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8 08:48
세계에서 가장 운전면허를 따기 쉬운 나라 중 하나 대한민국. 2011년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운전면허 취득 관광 상품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나 역시 이 때 면허를 취득한 일명 ‘물면허’ 세대다. 너무 쉽게 면허를 취득한 터라 늘 불안했다. 운전 연수 후 작년에서야 비로소 운전대를 잡았지만, 아직까지 운전할 땐 즐거움보다 불안감이 앞선다.
때마침 BMW가 자동차 미디어를 대상으로 드라이빙 초보탈출기를 진행했다. 기본 운전법부터 돌발상황 대응법 등을 고루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BMW 드라이빙센터의 드라이빙 프로그램 중 ‘어드밴스드(advanced)’를 기반으로 구성한 행사다.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은 오프로드를 제외한 총 5개의 코스를 3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
먼저 40분 간 드라이빙 안전 및 이론 교육을 받았다. 올바른 스티어링 휠 파지법, 시트 포지션,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원리 등을 배웠다. 이날 교육을 담당한 최상헌 인스트럭터는 교육 중간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동차 제작 판매율 5위 , 사고율은 늘 1, 2위를 달린다”며 올바른 운전법 및 안전에 대해 강조했다.
교육을 마치고 실질적인 드라이빙 강습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날 탄 차량은 지난 7월 국내에 출시된 330i M 스포츠 패키지다. BMW 내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기도 한 3시리즈는 기본기가 탄탄한 차라고 익히 들어왔다. 여기에 힘까지 더해졌다. 트윈파워 터보기술이 들어간 신형 엔진과 8단 스포츠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M 스포츠 패키지로 더해진 역동적인 감성은 덤.
차량 내 비치된 무전기로 들리는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가장 먼저 슬라럼, 긴급제동을 연습하는 멀티플 코스로 향했다. 이 코스에서는 콘 사이를 이리 저리 피한 뒤 직선로에서 50km/h 속도로 달리다가 재빠르게 브레이크를 최대한 끝까지 밟는 연습을 반복했다. 자동차는 달리는 것만큼이나 서는 것도 중요한 법. 참가자 모두 인스트럭터로부터 ‘합격’을 받을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음은 다이내믹 코스로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의 장애물 회피 및 킥 플레이트 체험을 하는 곳이다. 노면에 설치된 킥 플레이트가 자기장 원리를 이용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차량의 뒷바퀴를 강하게 쳐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의 상황으로 끌고 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닥에서 강한 물줄기가 올라와 장애물을 만들며 운전자를 ‘멘붕’에 빠뜨린다.
“퍽!” 킥 플레이트가 차량을 치는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왼쪽으로 충격이 가해지니 뒷바퀴가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면서 차량이 왼쪽으로 크게 돌았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카운터스티어를 연습했다. 차량 왼쪽으로 충격이 가해질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운전대를 차가 도는 반대 방향으로 살짝 틀었다. 그러자 차량은 잠시 휘청하더니 원래 자리를 찾아갔다.
뒷바퀴에 가해지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써큘러 코스로 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멀미를 부르는 구간’이다. 이 코스에서는 물이 흥건한 미끄러운 원 선회 노면 위를 빙글 빙글 달리며 언더스티어, 오버스티어 발생 시 대처법을 배운다.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아붙이면서 차량에 탑재돼 있는 차량 자세 제어 장치인 ‘DSC(Dynamic Stability Control)’ 개입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한 명씩 돌아가며 원형 코스에 들어가 5바퀴씩 돌며 연습한다. 하지만 코스 위로 들어서자 갑자기 겁이나 10~20km/h 정도로 슬슬 달리자 인스트럭터가 무전기로 “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더 밟으라”고 재촉한다. ‘에라 모르겠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았다. 튀어나갈 것 같던 차량은 DSC 덕분에 자세를 잡고 안정적으로 원형 구간을 돌았다. 원래 DSC를 끄고 차량을 제어하는 법도 배우지만, 이 날은 시간 관계상 생략했다.
마지막으로 2.6km 길이의 트랙을 달렸다. 650m의 직진 및 코너링 구간으로 구성돼 있어 긴급 조향이나 제동 등 다양한 주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코스다. 맨 앞에서 인스트럭터가 라인을 설명하면 뒤따라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인스트럭터가 가속하는 시점, 브레이크를 밟는 시점 등을 무전기로 듣고 눈으로 확인하며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3시간가량의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마치자 이전보다 운전이 조금은 더 즐거워졌다. 단 3시간만에 초보탈출은 무리다. 하지만 초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얻어 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 초보뿐만 아니라 드라이빙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날 체험한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은 총 5개의 코스를 3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 클래스룸에서 40분 동안 교육을 받은 후 다목적 30분, 다이내믹 30분, 원선회 30분, 가속 및 제동, 핸들링 30분, 다시 클래스룸에서 20분 강의를 받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주중에만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