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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블랙박스] BMW·페라리 꽝… 친구 끌어들여 보험사기

김선엽 기자

입력 : 2016.11.03 01:15

지난해 6월 3일 오전 4시 15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일방통행 도로에서 고급 외제차인 페라리와 BMW가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을 한 BMW 운전자 이모(24)씨의 과실이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페라리가 4억4000만원짜리로 워낙 비싼 차였기 때문에 운전자 한모(42)씨는 피해보상금으로 38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런데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이씨가 BMW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씨는 "고향 친구 김모(24)씨가 빌려준 차"라고 했다. 수상히 여긴 보험사는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보험사기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이씨에게 차를 빌려준 친구 김씨가 지난달 "친구를 배신한 죄책감 때문에 못 살겠다"며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11년 보이스피싱(전화 사기)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사기 혐의로 구속된 손모(30)씨를 만났다. 김씨는 "보험사기에 가담하면 보험금을 나눠 주겠다"는 손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출소 후 구체적인 실행에 착수했다.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손씨는 페라리와 7000만원짜리 BMW를 사서 직원 한씨와 이모(24)씨 명의로 등록해뒀다. 사고를 낼 운전자를 물색하는 것은 김씨의 몫이었다. 김씨는 충북 청주에서 올라와 서울 지리를 모르는 친구 이씨를 골랐다. 김씨는 이씨와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이씨에게 BMW를 운전하게 했다. 한씨는 페라리로 대기하고 있다가 이씨 BMW가 일방통행로에 들어오자 일부러 들이받았다. 일방통행로 충돌사고는 역주행한 차량의 과실이란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그러나 손씨가 김씨에게 보험금을 나눠주지 않아 사달이 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 4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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