스턴 스포츠가 치고 들어왔다.

그러나 싼타페의 판매가 2.0 디젤에, 쏘렌토 판매가 2.2 디젤에, 렉스턴 스포츠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선 QM6에게 아직 한 줄기의 희망은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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