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정현 볼보 디자이너..“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한국미에도 어울려”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7.09.27 17:50

수정 : 2017.09.27 17:50

“완전히 덜어냈을 때 만들어지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순수함은 한국적 여백의 미와도 잘 부합됩니다.”

이정현 볼보자동차그룹 외장 디자인팀 선행 디자이너는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10년 볼보에 외관 디자이너로 입사한 이후 신형 XC60의 메인 디자인을 맡았다.

‘스웨디시 다이내믹 SUV'를 표방하는 XC60은 볼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더 뉴 XC60의 외관은 볼보자동차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인 이정현씨가 메인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그는 “완벽한 비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더 뉴 XC60이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계승하면서 더 뉴 XC60만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담아냈다. 그릴의 옆면과 맞닿은 T자형 헤드램프, 보다 입체적인 세로형 그릴, 리어램프 등 곳곳에 디테일한 요소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차량 측면에는 보닛부터 시작해 후면부로 갈수록 상승하는 벨트 라인, 후면부의 날렵한 캐릭터 라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루프 라인과 D필러 등 최소한의 라인을 사용해 스포티하고 강인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다음은 이정현 디자이너와의 일문일답.

▲ 공대를 졸업 한 걸로 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로 한 계기는?

=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자동차를 좋아한다. 그래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군대도 공군을 지원해 F-4 팬텀 전투기를 정비하는 일을 했다. 한국 남자라면 제대한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는 게 사실인데, 전공하고 있는 기계공학을 평생 즐길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자동차 디자인은 정말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이란 걸 깨달았다. 제대 후 대학교 3~4학년 기간 동안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유학을 계획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스케치 정도지만, 대학원 진학을 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게 됐다. 머리가 원하는 일보단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게 동기가 아닐까 싶다.

▲ 공대 출신의 디자이너로서 갖는 강점이 있다면...

= 공대 출신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5대 역학, 특히 에어로다이내믹이라고 하는 공기역학은 큰 도움이 된다. 엔지니어와의 협업에 있어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을 갖고 협업을 하기에 좋다. 스스로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엔지니어들과의 관계도 남다르다. 이런 부분들이 디자인을 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완성차 업체가 많은데, 굳이 볼보를 선택한 이유는...

= 스웨덴으로 처음 유학을 간 이유도 볼보가 큰 이유였다. 처음 유학 당시엔 국내에서 북유럽 디자인이 큰 유행을 타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학 준비를 하며 북유럽 디자인에 빠졌고, 입사 지원도 볼보만 했었다.

▲ 본인이 갖춘 경쟁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 일반 디자이너들관 배경이 달랐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을 갔지만 할줄 아는게 연필 스케치밖에 없었다. 포토샵이나 3D 프로그램도 할 줄 몰랐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무엇이던지 다 흡수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봐도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 볼보 디자인 팀의 분위기는 어떤가

= 볼보는 소수의 인원으로 디자인 팀이 운영된다. 때문에 가족적인 분위기인데, 가령 디자이너가 다른 회사로 옮긴다거나 새로 입사하게 되는 경우 하나하나 이벤트를 준비한다. 가령 캠핑을 간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회사 내에 사적으로도 친한 사람들이 많다. 또 다른 장점이라면 직위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인턴의 아이디어라도 좋은 아이디어라면, 양산이나 선행 과정에서 충분히 이를 반영하고 있다.

▲ XC60 이전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 했는가

=선행 디자인팀에 근무하며 콘셉트카 디자인을 해왔다. 당시엔 선행 디자인팀에 근무했기 때문에 양산차를 디자인할 기회는 없었다. 이후 선행 디자인팀과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이 통합되며 양산차 디자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 본인의 XC60 디자인이 최종 양산형으로 선정됐을 때 볼보 측의 평가는 어땠는지...

= 첫 스케치를 프리젠테이션 할 때부터 토마스 총괄이 “내가 상상해온 XC60의 이미지”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의 비전과 내 비전이 일치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접할 수 있었다.

▲ 한국인 디자이너다보니 XC60에도 한국적 미가 가미 됐을텐데...

= 어떻게 보면 나는 하이브리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30년간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이 추구하는 미적 감각을 충분히 알고 있다. 이후 10년간은 스페인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북유럽만의 독특한 미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다. 한국적 미와 북유럽의 미가 복합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디자인에 도출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유럽의 디자인은 굉장히 심플하다. 그러면서도 고급스럽다. 자꾸만 덜어내고 완전히 덜어냈을 때 만들어지는 순수함. 그것이 궁극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동양화에서 보여 지는 여백의 미와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XC60에 한국적인 디자인이 녹아났다고 본다.

▲ XC60은 크로스컨트리와 유사한 디자인 같은데 차이점은...

= 크로스컨트리와 XC60이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두 모델 모두 다이내믹함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XC60은 1세대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 감각을 구현하려 했다. 때문에 크로스컨트리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이다. 패밀리룩을 유지하는 볼보의 디자인 특성상 선을 어디에 긋냐에 따라 유사하다고 보일 수 있다고 본다.

▲ SPA 플랫폼은 디자인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궁금하다.

SPA 플랫폼은 볼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꿈의 플랫폼’으로 통한다. 못생기게 디자인 하는 게 더 힘들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플랫폼의 구조 탓에 XC60 특유의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에 도움이 됐다.

▲ 현재 어떤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인지...

= 어려운 질문이다. XC60 프로젝트는 끝마친지 꽤 오래됐으며, 현재 V40의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양산 유무가 결정되지 않은 선행 디자인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중이다.

▲ 디자인을 진행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일지언정, 볼보는 안전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안전에 위해가 되는 디자인 요소라면 새로운 디자인을 다시 설계해야 할 정도다.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기술적 장벽에서 고민한다. 심미적인 영향을 중요시 하면서 안전까지 신경쓰는 디자인을 만드는데에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 볼보는 전동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 가령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기 때문에 꼭 닫혀있는, 전기차 같은 그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오히려 전기차 혹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집약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릴이 주는 이미지를 추구하면서도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 시대를 상징하는 임팩트 있는 디자인도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임팩트 있는 디자인은 굉장히 복잡할 수 있지만, 라인을 추가하면서 달라보이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 보단 라인을 빼가며 달라 보이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이것이 볼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들이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만의 방식으로 ‘덜어내는 과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볼보의 디자인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차별성이다. 경쟁 브랜드를 보면 이 차가 좋은지 나쁜지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그럴 정도로 유사한 디자인이 많아지는 시대다. 볼보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가족을 예로 들 수 있다.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한 식구지만, 그 형제들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경우 말이다. 이는 볼보가 가진 클러스터마다 부여된 캐릭터와도 부합한다. 그런 만큼 소비자는 넓은 선택 폭을 제공받는다.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도 특징인데, 그런 부분이 볼보의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이고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점이다.

▲ 신생 럭셔리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 볼보만의 프리미엄이라면...

=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볼보만의 프리미엄은 사람으로 정의된다. 가령 어떤 차에 타면 굉장히 고급스럽고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설명서를 필요로 할 정도로 특정 버튼을 누르기 겁날때도 있다. 무서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볼보만의 프리미엄은 북유럽 인테리어와 같은 편안하고 익숙한, 배우지 않아도 늘 써왔던 것 같은 익숙한 프리미엄이다. 이것이 기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볼보만의 프리미엄이다.

▲ 추상적인 질문일 수 있다. 자동차란 무엇인가.

= 추상적인 질문이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답하겠다(웃음). 자동차는 일반적인 기계완느 많이 다르다. 프레스 기계나 드릴이 자동차와 같은 ‘기계’라는 건 아이러니다.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는 영혼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디자인을 하면서도 조물주가 되어 자동차에 영혼을 불어넣고 캐릭터를 부여하고, 어떤 성격을 만들어낼지 고민한다. 자동차는 때로는 친구 같고 보디가드 같고 같이 달리는 말 같은 생명이 있는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 디자인을 하며 어떤 부분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가.

=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 외의 것을 본다. 그것은 자연일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다. 물체에서 하나의 라인이나 형태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 경험 같은...내재된 추상적인 느낌을 자동차 디자인에 녹여내려 한다. 디자인의 목적은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이다. 이 사람의 메시지, ‘디자인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하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 해외 브랜드에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부쩍 많아졌는데...

=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열심히 일하고 근성있다. 하고자 하는건 며칠 밤을 새서라도 이루는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많다. 이런 점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테크닉은 유독 좋은 편인데,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능력이 높다. 외국 디자이너들과의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이유다.

▲ 카셰어링, 자율주행차 등으로 본 디자인의 미래는 어떨 것 같은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운전 재미보다는 자유로움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과도기적인 부분이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디자인이 급격하게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카셰어링은 대중교통의 한 범위일 뿐,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 링크앤코 브랜드에도 볼보 디자인센터가 관여하고 있는가.

= 볼보와 링크앤코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완전히 분리되어있다. 그러나 링크앤코에 속한 디자이너들의 80% 이상은 볼보 출신이다. 직접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소통은 있지 않지만, 볼보에 속했던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에 스칸디나비안 감성을 충분히 지니고 디자인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XC60의 메인 디자이너로서 소비자에게 가장 어필하고 싶은 디자인 포인트는?

= XC60에는 세 개의 키 라인이 있다. 이는 XC60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이다. 봐주셨으면 하기 보다는 누구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차 자체의 프로포션이 좋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고 싶은 느낌을 줄 것이다. 이 밖에도 면이 어떻게 빛을 받고 어떤 쉐도우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도로에서 차를 보게 되면 알겠지만, 액체 금속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고 본다. 멀리서 봤을 땐 프로포션에서 매력을 느끼겠지만, 가까이 봤을 땐 정말 만지고싶은 면 처리를 통해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한편, 이정현 디자이너는 건국대학교에서 기계공학부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이후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고 2008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관련기사]
볼보 고성능 라인업 폴스타, 독립 브랜드로 론칭..전기차 출시 계획
볼보, 2019년부터 국내 소개하는 모든 신차는 친환경차로 구성..‘주목’
이윤모 사장, “볼보 XC60 판매 가격..유럽보다 3000만원 저렴”
PC 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