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여전히 매력적인 중형세단..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7.12.20 09:47

수정 : 2017.12.20 09:47

중형차 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국산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의 국산 중형차 판매량은 총 16만9162대로 작년 같은 기간 18만6171대 대비 9.1% 감소한 기록을 보였다.

작년 국산차 시장에서는 르노삼성 SM6, 쉐보레 올 뉴 말리부 등이 신차 효과를 보며 중형차 시장의 볼륨이 커졌다는 분석이지만, 두 모델의 신차효과가 떨어지고 판매가 부진한 게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랜저의 광풍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랜저의 주력 모델은 엔트리 트림의 2.4 모델로, 아랫급의 중형차들과 비교해도 의미 있는 가격 격차가 없다는 점들을 감안한다면, 중형차 시장의 축소는 그랜저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점을 들어 보면 말리부는 다소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차체 사이즈는 중형을 넘어 준대형차 수준을 갖췄다는 점은 준대형 구매 고객들을 설득할만한 좋은 아이템이지만, 당초 소비자들은 그랜저와 말리부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 준대형 뺨치는 차체사이즈

말리부를 보고 있자면 전반적으로 커보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 흔한 크롬 장식도 많지 않음에도 그렇다. 크롬 장식이 많이 붙어 화려한 인상을 주려는 현대차 쏘나타 뉴라이즈나 르노삼성 SM6와는 대비된다.

전면부의 그릴은 번호판이 적용되지 않는 북미형 그릴보단 다소 심심하다. 쉐보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듀얼포트 그릴 형상은 충분히 멋스러운 디자인 포인트지만, 북미형 말리부가 유독 예뻐 보여서일지, 번호판 위치 탓에 다소 심심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측면부는 이 차를 가장 커보이게 하는 영역 중 하나다. 구형 말리부 대비 승객석에 해당하는 캐빈의 크기가 커진 탓에 중형 세단보다는 준대형차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이는 창문 디자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터운 C필러를 갖추고 있던 구형 대비 신형 말리부는 쿼터 글래스를 추가해 개방감을 높이는 한편, 캐빈의 공간감을 보다 강조했다.

카마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이전 세대 말리부의 후면부 디자인도 크게 변화했다. 카마로의 느낌보단 윗급인 임팔라의 느낌과 더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차이점은 존재한다. 트렁크 라인이 길게 빠져나온 임팔라와는 달리 짧게 세팅된 트렁크 라인은 그나마 이 차에서는 다소 가벼운(?)느낌을 주는 영역에 속한다.

■ 넉넉함 강조된 인테리어 디자인

인테리어는 다소 복잡한 느낌을 주던 이전 세대 대비 간결해진 모습이 눈에 확 띈다.

태블릿PC를 연상케 하는 디스플레이 디자인과 하단에 모여 있는 버튼류는 과하다는 느낌 보다는 담백하고 잘 정돈된 인상을 준다.

다만 거대한 덩치와는 대비되는 콤팩트함이 다소 마이너스일지 모르겠다. 곳곳에 크롬 몰딩을 추가해 나름의 멋을 부렸지만, 이러한 몰딩들을 다 제거하고 본다면 준중형 혹은 소형차의 인테리어 디자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안타깝다.

물론 브라운 컬러의 시트소재와 곳곳의 마무리는 만족스럽다. 이런 아쉬움들이 잘 짜여진 모양새들로 어느 정도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다. 고급감과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경쟁사들의 중형차 디자인 보다는 드러낼 게 딱히 없는, 담백한 느낌이다.

차체 사이즈와 휠베이스가 대폭 늘어난 탓에 실내 공간도 만족스럽다. 구형 말리부의 경우 2열 공간이 다소 불만이었지만, 부족함 없이 제법 넉넉하게 앉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이제야 동급 중형 세단들과 견줘볼 수 있게 됐다는 느낌이다.

■ 나무랄 곳 없는 주행성능

말리부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2.0리터 터보 등 총 2가지 라인업을 갖췄다. 시승 차량은 2.0리터 터보 모델로 최고출력 253마력, 36.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같은 2.0리터 터보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 쏘나타 터보, 기아차 K5 GT의 245마력 보다 높은 수준이다.

쉐보레가 늘상 강조하고 있는 강력한 퍼포먼스, 그에 상응하는 기본기는 충분하다. 제법 커진 차체 탓에 그리 드라마틱한 성능을 발휘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말리부는 원하는만큼 원하는 대로 충분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비결은 경량화다. GM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인 ‘스마트 엔지니어링’은 차체의 비틀림 현상을 과장해 변형에 취약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는데, 이 기술 탓에 말리부는 차체가 커졌음에도 130kg 이상의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다만 253마력에 달하는 고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하다. K5 GT 혹은 쏘나타 터보가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형 세단으로서는 가장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과장된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다.

이러한 점에 가장 불만인 사항은 토글 타입의 변속기다. 수동 변속 모드를 즐기는 운전자라면 운전의 재미가 다소 경감될 수 있는 게 사실인데, 일상적인 주행에서 사용 빈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은 정확히 양립하는 느낌이다. 중형차 치곤 제법 직관적이고 날렵한 핸들링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의 복원력도 제법 만족스러운 탓에 차체 강성이 워낙 좋은 탓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도 탁월하다.

■ 쉐보레 말리부의 시장 경쟁력은...

올해 중형차 시장은 SUV 열풍과 쏘나타 뉴 라이즈의 영향으로 말리부에겐 다소 주춤한 한 해였다. 그러나 지난 해 중형차 시장 돌풍의 주역은 단연 말리부와 SM6였다.

특히 말리부는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등 7가지 파워트레인을 갖춘 쏘나타와 K5와 비교해 오직 가솔린 라인업으로 싸웠고, 월 평균 3000~4000대 수준의 안정적인 판매 규모를 보여왔다.

말리부에게 다시 기회가 올 수 있을까. 한국지엠은 최근 전례없는 수준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든 회사의 수익성과 판매를 회복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솔린차에 대한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기대 요인이다. 법인 및 렌터카 판매에 기댈 수 있는 그 흔한 LPG 모델도 없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디젤차 판매가 축소되고 가솔린차 판매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건 어떤 의미로든 가솔린 라인업만 갖춘 말리부에겐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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