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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안사는 30代, 車 못사는 30代

김성민 기자

입력 : 2017.09.18 19:27

수정 : 2017.09.18 21:50

중견기업 5년 차 직장인 윤모(34)씨는 자동차를 살 생각이 없다. 주말에 차량이 필요하면 카셰어링 업체를 이용한다. 그는 “어차피 평일엔 복잡한 도심에 있는 회사로 차를 끌고 가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며 “막상 차를 사도 주말에만 이용하는데 목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자동차의 주 수요층이던 30대가 자동차 구매를 꺼리면서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3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생애 첫 차를 샀지만 실업률 증가로 인한 취업 나이와 결혼 연령 상승, 재테크에 대한 인식 변화, 카셰어링의 확산 등으로 자동차 구입을 줄여가고 있다. 우리가 이미 고령화와 젊은 층의 소비 감소에 접어든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료: 국토교통부, 통계청
자료: 국토교통부, 통계청
◇30대 자동차 구입 비중 처음으로 20% 아래로 추락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전체 중 18.2%였다. 30대의 자동차 구매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올 상반기 30대가 사들인 승용차는 14만4360대로 작년 상반기(16만2422대)보다 11.1% 감소했다. 그동안 30대는 전체 자동차 구매의 21~23%를 차지하며 40대와 함께 자동차 구매를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30대를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생애 처음으로 차량을 구입하는 시기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2012년 전체 자동차 구매 중 23%에 달했던 30대의 구매 비중은 작년 20%로 내려앉더니 올해 상반기는 그 비중이 더 쪼그라들었다. 20대와 40대의 자동차 구매 비중도 각각 7.7%, 3.5% 줄었지만 30대의 감소 폭이 더 컸다.

30대가 자동차를 안 사는 이유는 경제적 측면이 가장 크다. 날이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평균 신입사원 연령이 높아졌고, 그만큼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자산을 30대에 형성하기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로 1999년 IMF(10.7%) 이후 가장 높았다. 1998년엔 25.1세였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도 작년엔 28.6세로 상승했다.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도 자동차 구매 비중 감소와 관련이 있다. 2010년 31.84세였던 남성의 초혼 연령은 작년 32.79세로 높아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보통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 패밀리카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아기를 낳는 시기도 늦춰지면서 차량을 직접 소유하려는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30대가 생애 첫 차로 많이 구입하는 국산 소형차의 올 1~8월 판매량은 7698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3377대)보다 42% 급감했다.

◇불필요한 소비 줄이는 30대, 카셰어링 활용

30대의 재테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점도 영향이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박모씨는 “차를 가만히 세워놔도 보험료·자동차세 등 돈이 나가고, 감가상각까지 생각하면 돈을 갉아먹는 존재”라며 “재테크를 고려하면 차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는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 비중이 급감했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소유의 필요성이 낮아졌다.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안 사면서 일본의 내수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1990년 789만대에서 최근에는 연간 550만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20·30대는 아예 운전면허를 따는 것을 꺼린다. 도요타가 2011년에 일본 만화영화 ‘도라에몽’을 이용해 만든 한 TV 광고는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

이 광고는 30세가 된 주인공이 운전면허를 따지 않아 제대로 된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본에는 자동차를 사고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며 “우리나라도 자동차 대신 다른 취미 생활에 집중하는 30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하는 시간에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차량을 빌려서 탈 수 있는 카셰어링 시장이 확산하면서 자동차를 보유할 필요성이 적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차량 공유 업체 ‘그린카’에 따르면 올 상반기 30대의 차량 공유 이용 비중은 전체 중 19.9%로 작년 상반기(18.5%)보다 늘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30대의 차량 구매를 늘리기 위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GM은 ‘코랄핑크색’ 경차 ‘스파크’를 내놓는 등 젊은 층 마케팅을 강화했고, 현대차그룹은 아예 차량 공유 서비스에 직접 뛰어들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가 활성화되면 자동차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업체들이 젊은 층이 탈 만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인 신차를 개발하는 등 수요와 구매력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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