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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칼럼] SUV의 급부상..세단은 정말로 종말을 맞게 될까?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입력 : 2018.07.16 00:13

수정 : 2018.07.16 00:13

세단의 인기가 줄어들고 SUV가 대중화되면서 미국의 포드는 이제 세단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게다가 크라이슬러 그룹 역시 세단 중심의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정리하고 SUV와 트럭 중심의 지프(Jeep)와 닷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GM은 현재로서도 SUV와 트럭 모델 구성이 매우 촘촘해서 현재의 모델 군으로도 여전히 SUV와 트럭의 비중이 정말 높다. 그렇다면 과연 가까운 미래에 미국 시장에서 세단은 사라지게 될까?

미국 메이커의 모델을 보면 정말로 픽업 트럭과 SUV 중심으로 돼 있고, 승용차들은 곁다리로 존재하는 느낌이지만 유럽은 반대로 세단형 승용차 중심이다.

그런데 크라이슬러는 최근에 300C나 200 같은 세단 모델들을 모두 단종시켰고, 포드 역시 대표적인 세단 토러스(Taurus)를 2013년형 이후로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포드가 만들고 있는 승용차는 2도어 쿠페 머스탱(Mustang)이 유일하다.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정말로 세단은 미국 시장에서 사라지는 걸까? 그런데 세단 이외의 승용차, 가령 해치백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그 동안 잘 팔리지 않는 모델 군이었고, 그나마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가 팔리던 미국 시장에서 이제 4도어 세단 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미국 소비자들은 세단을 타지 않는 걸까?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베스트 셀링 세단 모델은 존재한다. 바로 일본산 중형 세단들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중형 세단 시장을 한국산 세단들이 채워주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 소비자들은 중형 세단 이상의 급에서는 덩치 큰 SUV로 몰려가는 것일까? 그런데 미국 소비자들의 차량 선호 형태를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중형 세단 이라는 장르가 존재하지는 않았었다.

미국에서 중형 세단이 등장한 건 1970년대의 오일쇼크 이후 고 유가를 틈타 미국 시장에 들어온 일본제 승용차들이었다. 그 이전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알맞게 덩치 큰 SUV와 승용차들만 탔다.

물론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알맞은’ 차량의 크기는 단지 큰 게 아니라, 쓰기 편한 크기이다. 미국에서 ‘쓰기 편한’ 크기의 차량이나 SUV는 쉐보레 서버번(Suburban) 등이 대표적이다.

쉐보레 서버번은 1932년에 등장한 이후 85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모델이다. 1930년대에 등장한 초대 서버번 모델은 4륜구동 차량도 아니었고 SUV는 더더욱 아니었다. 단지 0.5톤 적재량의 트럭 섀시(chassis)를 바탕으로 만든 웨건형 차량이었다.

즉 승용차였음에도 차체 높이는 2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던 것이다. 게다가 차체 구조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이른바 프레임구조였다. 당연히 견고하지만 높고 무거웠으며 연비는 좋지 않았지만, 휘발유 값이 싼 미국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오늘날 우리들이 보는 3박스 구조의 세단형 승용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차체 뒤쪽에 별도의 ‘트렁크’를 단 2박스 형태의 승용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후로 트렁크기 차체 구조로 정착된 3박스 구조의 승용차가 나타나지만, 여전히 차체가 높고 무거운 프레임 방식은 유지되면서 그런 유형의 차량들이 1950년대 초까지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1951년에 허드슨(Hudson,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이다) 이라는 브랜드에서 별도의 프레임을 없애고 차체와 일체로 만들어진 ‘모노빌트(Monobuilt)’라고 하는, 오늘날의 일체구조식 차체, 즉 모노코크와 같은 개념의 차량을 내놓는다.

이로써 차체는 더 가벼워지면서 낮아지면서 날렵하고 승차감과 가속성능이 좋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가벼운 승차감과 구조를 좋아하지 않아서 여전히 8기통 이상의 대형 가솔린 엔진을 가진 전통적(?) 구조의 덩치 큰 차량을 고수하는 소비자들이 대형 SUV 시장을 이끌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모노코크 세단 구조는 모든 승용차들의 평균이 됐고, 원래의 높은 차체에 프레임을 가진 구조는 이제는 대형 SUV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지금의 미국 소비자들이 ‘실용적인 크기의 차량’을 타게 되면서 작은 크기의 세단은 인기를 잃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상 미국에서 세단이 안 팔리는 게 아니라, SUV로 대표되는 대형 승용차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빅3는 ‘돈되는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경영적 판단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일본의 소형 승용차가 미국 시장을 뒤흔들었고, 경제적인 모델이 없었던 미국의 빅3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형급 이하의 세단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세단을 단종시키는 근시안적 경영을 하고 있는 미국 메이커들을 보면서 정말로 ‘세단의 종말’이 올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만약 유가가 다시 요동을 친다면, 세단으로 대표되는 효율적인 승용차를 없애버린 미국 메이커들에게 ‘저들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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