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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비행기 ③] 항공 산업에 몸담았던 자동차 회사들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10.12 13:24

수정 : 2018.10.12 13:24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유럽 대륙이 전쟁에 휩싸였던 시기, 자동차 회사들은 방위산업체로 탈바꿈했다. 그 시작이 항공기 회사였던 곳도 있지만, 국가가 전시 체제에 돌입한 영향을 받은 곳도 있었다. 항공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동차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도 등장한다.

■ 롤스로이스, 두 회사 이야기

롤스로이스는 지난 1906년 비행사이자 카레이서였던 찰스 롤스와 전기 기술자였던 헨리 로이스가 설립한 회사로, 자동차 회사이자 항공기 엔진 회사로 출범했다.

1920년대 후반, 항공 사업 부문이 주력 수익 사업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1931년 벤틀리를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하기도 했지만, 1971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 과정에서 도산하며 영국 정부에 국유화, 1973년 자동차 부문이 비커스(Vickers)에 매각됐다.

1998년 비커스는 롤스로이스의 자동차 사업 부문의 매각을 결정, 현재의 BMW 그룹 산하에 자리 잡게 됐으며, 항공 사업 부문은 1987년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수상이 집권하던 보수당 내각 시기에 민영화됐다.

이후, 롤스로이스의 항공 사업 부문은 롤스로이스홀딩스(Rolls-Royce plc)로, 자동차는 롤스로이스모터카(Rolls-Royce Motor Cars)로 사명이 변경됐다.

롤스로이스plc는 항공기 엔진 생산 기업으로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를 보이고 있으며, 방위산업체 매출 규모 면으로는 23위에 위치해 있다.

■ 항공기 제작사로 출발한 BMW

지난 1916년 프란츠 요세프 포프(Franz Josef Popp)와 동업자 막스 프리츠(Max Friz)는 뮌헨의 항공기 엔진 제작사 ‘라프 모토렌 베르케(Rapp Motoren Werke)를 인수한다.

새 주인을 맞은 이 회사는 이듬해인 1917년 바이에리셰 모토렌 베르케(Bayerische Motoren Werke), 즉 BMW로 사명이 변경됐으며,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까지 독일 공군에 항공기 엔진을 공급했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에 의거, 일체의 군수물자를 생산할 수 없게 됐다. 당시 BMW가 눈을 돌린 곳은 이륜차 사업으로, 1923년 'R32'를 론칭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모터사이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BMW가 승용차 사업에 진출한 건 그로부터 5년 뒤인 1928년. BMW모토라드가 BMW 승용차 부문 보다 5년 더 오랜 역사를 지닌 셈이다.

2차 세계대전을 맞은 BMW는 항공기 엔진 생산을 재개, 독일 공군에 엔진과 로켓을 공급한다. 전쟁 이후 생산을 금지당한 BMW가 자동차 생산을 다시 시작한 건 1950년 부터다.

■ 최초의 핵폭격기 B-29..보잉 설계, GM․크라이슬러는 생산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리고 한국전쟁에서까지 활약한 B-29는 지난 1941년 미국 보잉(Boeing)이 미 육군에 차세대 폭격기로서 제안한 모델의 양산형에 속한다.

B-29의 개발 제안은 보잉이 했지만, 제작에는 10여개 업체의 생산 시설이 동원됐다. 자동차 업계에선 GM과 크라이슬러는 물론, 굿이어타이어 또한 B-29의 생산에 참여한 바 있다.

이유는 당시 일본군의 기습 때문이다. 당시 미군은 1943년 1월까지 총 14대의 공급을 요구했지만, 1942년 진주만 공습으로 미군의 참전이 결정되며, B-29 주문 수량은 1942년 9월까지 1664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당시 보잉은 100배 이상 증가한 물량을 단독으로 소화할 수 없었다. 이에 GM과 크라이슬러 등 거대 제조사들의 공장이 동원된 것. GM과 크라이슬러는 당시 B-29의 엔진 및 기체 부품 생산을 담당했으며, 굿이어 타이어 등의 관련 부품업계도 생산에 참여했다.

1946년까지 총 4000여대가 생산된 B-29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세계 최초의 핵폭격기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 약 20여대가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비운의 자동차 회사, ‘사브’의 어원은...

스웨덴의 자동차 브랜드 사브(SAAB)는 ‘스웨덴 항공기 회사’(Svenska Aeroplan AktieBolaget,)라는 의미의 줄임말을 뜻한다.

1937년 항공기 회사로 출범한 사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15명의 항공기 엔지니어를 모아 자동차 연구에 착수, 1947년 ‘사브 오토모빌’을 출범시켰으며, 1949년 첫 양산차 ‘92’를 선보였다.

차량의 설계는 2차대전 당시 사브의 항공기를 디자인하던 식스튼 세이슨(Sixten Sason)이 담당했다. 그는 J21 전투기 날개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과 공기 역학 개념을 적용한 외관 디자인을 선보였다.

사브는 이 외에도 터보차져, DOHC 엔진 등 기술에 대한 혁신을 이어갔는데, 당시로선 경쟁 차종 대비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1976년 당시 출시된 ‘99 터보’의 최고속도는 198km로,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발휘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이는 사브가 퍼포먼스에 집중했던 브랜드였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미니밴과 SUV 판매가 급증하던 1980년대, 소형차를 주력으로 하던 사브 오토모빌은 판매 부진을 겪다 1989년 그룹에서 독립, 1990년 GM 산하에 합류했다. 2008년 스파이커에 매각됐으며, 2010년 스파이커가 파산한 이후 2012년 중국․일본 자본으로 이뤄진 컨소시엄 ‘NEVS'에 인수됐다.

■ 에어버스와 다임러크라이슬러..그리고 PSA(?)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해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다임러AG는 현 에어버스그룹의 전신 격인 범유럽 항공 방위산업체(EADS)의 창설에 참여했다.

EADS 출범 논의는 1995년 록히드마틴이 탄생하고, 1997년 보잉과 맥도넬 더글라스가 합병됨에 따라 시작됐다. 독일의 방위산업체 도이치 에어로스페이스(DASA)와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는 유럽의 항공 업체들을 통합하는 작업을 주도 했다.

다임러는 이 통합을 주도한 DASA의 모기업으로, 이후 다임러그룹이 다임러크라이슬러로 새롭게 출범함에 따라, 사명은 다임러크라이슬러 에어로스페이스(Daimler Chrysler Aerospace AG)로 바뀌게 된다.

2001년 EADS가 출범한 이후, 당시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프랑스 정부와 함께 EADS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EADS 지분은 각각 15%.

다만, 2006년 선임된 디터 제체(Dieter Zetsche) 회장의 판단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임 이듬해인 2007년, 크라이슬러와 EADS의 매각을 본격화 했는데, 이는 R&D 투자를 강화하고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게 당시 그의 입장이었다.

다임러는 지난 2013년 남아있던 7.5%의 EADS 지분을 매각한 것을 끝으로 EADS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다음 해인 2014년 EADS는 에어버스그룹으로 재출범했으며, 2017년 에어버스SE로 사명을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에어버스SE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의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각각 11.1%, 11.1%, 4.2%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유럽 증권 시장에 상장되어있는 상태다.

한편, 임기 만료를 앞둔 만프레드 비숍(Manfred Bischoff) 다임러AG 이사회 의장은 에어버스 회장 직을 역임한 바 있으며,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 PSA그룹 회장은 현재 에어버스의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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