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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버스 사건' 1년… 아이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입력 : 2017.07.20 03:04

수정 : 2017.07.20 10:22

눈앞에 켜진 모니터에서 만화영화가 흘러나왔지만, 병상에 누운 아이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일 뿐 한곳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목에서는 가래가 끓는 듯 연신 '그르릉~' 소리가 났다.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동구 전남대병원의 한 격리병실. 작년 7월 35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7시간 넘게 방치돼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최모(5)군은 1년 가까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침이나 하품 등 무의식적인 반응 외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시로 몸이 굳고, 구토를 하는 증세도 그대로다. 코에 꽂은 튜브로 음식물을 공급받고, 목에 착용한 기구로 가래를 제거한다.

지난해 7월 불볕더위 속 찜통이 된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최모(5)군의 코에 어머니 이모(38)씨가 튜브를 꽂아 음식물을 공급하고 있다. 최군의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다. /김성현 기자
지난해 7월 불볕더위 속 찜통이 된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최모(5)군의 코에 어머니 이모(38)씨가 튜브를 꽂아 음식물을 공급하고 있다. 최군의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다. /김성현 기자
최군은 지난해 7월 29일 방학 중 돌봄교실에 등교한 지 사흘 만에 사고를 당했다. 오전 9시 10분쯤 유치원에 도착한 통학버스에서 다른 아이 8명은 내렸지만 최군은 홀로 남겨졌다. 인솔 교사와 버스 기사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최군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뜨겁게 달아오른 버스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둘째(3)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며칠 후 방학이래요. 작년 일이 다시 떠올라서…." 최군의 어머니 이모(38)씨는 눈물부터 쏟았다. 큰아들인 최군이 사고를 당한 이후 가족은 광산구 비아동에서 첨단 2동으로 이사를 했다. 형과 같은 유치원에 다녔던 둘째는 이제 집에서 5분 거리인 다른 유치원으로 간다. 고모와 걸어서 다닌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 유치원이 아이들을 데리고 버스 편으로 외부 견학을 가는 날엔 둘째를 집에서 쉬게 한다. 행여나 작은아들마저 버스에서 무슨 사고라도 당할까 봐 무섭기 때문이다.

사고 후 인솔교사와 버스기사, 주임교사는 기소돼 각각 금고 8개월, 금고 6개월,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유치원에 폐쇄명령을 내리고, 원장과 교사들을 해임 처분했다. 하지만 유치원은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법원이 유치원이 낸 폐원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폐원명령 취소소송은 다음 달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해임 처분도 절차상 잘못을 이유로 교육부에서 무효 결정이 났다. 원장은 지금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이씨는 한순간도 큰아들 곁을 떠나지 못했다. 자칫 침이나 가래가 목에 걸려 구토가 일어나면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치료비는 버스공제조합에서 내주고 있지만, 간병비와 생활비 등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 동포인 최군 가족이 한국 영주권을 받으려면 20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최군에 대한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해 공공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구청과 동사무소가 주선하고 있는 민간단체 후원엔 한계가 있다. 이씨는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다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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