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1 11:46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과 디자인, 그리고 장인정신의 도시로 불리는 이곳에서, 기자는 하나의 소재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이끄는 기업을 만났다. 브랜드, 회사, 그리고 제품명까지 모두 동일한 이름 '알칸타라(Alcantara)'다. 1972년 설립된 이 이탈리아 기업은 자동차, 패션, 인테리어, 테크 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이는 독보적인 감성 소재 알칸타라를 통해,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제안한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알칸타라 본사를 찾았다.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느껴지는 공간의 무드, 그리고 알칸타라가 전하는 촉감과 철학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선 경험이었다.


알칸타라 본사는 한눈에 보기에도 세련된 미니멀리즘과 정제된 디자인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맞이한 그레이 톤의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는 도회적이고 시크한 첫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그 인상은 손끝이 벽에 닿는 순간 완전히 바뀐다. 차가운 시멘트 표면일 거라 예상했던 콘크리트는 놀랍도록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전해준다. 알고 보니, 콘크리트처럼 보였던 이 벽 역시 알칸타라 소재로 마감된 것이었다.
의자, 소파, 그리고 미팅룸의 패널까지 공간 곳곳에 사용된 알칸타라 소재는 눈에는 도시적 세련미를, 피부에는 따뜻하고 섬세한 감각을 전달한다. 이 공간은 그 자체로 알칸타라의 철학, 감성, 기술이 집약된 실험실이자 쇼룸이다.

본사 방문 중 만난 유지니오 롤리 알칸타라 회장은 "알칸타라는 단순한 마이크로파이버가 아니다"며, "우리는 기술, 감성, 지속 가능성, 미학이 통합된 독립적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로, 단순한 소재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어 "우리는 산업의 언어가 아니라, 감성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며, "그래서 예술가도,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도 우리와 협업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알칸타라는 1972년부터 독점적인 기술로 생산된 소재다. 가벼움, 우아한 미감, 높은 내구성과 통기성, 내열성, 고접착력이라는 뛰어난 기능적 장점을 갖췄다.
무엇보다 손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독보적인 촉감은 알칸타라가 '소재'가 아닌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이유다. 알칸타라는 보기 위한 것만이 아닌, 만지고, 느끼고, 기억되는 소재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알칸타라의 모든 소재는 '메이드 인 이태리(Made in Italy)'다. 제품의 생산과 R&D는 이탈리아 중부 우브리아의 네라 몬토로에 위치한 두 개의 시설에서 이뤄진다. 밀라노 본사는 그 창의성과 철학의 허브 역할을 한다.


본사에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사례도 볼 수 있었다. 페라리 등 슈퍼카의 인테리어, 루이비통 등 명품 패션 브랜드 컬렉션,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기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쓰인 알칸타라의 변신은 놀라웠다. 하나의 소재가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각기 다른 브랜드의 개성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 소재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알칸타라는 페라리, 부가티, 맥라렌, 달라라 스트라달레 등 럭셔리 슈퍼카에 주로 공급된다. 국산차 현대차그룹 아이오닉 5 N이나 제네시스 등도 알칸타라 적용이 차츰 늘고 있다. 일본 업체 렉서스 역시 오랜 고객이다.
알칸타라는 디자인과 예술 분야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 세계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알칸타라 소재를 예술적 표현의 매개체로 진화시켜 왔다.
미술관, 전시 공간, 설치 예술 작품 속에서도 알칸타라는 단지 물성을 지닌 재료가 아니라 '감성을 담는 그릇'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예술과의 접점은 브랜드의 상업성을 넘어 창의성과 철학을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알칸타라는 소재와 철학뿐만 아니라 환경적 책임에 있어서도 업계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2009년 탄소중립 기업 인증을 받은 이후 매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증된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수명주기 말기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순환 경제 실현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전략이 아니라 알칸타라의 브랜드 가치이자 책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페라리의 최신 슈퍼카 '푸로산게'다. 알칸타라는 이 모델의 인테리어에 68%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구성된 소재를 제공했다. 이 소재는 알칸타라 자체 공정에서 남은 소비자 폐기물을 활용한 것이다.
유지니오 롤리 회장은 "우리에게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고급스러움도, 환경의 책임도 함께 갈 수 있다고 우리는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칸타라 본사 방문은 단순한 브랜드 탐방을 넘어, 한 기업이 어떻게 '촉감'이라는 감각을 중심에 두고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지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회사의 건축, 소재, 감성, 지속 가능성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끼는 '소재의 철학'. 그것이 바로 밀라노에서 만난 알칸타라의 진짜 본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