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볼트 EV로 서울-용인 출퇴근, 합리적인 선택일까?

더드라이브 조창현 기자

입력 : 2017.12.14 07:18

최근 쉐보레 전시장에 전기차 볼트 EV를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GM이 내년에는 무제한으로 물량을 풀겠다고 밝히고서부터다.

한국GM은 올해 초 씁쓸한 경험을 했다. 볼트 EV 초도 물량으로 650대를 확보했으나 사전 계약 첫날 1900대 주문이 몰리면서 추첨으로 차를 판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고객들의 요청이 쏟아졌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 때문에 볼트 EV의 추가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소비자는 넘치는데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 한국GM은 미국 GM 본사와 협상을 통해 내년에는 판매 물량 전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국GM이 예상하는 내년 판매대수는 올해의 10배 수준인 6000~7000대다. 이는 현대차가 만든 전기차 아이오닉의 1년 판매량과 비슷한 수치다.

#1회 충전에 383km 달리는 볼트 EV볼트 EV의 최대 장점은 1회 충전에 383km를 달리는 주행거리다. 이는 아이오닉(191km)의 두 배에 달한다. 그동안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동네 마트용이나 주말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세컨드카 정도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볼트 EV 같이 주행거리가 긴 차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볼트 EV라면 어지간한 거리의 출퇴근용으로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시승은 서울-수원을 매일 오가는 직장인이 출퇴근용으로 구매하는 것을 가정해서 진행했다.

#광화문에서 용인까지 달려어느 평일 오전 9시. 볼트 EV를 타고 서울 광화문사거리를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이 사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로 잡았다. 경로는 광화문-남산1호터널-경부고속도로-수원신갈IC-상갈동주민센터의 편도 42km 구간이다.

출발 전에 확인한 볼트 EV의 계기반 배터리 잔량은 전체의 65% 수준으로 약 210km를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됐다.

최악의 정체는 피한 시간이지만 도로 위는 아직 차들로 넘쳐났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반포IC를 지나면서 서서히 정체가 풀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수 있었다. 초반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차답게 한 치의 주저함 없이 튀어나갔다. 마치 뒤에서 센 바람이 차를 밀어주는 것 같은 강력한 가속감이다. 스포츠(Sport) 모드는 더욱 다이내믹하다. 일반 모드보다 20%이상 더 빠르게 느껴졌다.

#제로백 7초의 전기차볼트 EV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7초에 도달한다. 어지간한 자연흡기 중형 세단이 10초 내외이고, 터보를 탑재한 스포츠 세단이 6~7초 대인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성능이다. 전기차는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볼트 EV의 동력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로 수준급이다. 안전 최고속도는 150km/h에서 제한했다.

전기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점은 정숙성이다. 볼트 EV도 타이어를 타고 바닥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소음과 약간의 풍절음을 빼고는 잡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런 정숙성은 보스(BOSS) 오디오의 음질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영하에 에너지 사용 점수 –7.1점약 15.2km를 지난 지점에서 계기반을 확인했다. 남은 주행거리가 202km로 표시됐다. 계산상 8km를 달릴 전기를 사용했으나, 실제론 15.2km를 달린 것이다. 디스플레이 창에 나오는 운전자의 에너지 사용 점수는 –7.1점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많고, 히터를 계속 틀고 주행했기 때문이다.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봄·가을이라면 에너지 사용 점수는 더 올라갈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반대로 고속보다 저속에서 약 15% 이상 연료 효율이 높다. 도심 주행이 많을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것이다. 체증이 풀리면서 서서히 속도를 높여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경부선 수원신갈IC를 빠져나와 오늘의 목적지인 기흥구 상갈동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소요시간 47분, 주행거리 41.4km, 평균 연비 18.6kWh/100km를 기록했다. 계기반에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173km이다. 계산해보니 처음 계기반에서 예상한 거리보다 5km가 더 남았다. 에너지 사용 점수는 –7.2점이다. 기온이 낮은 데다 막판에 속도를 올렸기 때문에 점수가 더 나빠졌다.
#단단한 하체와 핸들링왔던 길을 바로 되돌려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내친김에 국도를 조금 더 달려보기로 했다. 남은 173km로 어디를 갈수 있을까? 궁리 끝에 경기도 가평군 청평대교로 방향을 잡았다. 편도 약 80km로 왕복하기엔 조금 아슬아슬한 거리다. 만약 배터리가 부족하면 중간에 아무 데나 들러서 충전할 생각으로 출발했다. 환경부 통계를 보면 전국 지자체, 주민센터, 대형마트, 휴게소 등에 약 3000개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도심을 빠져나가 차가 없는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속도를 높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좌우 쏠림이 크지 않았는데, 이유는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이다. 볼트 EV의 차고는 1610mm로 현대차 아반떼와 비교할 때 160mm 이상 높다. 하지만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을 낮췄기 때문에 롤링이 거의 없고 복원력이 강하다.
청평호에 도착해 계기반을 확인했다. 용인에서부터 85km를 달렸고, 평균 연비는 16.2kWh/100km로 처음보다 좋아졌다. 계기반에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25km다. 계산대로라면 88km가 남아야 하지만, 37km나 더 많다. 과속을 하지 않고 ‘리젠(Regen) 브레이크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를 회생시켰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주행 중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브레이크 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충전 쉽고 간단하지만 시간은 단축 필요이제 다시 되돌아갈 시간이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충분했지만,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직접 충전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남휴게소를 찾았을 때 주행가능거리 89km(잔량 25%)에서 급속충전기를 연결했다. 급속충전으로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데 걸리는 예상시간은 1시간40분. 잠깐만 충전하기로 하고 차를 한 잔 마신 뒤 휴식을 취했다. 모두 25분간 8.53kWh/100km가 충전됐다. 배터리 잔량은 35%로 늘어났고, 주행가능거리는 130km가 됐다. 카드 결제 요금은 1475원이다. 주행거리 41km를 늘리는데 1475원을 결재한 셈이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중형 세단 연료비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충전기를 찾는 것이나 충전 방법이 어렵지 않았고, 생각 이상으로 충전요금도 저렴했다. 하지만 충전시간이 너무 긴 것은 조금 아쉽다. 장거리 주행에서 중간중간 휴식시간에 충전을 한다고 계산할 때 20~30분에 50%가량 충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회 충전 주행거리 실제론 400km이상 가능이날 시승을 모두 마친 뒤 확인한 총주행거리는 254.1km. 계기반에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56km를 가리켰다. 출발 당시 주행가능거리 210km에 중간 충전 41km를 더하면 251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보다 59km를 더 달린 셈이다. 영하의 날씨 속에 에너지 사용 점수 –7.1점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나온 수치라 더욱 의미가 있다.

볼트 EV는 제원표상 1회 충전에 383km를 달릴 수 있지만, 경험상 급가속이나 과속 등 거친 주행만 하지 않는다면 400km는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1회 충전으로 서울-용인을 5일간 출퇴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용인을 출퇴근할 정도라면 어지간한 수도권의 출퇴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경험한 볼트 EV는 주행거리와 정숙성 외에도 장점이 많은 전기차다. 특히 차선이탈경고,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저속자동긴급제동시스템, 전방보행자감지 및 제동시스템, 스마트하이빔 등 다양한 안전장치는 운전자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타이어는 펑크 시 바람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를 사용했다.

가격은 4779만원에 세이프티 패키지를 포함할 경우 4884만원이 된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빼면 2000만원 후반부터 3000만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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