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드리프트 논란’이 불거졌던 해치백..현대차 i30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8.02.02 17:39

수정 : 2018.02.02 17:39

“i30는 꼭 한번 타봐, 현대차가 왜 이걸로 N을 만들었는지 이해할거다.”

작년 여름, 시승행사장에서 만난 한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차량 구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 즈음 i30를 추천하며 내게 했던 이야기다.

얼마나 좋길래 그럴까, 까마득한 선배 기자인지라 정말 많은 차를 경험 하셨을텐데...i30에 대한 칭찬은 그 뒤로도 한참을 끝나질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최근 시승기 작성을 위해 무슨 차를 탈지 고민하던 찰나, 생각해보니 i30를 타본 적이 없는 것 같아 i30를 시승하기로 했다.

■ 큰 꾸밈 없이도 준수한 외관디자인

두 개의 렌즈가 들어간 LED 헤드램프, 독특한 패턴의 캐스캐이딩 그릴, LED 포지셔닝 램프. 이 외엔 외관에서 멋을 부렸다는 점을 찾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i30의 외관은 예쁘다.

잘 맞는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만 신었을 뿐인데 옷태가 제법 나는 풋풋한 대학생 같은 인상을 준다면 정확할 것 같다. 기교는 없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그런 디자인이다.

전면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캐스캐이딩 그릴은 현대차로선 처음으로 적용된 디자인으로, 도자기의 형상 혹은 쇳물이 녹아내리는 모습에 착안한 디자인이다. 현대차가 초기에 적용하던 헥사고날 그릴처럼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 보다는 자연스러운 인상이 보기 좋다.

해치백 답게도 이 차가 가장 예쁘게 보여지는 부분을 꼽자면 단연 측면부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는 간결한 캐릭터 라인은 점차 뒤로 가며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정차한 상태에서도 달리고 있는 것 같은 속도감을 주는 디자인 포인트로 보여진다.

■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되는 편의사양

인테리어는 돌출형 디스플레이와 간소화된 버튼들로 대변되는 현대차의 새 인테리어 방향성으로 요약된다.

디스플레이 주변으로 집중된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들은 시선 분산을 최소화 한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사용 빈도가 잦은 열선 및 통풍시트 기능과 열선 스티어링 휠은 주행모드 버튼과 함께 기어노브 주변으로 집중됐다. 익숙해지기까진 고개를 몇 번 숙여야 하지만, 몸에 익는다면 사용하기엔 편리한 위치라는 생각이 든다.

편의사양은 풍부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차선 유지 기능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현대 스마트센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JBL 오디오 시스템, 메모리시트 등 준대형 세단에서나 익숙할 것 같은 사양들이 대거 포진했다. 옵션으로 추가하려면 돈 꽤나 들겠다 하는 그런 사양들 말이다.

실제로 옵션 가격들은 상당하다. 시승 차량인 1.6 디젤 프리미엄 트림 기준 내비게이션과 조향 연동 후방카메라, JBL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등을 포함한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추가하려면 16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메모리 시트와 통풍기능, 전동시트를 추가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트패키지는 98만원, 현대 스마트센스를 추가하는 데에 150만원이 더 든다. 시승차와 동일한 사양구성의 견적을 내보니 2903만원이라는 가격이 찍힌다. 등록비용 등 추가 지불 비용을 도합하면 약 3100만원 정도. 가격도 준대형차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 발군의 주행성능

i30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1.6리터 가솔린 터보, 1.6리터 디젤 등 총 3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된다.

시승 차량은 1.6리터 U2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30.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여기에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궁합을 맞춘다.

일전에 시승한 스토닉 디젤 보다는 정숙성이 돋보인다. 가솔린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꼼꼼하게 NVH에 신경을 썼다는 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의 감각은 점진적이다. 출력이 낮다면 재 가속 시 답답할 수도 있을 듯 한 느낌이지만 넉넉한 토크와 콤팩트한 차체 탓에 시내에서 전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이 차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핸들링 성능으로 대변되는 밸런스다. 아반떼 스포츠 만큼 날카로운 움직임은 아니지만, 승차감과 주행 성능에서 적절한 타협을 본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때문에 고갯길에선 제법 이 차를 제법 재밌게 몰아붙일 수 있다. 한계점이 제법 깊다는 걸 알아 챌 수 있을 정도로 과격한 움직임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의 복원력 자체도 좋게 느껴졌다. 반복되는 코너에서도 즉각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동력은 매우 만족스럽다. 정말 잘 세팅됐다. 초반에 답력이 집중되는 형태가 아닌 충분한 압력을 가하며 밟아줘야 하는 세팅인데, 점차 세게 밟을수록 제동력이 강해진다는 게 체감될 정도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과 가속성능도 매력이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탓에 고속에선 다소 힘이 빠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는 스포츠모드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는 펀치력을 보이는 점이 인상깊었다. 한껏 차를 즐기다가 계기판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도계는생각 이상으로 올라있었다.

■ i30의 시장 경쟁력은...

현대차는 이 차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핫해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던진 무리수는 지금껏 마케팅 실패의 좋은 사례로 회자된다. 여성 비하, 가능할 리 없는 드리프트 주행 등은 지금껏 현대차의 ‘흑역사’ 중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마케팅이 이 차를 망친 걸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폭스바겐 골프의 공백을 i30가 오롯이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었는지, 출시 초기 i30는 아반떼 대비 높은 가격으로 논란이 됐다. 준중형 세그먼트의 프리미엄을 지향했던 이유에서다.

가격에 민감한 세그먼트에서 풀 옵션을 하면 3000만원 수준의 가격을 보이는 차가 있다는 점에선 국내 소비자들도 제법 이해하긴 힘들었으리라.

그럼에도 i30는 매력적이다. 이러한 마케팅 실패와 가격 논란으로 인식이 고착화되버린 것이 문제지만, 1.4 터보 라인업에서 운영중인 ‘베스트핏’ 트림은 제법 가성비가 좋다. 검증된 상품성과 주행성능을 생각한다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뒤를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단 일색인 대한민국 도로, 그리고 준중형차 시장, i30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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