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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협력업체 女직원에 "집에 가 한 잔 더" 거부하자 스킨십…간 큰 신입사원 알고보니 대표 친구 아들

최원우 기자

입력 : 2017.10.17 18:20

수정 : 2017.10.17 20:19

민자도로 운영업체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 업체 대표는 되레 사건을 축소하고 가해 직원을 감싸려 했다는 정황이 국민연금공단 감사에서 드러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이 이 업체의 대주주인 연금공단이 실시한 감사 보고서를 받아보니, 가해자인 남성 신입 직원이 업체 대표의 초등학교 동창 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대표가 채용 과정에서 이 신입 직원에 특혜를 준 정황도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전말은 이렇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고속도로에서 일하는 박모(29)씨는 지난 5월 협력 업체와 회식자리를 가졌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협력사 여직원 A씨에 “말투가 기분 나쁘다”며 시비를 걸었다. “이 업체는 감사 안 받나. 내가 다 잡아낼 수 있다”는 등 업무 문제까지 지적했다. 영문을 모른 A씨가 거듭 사과했지만, 박씨는 받아주지 않았다.

박씨는 회식을 마치고 귀가한 A씨에게 연락해 “지금 집 근처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 A씨는 순순히 동네 위치를 알려줬다. A씨를 찾아간 박씨는 “집에 가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A씨가 거절하자 A씨 손목을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히려고 하는 등 스킨십을 시도했다.

당황한 A씨가 “더 할 말이 없으면 돌아가 달라”고 했지만, 박씨는 혼자 사는 A씨의 집 앞까지 쫓아가 자신을 집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A씨가 무시하자 집 앞에서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거는 등 한참을 서성이고 나서야 돌아갔다.

다음날 박씨는 대뜸 A씨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전날 보낸 문자와 전화번호를 지우라”는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이 상황을 자신이 다니는 회사 팀장에게 보고했다. A씨는 “여자 혼자 사는 집에 가서 술 마시자 하고, 다음날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반(半)협박성 문자를 받고 나니 이게 웬 횡포인가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서모 대표는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오히려 박씨를 비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서 대표는 이 사실을 즉시 연금공단 감사에게 알려야 했지만, 자체 조사를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10일이나 보고를 지연했다. 직접 징계절차를 개시해 경징계로 마무리 지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연금공단 감사가 개시되고 나서는 박씨에게 전화로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안심시키는 한편, 직접 박씨에게 유리한 내용의 평판서를 구하기도 했다.

왜 업체 대표가 가해자이자 신입 직원을 감싸려 했을까. 감사 과정에서 박씨는 서 대표의 초등학교 동창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 대표가 박씨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도 드러났다. 서 대표는 박씨에게 채용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고, 경력 2년 미만인 박씨를 위해 전형 경력 요건을 ‘2~4년’에서 ‘1~3년’으로 조정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대표가 서울고속도로에 취임하기 전 회사에서도 박씨를 채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박씨는 해임됐지만, 서 대표는 1개월 정직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2015년 9월 취임한 서 대표는 이미 2년 임기를 채웠지만, 인사 결재권자인 연금공단 이사장이 공석이라는 이유로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A씨는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건강상 이유를 들어 회사에서 퇴사한 상태다.

서울고속도로는 연금공단이 지분 86%를 차지하고 연금공단 직원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해 사실상 경영권을 쥔 회사다. 최 의원은 “연금공단이 관리·감독하는 업체에서 이런 막장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충격적”이라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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