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엔진 멸종시대, 곧 닥친다

김성민 기자

입력 : 2017.10.11 19:14

“기존 내연기관은 전기차로 대표되는 배출가스 없는 차량시대 도래를 위한 교량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에서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회장은 2025년까지 80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로드맵 E’를 발표했다. 그는 “모호한 선언이 아니다. 우리가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었던 내연기관이 ‘조연’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래픽팀
/그래픽팀

엔진 멸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2025~2040년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단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업체들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서두르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엔진 시대 종말은 기존 자동차 산업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제대로 된 콘트롤타워가 없어 자칫하다간 미래차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탈엔진 흐름 가속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에 가솔린과 디젤 엔진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신궈빈 부부장(차관)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금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서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자동차 업체도 너나 할 것 없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도요타는 2050년까지 판매 차량 대부분을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로 교체하겠다고 밝혔고, 현대·기아차도 2020년까지 31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디젤 기술 개발에 집중하던 벤츠와 BMW 등 독일 업체들도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했다.

◇엔진용 부품 업체는 생사기로에

전기차 산업 구조는 기존 자동차 산업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시대가 되면 기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1만1100개가 불필요하다. 당장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일본의 부품업체인 ‘아이신정기’의 이하라 야스모리 사장은 지난 8월 “전기차 시대가 돼 엔진 관련 부품이 다 없어지면 3조5000억엔인 그룹 매출 가운데 2조엔이 없어진다”고 했다.
전기차는 진입 장벽도 낮다. 그동안 엔진 기술력과 부품 공급력을 바탕으로 차량을 제작해온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청소기 업체인 다이슨까지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 정도”라며 “기존 업체도 자칫하다가는 그동안 쌓아온 위치에서 내려올 수도 있을 정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확충하고 장기 로드맵 마련해야”

세계 각국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장려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90년부터 전기차 소비세를 면제해주고, 네덜란드도 전기차 구매 시 차값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중국은 작년 말 기준 전국에 5만8758기의 전기차용 공공 충전기를 설치했고, 2020년까지 공공 충전기 470만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갈 길이 멀다. 공공 충전기 수는 9월 기준 3101기에 불과하다. 한국은 올해 1만4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작년보다 4102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속도라면 2020년까지 25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이민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보조금 외에도 전기차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해, 10~20년 지속하는 친환경차 보급 장기 플랜과 친환경차 보급 홍보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C 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