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4 02:48
지난 2일 경남 창원터널 앞 화물차 폭발 사고를 일으킨 트럭은 법적 허용치를 크게 초과한 화물을 싣고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3일 당시 사고 화물차에 윤활유 등이 담긴 200L 드럼통 22개와 20L 통 174개가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화물의 무게는 모두 7.8t으로 사고 화물차(5t)가 실을 수 있는 5.5t을 훌쩍 넘었다. 경찰은 과적 때문에 브레이크가 파열했거나 쏠림 현상이 생겼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년 없는 운전기사, 퇴직자에게 인기
사고 당일 운전자 윤모(76)씨는 울산의 한 윤활유 제조공장에서 윤활유통 수백 개를 5t 트럭에 싣고 창원으로 배달을 떠났다. 76세 고령이 위험물을 운반하는 데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현행법상 지입 차주(개인 소유의 차량을 운수회사의 명의로 등록하고 영업)에 나이 제한이 없다. 15년째 화물차 운전을 하는 김모(59)씨는 "화물차 기사 60명이 모인 친목계가 있는데 50대 후반~60대가 대부분이고, 70대도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 강모(66)씨는 "화물차는 정년이 없고 면허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 고령자가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차 기사 자격에는 법적인 연령 제한이 없다. 시내버스와 영업용 택시도 마찬가지다. 다만 버스 회사에서 대개 만 59세까지 정년 기준을 둔다. 영업용 택시는 일반적으로 만 70세 정년이다. 개인택시는 정년이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택시기사 중 51%인 4만3429명이 60세 이상이었다. 70세 이상도 8137명으로 9.5%에 달했다.
위험 물질을 운반해도 정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인화물질·독극물 등 위험 물질을 탱크로리로 운반하는 경우 운전자는 위험물 운송 자격을 얻어야 하지만, 나이에는 제한은 없다. 위험물 운송 자격은 운전면허 소지자가 소방청 산하 소방안전협회에서 이틀간 총 16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100% 부여된다. 위험물 운송 자격제도가 시행된 2004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위험물 운송 자격을 얻은 10만54명 중 60대 이상이 1만5998명으로 16%였다. 탱크로리가 아니라 트럭에 드럼통을 싣는 형태로 위험 물질을 운반할 때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된다.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 급증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면 집중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신호등을 보고 반응하는 시간은 평균 0.8초로 비고령자의 0.729초에 비해 느렸다.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앞차에 사고가 난 상황을 가정한 주행 시뮬레이션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반응 속도(4.37초)는 비고령 운전자(2.75초)보다 60% 정도 느렸다.
선진국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2013년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진 반납하는 운전자에게는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해준다. 싱가포르 택시 운전기사들은 50세부터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고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70세가 넘으면 영업할 수 없다. 교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75세 이상의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운수업 운전자는 인지 기능 검사를 포함한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