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칼럼

[구상 칼럼] 미래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와 방향성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교수

입력 : 2019.01.11 18:14

수정 : 2019.01.11 18:14

디지털 기술에 의한 자동차의 변화와 아울러 아프리카와 베트남에서의 신생 자동차 메이커의 출현 등으로 오늘날의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은 전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이 틀림 없다.

이제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너무나 많이 들어서 일상적(?)이다. 이처럼 최근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의 하나인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디지털 기술에 의한 인류산업 전체의 변혁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2005년에 출간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역사에서 1차혁명을 농경의 시작으로 보고 있지만, ‘한계비용 제로 사회(Zero Marginal Cost Society, 2014)’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1차 혁명을 증기기관의 발명에 의한 대량생산의 기반 제공으로, 1890년의 전기동력 상용화를 2차 혁명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증기기관의 발명을 두 번째 혁명이라고 해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3차 혁명에 대해서는 1995년의 상업인터넷, 이른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의 등장이라는 데에 일치된 관점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딱 들어맞는 통일된 견해는 찾기 어렵지만, 대체로 디지털 정보기술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된 2016년 전후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이 제시한 인류 역사에서의 혁명 중에서 앞의 세 번은 모두 제조업, 즉 식량이나 물건을 만드는 방법에서의 변화에 그 핵심이 있었다. 그러나 4차혁명은 제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보’라는 것, 즉 보다 포괄적인 산업의 역동적 기술요인에 초점이 있다.

이와 같은 기술패러다임 변화의 한가운데에 바로 오늘날의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은 매 시기마다 다양한 사회적 혹은 산업적 요인들에 의해 변화되어 왔으며, 그러한 변화가 자동차라는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 변화들 중 오늘날의 4차산업혁명에 의한 변화는 전통적(?) 모습의 수송기계로서의 자동차를 전혀 다르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바로 최근의 화두 MaaS(Mobility as a Service)와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로 대표되는 자동차의 범위와 제품의 성격 변화가 그것이다.

즉 제품의 개발이 과거의 개별 제품 중심의 하드웨어(hardware) 개발을 중심으로 했던 것에서 그 제품을 구성하는 기능과 그것의 응용이 포함된 소프트웨어(software)까지 확대되고, 나아가 제품 사용에 따른 경험과, 그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스토리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대상 역시 20세기 전반에는 제품 본체에만 국한되었던 것에서 이제는 토털 서비스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제품의 개발과 관련된 기술은 대체로 하드웨어(hardware)적 기술과 소프트웨어(software)적 기술로 나눌 수 있다.

하드웨어적 기술은 기구의 설계와 제조, 조립, 시작(試作) 등 제품 그 자체를 물리적으로 성립시키기 위한 기술이며, 소프트웨어적 기술은 하드웨어적 기술 이외의 부분으로, 디자인(또는 스타일링),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추상적이고 무형적 성격이 강한 기술이다.

20세기까지 자동차산업에서는 하드웨어적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메이커들이 시장을 이끌어왔고, 또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새로이 생겨난 전기동력 차량의 제조사들 대부분은 전통적 하드웨어적 기술의 강점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자동차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 아프리카와 베트남 등지에서 전통적 기술에 기반한 자동차를 만드는 신생 메이커들 역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후발 메이커들 역시 기존의 선진 메이커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기존 메이커들과의 경쟁 방법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적 기술에서 시각적인 부분이 가장 높은 비중을 가진 디자인 차별화가 영향력을 가진다. 21세기에 와서 오히려 시각적 차별화가 부각된다는 것은 마치 60여 년 전의 테일 핀과 크롬으로 뒤덮였던 자동차의 아르데코 시대를 떠올리는 일면이 있다.

물론 테일 핀과 크롬 장식은 단기적으로는 비판 받았지만, 거시적으로는 하나의 시대 유형을 만들어 냈으며, 이후의 기술발달의 시금석이 됐다는 점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스타일링 개념은 과거의 그것과는 그 모습이나 내용, 그리고 접근방법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이와 유사한 활동으로 1990년대에 일본의 가전 및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도했던 이른바 ‘하이 터치(Hi-touch)’, 혹은 ‘J-Factor’ 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감성공학(感性工學; Kansei Engineering)’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는 일본 문화의 감각적 성향과 맞물려 주목 받기도 했으나, 정작 감성공학 자체는 서구에서 그다지 호응을 얻지는 못했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에서의 조형작업은 정성적 활동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고, 그런 이유에서 논리적 설명이나 정량적 접근은 제한적이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Grass Hooper와 같은 파라메트릭(parametric)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정량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향후의 보다 다양화된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개념의 차량 등장으로 기존의 선진 메이커와 발전이 진행된 fast follower, 그리고 신생 메이커들 간의 차별화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런 속에서 디자인 조형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기능성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던 ‘감성’과 ‘감수성’에 대한 관심 증대

- 탈 중심의 다원적 사고, 탈 이성적 사고에 의한 신 조형의 주목

- 다양성을 지향하는 동시에 고유성, 놀라움 지향적 조형 성향

- 물리적 실용성보다는 창의적 조형에 대한 관심과 주목

- 전반적으로 유희적이고 장식적 성향의 요구 증가

이러한 경향 속에서 한편으로 제품의 기능에 의한 실용적 가치보다는 감성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말은 실용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실용성이 충족된 것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감성적 가치의 차별성을 얼마나 둘 것인가가 차별화의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향은 몇 차종의 시간 흐름에 따른 디자인 변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즉 1990년대의 균형을 통한 보편성을 추구하던 전면 디자인이 점차로 강렬한 표정을 매개로 감성지향적으로 변화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제품의 하드웨어적 기술은 제품을 물리적으로 현실세계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것이 비로소 MaaS(Mobility as a Service)와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가 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로써의 감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향후의 변화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산업에서는 정교하고 정량화된 감성특성 반영에 의한 차별화 된 디자인의 차량이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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