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벤츠가 말하는 고성능차의 미래..AMG CLS 53 4MATIC+

데일리카 바르셀로나(스페인)=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3.09 17:02

수정 : 2018.03.09 17:02

“나는 장막을 들추고 미래를 엿보았지만 거기에는 오직 망각뿐이었어..아직 한 줄기 희망이 남아있다.”

블리자드가 내놓은 게임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에서는 프로토스 종족의 암흑정무관 제라툴이 이와 같은 말을 한다. 그리고 이는 자동차 매니아들에게도 일정 부분 비유할 수 있다.

배출가스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대배기량 고성능차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이 시기, 가까운 미래엔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느낄 수 없는 ‘조용한’ 전기차를 탈 수 밖에 없는 절망적인 미래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르세데스-AMG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 'AMG 53'을 제시했다. 사실상 V8 엔진을 대체하는 수준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AMG 53은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까? AMG CLS 53 4MATIC+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대에서 시승했다.

■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익숙한 디자인

AMG CLS 53 4MATIC+는 아직은 다소 낯선 CLS의 스타일링과 AMG 고유의 디자인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다. 때문에 익숙하진 않지만 익숙한 디자인이다.

2세대 대비 더 넓어진 그릴과 역삼각형 형상의 헤드램프만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상어의 코를 연상케 하는 듯 돌출된 보닛 라인과 조화된 모습은 단단한 인상을 주는 머슬카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V8 라인업에 선보여지던 실버 크롬 트윈 블레이드 라디에이터 그릴이 중앙을 가로지른다. 여러개의 핀으로 이뤄졌던 다이아몬드 패턴의 그릴은 검은색 격자 무늬 형태로 변경돼 심플함을 강조한 모습이다.

다소 공격적인 캐릭터 라인을 갖고 있던 2세대 CLS와는 달리 3세대 CLS는 유려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인상을 준다.

아치형으로 디자인된 표면은 CLS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남긴 모습이지만, 평평하게 마무리된 후면부, 그리고 이 끝을 따라 솟아오른 숄더라인은 견고한 느낌이며, 중앙에 위치한 엠블럼과 테일램프는 벤츠의 쿠페 라인업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그것’을 담은 모습이다.

공기역학적 측면이 고려된 디퓨져와 립 스포일러는 고성능 이미지를 연출시키며, 고광택 소재의 트윈 배기파이프 또한 AMG 특유의 공격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 고성능 이미지 물씬..고급감도 높아

AMG 모델 답게 인테리어는 일반적인 CLS와는 다른 모습이다. D컷 스티어링 휠은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준 안전띠를 갖췄으며, 검은색 가죽에 붉은 색 스티치를 더해 고성능차의 스티어링 휠 다운 모습을 연출했다.

CLS의 새 인테리어 디자인은 최근 선보여진 신형 S클래스, 그리고 제네바 모터쇼에서 정식 데뷔할 신형 A클래스와 궤를 같이 한다. 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에어벤트, 그리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끝단을 따라 은은하게 흐르는 앰비언스 라이트(Ambience light)가 그렇다.

가죽의 소재는 물론 주요 부품들의 짜임새도 만족스럽다. 몸을 충분히 잡아주는 적당한 쿠션감의 시트도 시동을 걸기 전부터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소름돋게도, 버튼들은 어디쯤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예상된 ‘그 위치’에 정확하게 있다. 인체공학적 측면이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해상도의 와이드스크린 콕핏은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선택 옵션으로 탑재가 가능하다. 이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화면 정보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으며, 계기판 스타일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64가지 색상을 지원하는 앰비언스 라이팅은 개별적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이는 공기 통풍구에도 적용된다.

특히, 공조 장치의 온도값을 변화시킬 때, 고온으로 세팅될 때는 빨간색으로, 저온으로 세팅될 때는 파란색으로 변하는 점이 관찰된다. 운전자의 시각적 만족도와 안전성에서도 유리한 편의장치라고 생각된다.

4인승 형태를 취하던 것과는 달리 신형 CLS는 5인승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5인승이라고 하기엔 2열에 세 명이 앉기 넉넉해보이진 않는다. 물론 CLS에 다섯 명 씩을 태울 일은 없을거라 생각된다.

■ 거침 없는 가속성능..EQ 부스트 기능이 ‘한몫’

AMG CLS 53 4MATIC+는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AMG 하면 V8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서인지 직렬 6기통 엔진이라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최고출력은 435마력, 53.0kg.m의 최대토크가 발휘되며, 여기에 EQ 부스트로 명명된 전기모터가 더해져 22마력과 25.5kg.m의 최대토크를 더한다. 시스템 출력은 457마력, 78.5kg.m에 달한다. 마력은 기존의 CLS 63 AMG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토크는 5.1kg.m 높다.

여기에 AMG 스피드시프트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며, 이 변속기는 더블 디클러칭 기능과 멀티플 다운 시프트 기능을 제공,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수동 모드에서 조작할 시 제법 빠른 응답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스타트 모터가 작동하는 소리 없이 시동이 걸린다. 배터리를 이용해 시동이 걸리기 때문에 엔진을 깨우는 원리는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 상태에서 몇 번 공회전을 해보면 AMG 특유의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들려온다. 다만 V8에서 경험해본 ‘그 맛’은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CLS 53은 이 보다는 다소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감각이다. 태초에 페라리가 있고, 허리가 아픈 자들을 위해 AMG가 만들어졌다는 어느 선배 기자의 농담처럼, 컴포트 모드에선 잔잔한 재즈 베이스 같은 배기음을 영위하며 바르셀로나의 해안가를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스포츠 모드를 작동시키고 주행에 임해도 제법 다루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600마력을 상회하는 E63 AMG를 시승해봤을 때 다소 허둥지둥 했던 기억이 난다. 차고 넘치는 출력을 타이어가 받쳐주지 못하는 탓에 2단에서 까지 휠 스핀이 나던 그 ‘광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CLS는 운전자로 하여금 운전을 잘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안정적으로 토크를 분배하고 도로를 움켜쥐는 4MATIC+ 덕분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로 다소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거칠게 몰아 붙여도 타이어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는다.

전기모터가 차량을 움직이고 있다는 이질감은 없다. 여느 터보 차량들 보다도 고속에서 눈에 띄게 빠른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터보 차져를 전기모터로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터보랙 없는, 즉각적인 가속을 체감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 AMG CLS 53 4MATIC+의 시장 경쟁력은...

최초의 4도어 쿠페를 만들어낸 벤츠, 어쩌면 이 시장의 원조로 꼽히는 모델인 만큼 CLS가 가진 가치와 혁신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됐지만, 많은 부분에서 기존 CLS의 DNA를 엿볼 수 있었던 점이 그랬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반의 새로운 AMG 파워트레인이 그것이다.

앞서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고성능 차량들의 미래는 담보되지 않았다. 대부분 전기 동력을 이용하거나, 하이브리드 동력계통을 이용하는 전동화를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AMG CLS 53은 인상적이다. 전동화된 차량이지만,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점은 거의 없다.

초록색이나 파란색으로 실내를 도배하지도 않았고, 나뭇잎 모양의 배지나 '에코‘라고 적은 레터링도 찾아볼 수 없다. 전기모터가 어딘가에서 ‘열일’하고 있다는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단 뜻이다.

새로워진 디자인은 다소 호 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이 차는 AMG가 보여줄 고성능차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더 좋은 기기가 나올 걸 알지만, 새 기기는 반드시 구매해서 박스를 까봐야 하는 ‘얼리어답터’들이라면 이 차는 한번 쯤 경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AMG의 첫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기도 하지만, 최초의 4도어 쿠페라는 헤리티지도 동시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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