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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공룡 같았던 SUV..지프 그랜드 체로키 3.0 서밋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4.04 13:06

수정 : 2018.04.04 13:06

공룡을 만난 것 같았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 ‘사골’이라는 부정적 워딩 보다는 공룡이 맞다. 출시된 지 제법 노후된 모델인 건 맞지만, 거대한 고대의 존재를 맞닥뜨린다면 고루함 보다는 경외감이 느껴지니까.

1992년 출시된 이래 벌써 4세대에 이른 모델이지만, 왠지 랭글러 못지 않은 옛날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런데다 거대하기 까지 하다니...공룡이란 비유가 제격이다.

■ 한마디로 ‘시원시원한’ 디자인

그랜드 체로키의 외관 디자인을 흔한 비유대로 말한다면, ‘시원시원’하다.

지프의 헤리티지로 자리잡은 특유의 그릴, 크롬을 덧대 다소 과장된 인상이지만, 덩치에 걸맞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좋은 디자인 포인트다.

다소 클래식한 외관이지만, 바이제논 HID 헤드램프, LED 주간주행등 등 근래의 SUV들이 갖추고 있는 건 모두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유행에 발맞추는 미중년을 보는 느낌이랄까.

범퍼 디자인은 사다리꼴 형태의 에어인테이크 결합, 한껏 추켜올려진 모습이다. 덕분에 장엄한 인상을 보이는 한편, 정통 SUV로서 오프로드 주파력까지 겸비한 ‘기능성의 디자인’ 같아 보이는 역할도 한다.

측면부는 꾸밈없이 굵직하게 자리잡은 캐릭터라인들이 인상적이다. 한껏 각이 잡힌 휠 아치 디자인은 단단한 인상을 더하며, 큼지막하게 부착된 ‘그랜드 체로키’ 레터링은 전설로 남은 지프의 SUV ‘왜고니어’를 연상시키는 감각이다.

이러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 경향은 후면부에서도 이어진다. 기교가 잔뜩 더해져 복잡하다는 인상까지 주는 근래의 SUV와는 다르다. 번호판 하단에 자리 잡은 트렁크 버튼 또한 ‘멋’보다는 ‘기능’에 집중된, 다분히 미국차 스러운 실용주의의 전형이다.

다만 여기저기 자리 잡은 레터링이 다소 시선을 분산시킨다. 4X4 라고 쓰지 않아도, 디젤이라고 쓰지 않아도, 이 차가 디젤 엔진이 탑재된 사륜구동차란 건 짐작할 수 있기 때문.

■ 투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실내는 다소 심심한 미국차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갖출 건 모두 갖췄다.

고급 세단에서 흔해진 대화면 TFT LCD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심플함을 얻으면서 다양한 정보를 구현할 수 있단 점은 장점이지만, 기대 만큼 화려한 맛은 덜하다.

시트에 앉으면 미국차 특유의 푹신한 착좌감이 운전자를 감싼다. 높은 차체 탓에 시야도 널찍하고, 듀얼 패널로 구성된 선루프는 개방감을 배가시킨다.

큼지막한 스티어링 휠은 만족스러운 질감의 가죽 소재가 적용됐으며, 기어노브, 암레스트 등 손이 닿는 부분들의 가죽 질감도 제법 매끄럽다.

터치스크린이 내장된 8.4인치 디스플레이는 미국차로선 드물게도 한글화에 대한 완성도가 높다. 특히, 수입차 치곤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완성도가 만족스럽다. 주차장과 주요 건물에 대한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길을 찾거나 인근의 정보를 확인하기에도 좋다.

이 밖에도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보조 시스템, 긴급제동 상황을 예측하는 레디 얼러트 브레이킹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도 패키징돼 상품성도 높다.

오디오는 근래 경험한 모델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수준에 위치한다. 시승차량인 3.0 디젤 서밋 모델에는 하만카돈의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되는데, 19개의 스피커, 3개의 서브우퍼, 825W 출력의 앰프는 웅장하고 파워풀한 음장감을 선사한다.

■ 의외의 퍼포먼스

시승 차량은 3.0리터 6기통 디젤엔진과 ZF제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모델로, 최고출력 250마력, 56.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디젤엔진이지만, 정숙성은 만족스러운 수준. 가속 시 6기통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만 느낄 수 있을 뿐 정차 중 소음이나 진동은 꽤나 억제된 느낌이다.

최대토크는 1800rpm에서 터져 나온다. 때문에 2.5톤에 육박하는 차체의 거동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묵직한 맛도 있지만, 낮은 영역에서 발생되는 토크 탓에 시내 주행에선 덩치에 안 어울리는 날랜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 주행에선 다분히 미국차 스러운 모습이다. 초반 가속 보다 두드러지는 중 후반의 고속 영역의 가속 성능 덕분이다. 다소 꿀렁이는 움직임을 보일 것 같지만, 고속 주행에서의 움직임은 제법 단단한 편이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긴 것인지, 굽이진 인터체인지를 빠르게 빠져 나가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다만 쾌적한 개방감에 반해 제원보다 큰 차를 운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회전 반경이 짧은 탓에 ‘의외로’ 쉽게 운전할 수 있는 BMW X5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비포장로에서는 지프의 진가가 발휘된다. 시승 차량은 쿼드라-드라이브 4WD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이를 통해 특정 한 바퀴에 모든 토크를 집중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눈길, 오프로드 등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을 탑재, 주행 조건에 따라 지프의 축적된 오프로드 노하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 SUV의 시대, 오리지널이어서 더 빛난다

지프와 크라이슬러를 포함, FCA의 차량들을 시승하면 늘 의외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어쩌면 보여지는 것에 대한 편견일까, 한없이 물렁물렁하고 고루한 움직임을 보일 것 같았지만, 의외의 날랜 움직임, 그리고 검증된 오프로드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덩치만 크고 둔한 ‘티라노사우르스’ 일줄 알았는데, 날랜 움직임을 보였던 ‘벨로시랩터’였다.

정통 SUV로서의 가치도 빛난다. 그랜드 체로키 보다도 럭셔리한 SUV, 더 예쁜 SUV가 나오고 있지만, 오리지널로서의 존재감은 카탈로그에서 나타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다.

예쁘장하고 귀여운 소형 SUV가 득세하는 시대. 반려견 같은 순한 SUV 보다 공룡같은 SUV를 원한다면, 그랜드 체로키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시승한 그랜드체로키 3.0 서밋의 가격은 80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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