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5 19:00

지난달, KG 모빌리티(KGM)는 토레스 라인업의 마지막 조각을 정교하게 끼워 넣으며 완전한 퍼즐을 완성했다. 바로 토레스 하이브리드(HEV)의 등장이다. 2022년 가솔린 모델을 시작으로, 2023년 바이퓨얼 LPG와 EV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던 KGM은 HEV를 마지막으로 진정한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하이브리드 SUV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KGM의 이러한 행보는 시기적으로도 절묘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SUV 시장은 약 70만대 규모로 성장했고, 이 중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은 무려 34%에 달한다. 불과 5년 전인 2019년, 전체 점유율이 4%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6배 이상의 급격한 성장이다.
업계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가 인상과 전동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하이브리드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 등장한 토레스 HEV는 기존 모델의 성공 DNA를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정교하게 접목시켜 친환경성과 연비 효율성을 한층 끌어올린 KGM의 야심작이다. 준중형과 중형 SUV의 경계를 넘나드는 토레스 HEV는 그 자체로 '정통 하이브리드 SU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HEV 대중화를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외관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강인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디자인은 KGM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면부는 짧고 반복적인 세로격자의 버티컬 라디에이터 그릴과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 범퍼를 적용해 와일드하고 강인하다.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한 DRL이 포함된 LED 헤드램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입체적인 조형미로 카리스마를 더한다.
후드에는 근육질 SUV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은 굵은 캐릭터 라인이 살아 있고, 야외 활동을 고려한 후드 가니쉬는 고프로 장착부터 보호장비 거치까지 실용성을 높였다. 안개등 역시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스퀘어 타입의 안개등이 차체 하단까지 연결돼 마치 한 덩어리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측면부는 단단한 직선의 미학을 보여준다. 각진 형태의 휠아치 가니쉬와 사각형 플래그 타입 아웃사이드 미러는 정통 SUV의 거친 멋과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휠 역시 존재감을 더한다. 기본 17인치 알로이 휠에서 시작해, 트림에 따라 18인치, 20인치 다이아몬드 컷팅 휠이 선택 가능해 외관 완성도를 높였다.
후면부는 정통 SUV의 상징인 스페어 타이어 디자인이 리어 가니쉬로 재해석됐다. 여기에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리' 문양을 형상화한 램프 제동등이 대한민국 SUV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테일게이트 리어렛치는 우측면에 배치해 전통적인 SUV 감성을 부각시켰고, 넓은 와이드 하이 마운티드 스탑 램프는 뒤차에 강한 시인성을 제공하며 안전성을 높였다.

실내는 와이드한 공간감과 심플한 수평형 레이아웃을 제공해 세련되고 편안하다. 탑승과 동시에 눈길을 끈 건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KGM 링크 내비게이션을 하나의 화면으로 연결한 파노라마 와이드 스크린이다. 이 스크린은 차량 내 정보 제공이 명확하고, 사용자 조작도 직관적이다. 슬림한 대시보드와 수평으로 디자인된 센터페시아는 SUV의 강점인 넓은 시야를 확보해 주행 시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가죽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더블 D컷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향상됐으며, 스포티한 드라이빙 성능과 잘 어울린다. 특히 앰비언트 라이트는 32가지 색상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 야간 주행 시 감성적 만족감까지 더했다.

편의 사양도 업그레이드했다. 클러스터와 AVNT(Audio·Video·Navigation·Telematic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KGM의 차세대 통합 UX 플랫폼 '아테나 2.0' 적용으로 사양 편의성을 개선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KGM 링크(인포콘: 기존 명칭)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사용성과 시인성을 향상시켰다. 이 시스템은 모바일 원격 제어, 홈 loT(Car to Home), 맵 인 클러스터, 실시간 길 안내, 음성 인식 제어 등 다양한 편의·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해 차량 관리 효율성을 증대한다. 특히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12.3인치 스마트 미러링 서비스를 지원해 평소 휴대폰에서 사용하던 UI∙GUI를 차량의 화면에 가져와 적용 가능하다.
OTA 무선 업데이트도 기본 제공돼 정비소 방문 없이 차량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사용성 면에서 한층 진보했다.
알파인 오디오 시스템은 옵션으로 제공되며, 6스피커의 풍부한 사운드 이미징으로 마치 공연장을 옮겨놓은 듯한 생생한 청취 경험을 선사한다. 1열 시트의 헤드레스트는 행거형 구조로 외투나 쇼핑백을 깔끔하게 걸 수 있으며, 시트백 테이블은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센터 콘솔은 무선 충전기와 다용도 수납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2열 또한 USB-C 포트 2개를 추가로 갖춰 장거리 여행 시 전자 기기 충전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차체는 전장 4705mm, 전폭 1890mm, 전고 1720mm, 휠베이스 2680mm의 크기로 성인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적당하다.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은 장거리 여행자에게 확실한 차별 포인트이다.
트렁크는 기본 687L로 최대 4개의 골프 가방과 4개의 보스턴백을 수납할 수 있다. 2열을 접으면 1510L까지 확장돼 캠핑, 차박 등 짐이 많은 가족 여행에도 무리 없이 넓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토레스 HEV는 KGM이 BYD와 2023년 11월 '차세대 HEV 시스템 공동 개발 협약' 체결 후 약 15개월간 충분한 검증 기간을 거쳐 개발한 KGM의 첫 번째 HEV 모델이다. 이 모델은 새롭게 개발된 1.5터보 가솔린 HEV 전용 엔진과 직병렬 듀얼 모터가 적용된 듀얼 테크 HEV 시스템을 결합시켜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HEV 기술을 적용했다.
1.5터보 가솔린 HEV 전용 엔진은 밀러(Miller) 사이클 행정, 가변형 터보차저(VGT) 적용 등 15가지의 최신 연비 기술이 적용됐다. 실린더 블록 내부에도 최신 코팅 기술을 적용해 엔진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기존 250bar에서 350bar로 연료를 고압 분사해 출력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최소화시켰다.
듀얼 테크 HEV 시스템은 BYD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바탕으로 KGM이 새롭게 개발한 차세대 HEV 시스템으로 130kw의 대용량 모터가 구동축에 가깝게 위치한 e-DHT(ef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와 결합해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00N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또 다른 모터는 엔진과 병행 발전을 전적으로 담당해 대용량 1.84kw 배터리 충전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에 따라 도심 주행 시 EV 모드로 94%까지 주행 가능하며 리터당 15.7km(복합 연비, 18인치 휠 기준)의 최고 연비를 자랑한다.

시승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경험했다. EV 모드만으로도 도심 주행의 94%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전기차에 가까운 효율성과 정숙함을 제공한다. 고속 주행에서는 엔진과 모터의 듀얼 파워로 응답성도 뛰어나다. 실제로 도심에서의 부드러운 스타트와 정차, 고속에서의 중간 가속 성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한, 3단계 회생제동 시스템과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까지 더해져 주행 자체가 전기차를 타는 듯한 친숙함을 준다.
정숙성·승차감도 만족스럽다. 20인치 흡음형 타이어와 차체 하부의 흡음 설계, 그리고 A~C필러에 동급 최대 흡음재까지 적용돼 HEV 차량에 요구되는 정숙성을 충분히 충족시켰다. 실내에서 들리는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최소화돼 정숙하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도 차량이 잘 잡아주며 차체 강성도 훌륭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때는 엔진이 깨어나면서 역동적인 반응을 드러내지만 이마저도 라이벌과 비교하면 조금 차분한 수준이다. 오히려 차의 타깃층을 생각하면 지금의 세팅이 더 알맞게 다가온다. 주행 모드는 에코, 스포츠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지만 각 모드 간의 변화는 비교적 완만하다.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의 반응에서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으나, 드라마틱하게 성격이 변하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진가를 발휘한 건 제동 시스템이다. 회생 제동 감도가 매우 자연스럽고, 정속 주행이나 도심 속 잦은 가감속 상황에서도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별도의 적응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며, 타력 주행 시에도 차량이 기분 좋게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느껴지던 불연속적인 제동감이 거의 없다는 점은 일상 주행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준다.
안전도 신경썼다. 최첨단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인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및 첨단 주행안전 보조 시스템 딥컨트롤은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을 능동적으로 인지해 운전자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위험 상황까지 대응해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한다.
이 외에도 앞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차로 중심을 추종해 주행하는 IACC, 주행 중 전방 충돌이 예상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자동으로 제동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긴급제동 보조(AEB), 하차 시 후측방 차량 접근에 대해 경고 표시를 해 탑승객 안전을 보호하는 안전 하차 경고(SEW) 등이 대거 적용됐다.
토레스 HEV는 높은 가격 경쟁력도 매력이다. 개소세(3.5%)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으면 T5 3140만원, T7 3635만원으로 책정했다. 가솔린 대비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