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2 14:56

"르케쉐(르노·KG·쉐보레)는 잊어주세요. 이젠 현기르(현대·기아·르노) 시대입니다"
지난 17일, 르노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황재섭 르노코리아 세일즈·네트워크 총괄 전무는 이 같은 말로 포문을 열었다. 단순한 언어 선택의 문제를 넘어, 르노코리아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르노코리아는 올 1분기(1~3월) 동안 국내에서 총 1만359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5491대) 동기 대비 147.6% 증가한 수치로, 내수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반등세를 입증했다.
이 같은 실적을 견인한 주역은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다. 출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1분기 동안 1만1341대가 판매, 전체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황 전무는 "그랑 콜레오스는 단순히 디자인이나 마케팅만으로 성공한 차가 아니"라며, "강력한 성능, 효율적인 연비, 초고강도 고품질 소재, 그리고 최첨단 안전·편의 사양까지 모두 갖춘 차로, 실질적인 상품성과 신뢰도가 고객에게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올해 초 국내 주요 자동차 전문 평가에서 SUV 부문 3관왕을 석권하며 '2025년 올해의 SUV'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황 전무는 "좋은 상품만으로는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며, 세일즈 네트워크의 혁신을 이번 실적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전국에 167개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대형 수입차 딜러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태영모터스, 위본모터스 등 수입차 기반 메가 딜러들도 합류를 마쳤다.
황 전무는 "지금 영업 현장은 과거와 다르다.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구조가 됐고, 그에 맞는 인프라로 빠르게 재편 중"이라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젊은 층을 겨냥한 고급 매장인 'rnlt 콘셉트'도 본격 추진 중이다. 성수, 분당, 스타필드 수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리뉴얼하며, 고객 체험 중심의 프리미엄 쇼룸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과 시스템 못지않게 영업 조직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황 전무에 따르면 그랑 콜레오스 출시 이후 영업사원 1인당 평균 판매량은 5.7대로, 과거 1.9대 대비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재 영업 인원도 780명에서 약 1250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황 전무는 "이제는 찾아다니는 영업이 아니라, 고객이 찾아오는 영업"이라며, "쉽게 말해 차도 좋고, 영업 환경도 좋아졌고, 수익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황 전무는 르노코리아를 "차 사관학교, 영업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교육에 강점을 둔 회사라고 소개하며, "질적 성장 중심의 영업 인재 육성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논란이 된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 황 전무는 "이제는 디지털 접점이 필수"라면서도, 회사의 '원프라이스' 가격 질서를 깨뜨리는 방식의 '비공식 온라인 할인'은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황 전무는 "우리 영업 시스템은 원프라이스 정책을 기반으로 설계됐다"며, "그게 흔들리면 지금의 고객 신뢰도, 영업 구조도 모두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그랑 콜레오스 이후의 신차 전략과 관련해서도 황 전무는 '고객 중심'이라는 키워드를 거듭 강조했다. 황 전무는 "어떤 브랜드들은 회사 니즈에 따라 글로벌 전략 차종을 그대로 가져온다"며, "하지만 우리는 시장이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차를 내놓는다. 그게 차이를 만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출시될 전기차 세닉 E-테크 등 차세대 모델의 런칭도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닌, 차별화된 마케팅과 세일즈 전략으로 르노코리아만의 방식을 보여줄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황 전무는 마지막으로 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을 단순히 좋은 차였기 때문으로만 보지 않았다. 황 전무는 "제품의 성능, 품질, 영업망, 마케팅, 고객 경험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뤘고, 여기에 정확한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졌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올 신차들도 훨씬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