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정릉동 람보르기니로 불린..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7.11.09 09:52

수정 : 2017.11.09 09:52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 하고 있는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시승했다.

트위지는 르노의 고성능차 사업부 르노스포츠가 개발을 주도한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콘셉트카로 머물던 트위지의 디자인을 양산화해 주목을 받았다.

‘이런 차를 누가 구매할까’ 싶지만, 트위지는 이미 글로벌 40여개 국가에서 2만대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중고 트위지는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할 정도인데, 그 마저도 소개되는 매물마다 곧장 팔려나간다는 게 중고차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 트위지 시승 1일차, “도대체 이게 뭐야”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 사무실 앞에 주차된 트위지를 발견했다.

일반 도로에서는 처음 본 트위지였기 때문에, 한참을 구경하고 차량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기자가 그날로부터 2박 3일간 트위지를 타고 출퇴근해야 한다는 것을.

퇴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빠져나오니, 같은 시간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트위지를 에워싸고 있었다. 선뜻 차 문을 열고 들어가기엔 너무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차 문을 열기 위해 도어를 한참 살펴봤지만, 키를 꽂는 구멍이 없다. 트위지는 도어락이 없기 때문에 비닐 소재로 만들어진 창문을 열고 안쪽에서 도어를 열어줘야 한다.

문제는 이 레버를 당겨도 문은 옴짝달싹 않는다는 것이다. 창문에 적힌 설명을 읽어보니 도어 레버를 당긴 채 윈도우 라인을 바깥 쪽으로 살짝 당겨줘야 문이 열린다.

한참을 헤매다 트위지의 도어를 열어낸 순간, 이 광경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이내 기자에게 질문 공세가 쏟아진다.

“이거 전기차죠? 번호판도 달려있네” “충전하면 몇 km정도 주행해요?” “얼마에요?” 등...잠시나마 르노삼성 영업사원에 빙의해 트위지에 대한 설명을 한참 하고 나서야 구경꾼들은 트위지에게서 멀어졌다.

시동을 걸고 주차된 공간에서 차량을 빼려니, 스티어링 휠이 제법 무겁다. 파워 스티어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게감은 바퀴가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하며 이내 가벼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정숙함은 전기차의 최대 미덕이지만, 트위지는 이내 ‘위이잉’하는 지하철 같은 엔진음(?)을 뱉어낸다. 전기차에서 소리가 난다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시승을 시작한 당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상 5도. 한숨을 내쉬면 담배연기처럼 입김이 피어오르는, 그런 날씨였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지를 운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옵션 항목으로 추가되는 비닐 소재의 창문을 제외한다면, 트위지는 어떠한 냉난방 장치도 구비되어있지 않다.

속도를 높일수록 바람은 점점 거칠게 밀려들어왔고,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손은 정말 시려웠다. 도대체 이 날씨에 어떻게 트위지를 탈 수 있단건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추위를 뚫고 도착한 집 주차장. 전기차라는 특성상 충전이 시급했다. 주차장 내에 전기 콘센트가 위치해 있긴 하지만, 공용 전기인 탓에 차량 충전을 위해 빌라의 관리를 책임지시는 반장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충전을 허락해주셨다.

트위지는 전용 충전기를 활용하는 일반 전기차들과 달리 가정용 220볼트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의 완충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정도로, 충전이 완료되면 스스로 전기 공급을 차단한다.

멀티탭을 이용해 트위지를 전기 코드에 연결하기 무섭게 반장 아저씨가 담배를 물고 저 멀리서 들어오셨다. 전기차라는 말에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아이고..뭔 차같지도 않은..이게 차라고? 르노삼성에서 파는거야?” 르노삼성차만 3대째, 지금은 2009년식 SM5 뉴 임프레션을 타고 계시는 반장 아저씨는 르노삼성에서 이런 차가 나왔다는 것에 새삼 당황하신 모습이었다.

■ 트위지 시승 2일차, 기대 이상의 운전재미

트위지를 타고 출근하는 첫날. 혹시나 누군가가 전기 콘센트를 뽑아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주차장으로 내려갔지만, 트위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충전도 성공적. 배터리가 꽉 차있다는 표시가 LCD 창에 나타나니 별 것도 아님에도 제법 뿌듯한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동네를 빠져나가면서도 주변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트위지로 향한다. 등굣길에 오르는 중고등학생들, 가방 없이 두꺼운 전공책 하나를 끼고 걸어가는 대학생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있으니 걸어가는 내내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다.

주변의 관심과 환영을 받으며(?) 도착한 사무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는데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 트위지를 보고 한참을 질문하신다. 내용인 즉슨 어제와 똑같은 내용. 얼마면 구매할 수 있냐는 질문이 최고 핵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위지의 판매 가격은 1500만원 선.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합해지면 트위지의 실 구매가격은 400만~600만원 선으로 떨어진다.

퇴근길은 조금은 다른 루트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기자의 집을 향할 때는 내부순환로 혹은 세검정과 평창동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트위지는 내부순환로 등 간선도로와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고속주행 성능을 확인하기엔 쉽지 않은 일. 때문에 평창동을 거치는 대신 자하문으로 우회해 북악 스카이웨이를 넘어가는 코스로 퇴근길을 변경했다.

트위지는 6.1kWh급의 배터리와 13Kw급의 전기모터를 장착, 17.1마력과 5.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북악스카이웨이는 구불구불한 길과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 와인딩 로드로, 트위지의 운동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적합했다.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제원이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경험해본 트위지의 운전 재미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변속기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탓에 변속의 공백 없이 속도는 지속적으로 치솟았다. 일반적인 전기차 처럼 가속 성능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북악 스카이웨이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에는 거리낌 없이 가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트위지의 최고속도는 80km/h에 지나지 않지만, 작은 차체 사이즈와 밀려들어오는 풍절음 탓에 체감하는 속도는 이보다 더 높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자동차라면 그리 높은 속도라고 할 수는 없거니와 체감할 수 있는 속도감도 덜하지만, 트위지라면 이정도의 속도에서도 제법 재미있는 운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핸들링 성능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고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정말 재밌다. 기본적인 서스펜션의 세팅은 단단한 탓에 승차감이 좋지만은 않지만, 이러한 단단한 세팅은 오히려 와인딩 로드에서 카트를 타는 것 같은 재미를 보여준다.

급격하게 꺾어지는 코너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차체만 조금 기울어지는 탓에, 마치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도 충분하다. 다만 급격한 코너링 상황에서는 ‘스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어와 휠 하우스간에 간섭이 나는 듯 한 소음도 살짝 들려온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내장된 탓에 다소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만, 브레이크의 응답성은 만족스럽다. 원하는 수준 만큼 정확히, 그리고 충분히 밟아줘야 제동이 되는 특유의 필링은 제법 재밌다.

시트가 운전자의 몸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좁은 차량 공간과 작은 차체 사이즈는 온전히 운전만을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다만 이런 주행을 즐기고 나니 주행 가능거리가 확 떨어진 모습이 보여진다. 사무실에서 출발 시 트위지의 주행가능거리는 54km대, 80% 수준의 충전상태를 보였지만, 약 9km 남짓의 북악 스카이웨이를 주행하고 나니 주행가능거리는 21km대로, 충전 상태는 60% 수준으로 뚝 떨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 트위지 시승 3일차, “한 대 살까...”

조금 더 타봤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시승차를 반납한 뒤 트위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실 구매가는 어떻게 되는지, 구매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튜닝을 할 수 있는지 등 말이다.

기자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특별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모든 보조금을 수령할 경우엔 622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형식상 경차로 분류되는 탓에 취등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으며, 충전기 설치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물량 공급의 문제다. 트위지를 계약한 고객들이 아직까지 차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내년도 도입분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 또한 그러하다.

튜닝 용품들도 다양하다. 국내의 일부 튜닝 업체들이 트위지에 단점으로 지적되는 창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고, 냉난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풍시트와 열선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튜닝도 제법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트위지 동호회들을 살펴본 결과, 이러한 만족스러운 튜닝을 모두 거칠 경우 차량 구입 가격을 뛰어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우스갯소리들이 나온다.

열선 및 통풍시트, 휠타이어 튜닝, 서스펜션 튜닝, 창문 개조, 차량용 카페트 맞춤제작, 시트 가죽 작업 등을 했다는 한 트위지 고객은 이미 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단다.

이 정도의 비용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을까, 차라리 국산 경차를 구매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트위지는 그만한 가치를 지닌 자동차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소위 ‘깡통’ 옵션이지만, 트위지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자동차가 아닌 초소형 모빌리티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느껴지는 가치들은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기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유지비는 사실상 대중교통 요금보다도 저렴하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다.

주행 패턴이 도심 주행 위주로 맞춰져 있는 기자의 특성상, 트위지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좋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겨울엔 어떨지 모르겠으나, 기회가 된다면 아주 추운 혹서기 중에 다시 한번 시승을 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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