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C클래스·3시리즈 벽 넘을까..제네시스 G70 타보니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7.09.21 11:46

수정 : 2017.09.21 11:46

제네시스는 G70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를 공공연히 지목할 정도로 높은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를 위해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등 제네시스 브랜드의 걸출한 스타 디자이너들이 G70의 스타일링을 주도했고, BMW M의 수장이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이 G70의 엔지니어링에 깊숙이 관여했다.

쉽게말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어벤저스’라고 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 이 차를 개발하는데에 사활을 걸었다.

제네시스, 혹은 현대차가 처음으로 진입하는 이 시장에서 G70는 어떤 경쟁력을 갖췄을까, 올해 가장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신차 제네시스 G70를 왕복 13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 도로에서의 존재감이 다른 디자인, 고급감은 동급 최고수준

“이 차는 이렇게 예쁜 조명을 받으며 서있는 모습보단 일반 도로에 서있는 모습이 더 멋질겁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엽 상무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일단은 시승차를 타기 전까지 두고 보자는 입장이었는데, 그의 말이 어떤 의미를 뜻했는지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능했다.

제네시스가 적용한 새로운 공법이라고 강조한 새로운 도장은 자연광을 받을 때 그 효과가 여실없이 드러났다.

작고 균일한 알루미늄 입자와 고채도의 유색 컬러층을 분리해서 도색된 새로운 공법은 차체 컬러의 채도와 휘도를 극대화 하는데에 일조한다. 실제로 시승을 위해 준비된 G70의 10가지 컬러들은 메탈릭한 느낌과 고발색의 톤이 어우러져 생동감이 높았다.

특히, G70의 메인컬러로 꼽히는 블레이징 레드 컬러는 출시회에서 봤을 때 보다도 더 유려한 감각이다. 체리맛 캔디 혹은 고광택 재질의 립스틱 컬러를 보는 것 같은 톤이라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이런 고발색 컬러층은 차체의 잔근육과 캐릭터 라인들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차체 측면을 구성하고 있는 라인들은 G70의 보닛에 울룩불룩 솟아오른 잔근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전륜 펜더와 운전석⋅조수석 사이에 배치된 포인트는 부메랑의 형상을 띄고 있어 바람을 가르고 부메랑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을 취한다. 제법 위트있다.

전면부는 제네시스 엠블럼인 ‘윙 배지’를 형상화 했다는게 제네시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매시 타입으로 설계된 크레스트 그릴과 네 개의 주간주행등이 내장된 헤드램프는 향후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성으로도 자리 잡을 예정이다.

뒤에서 보여지는 G70의 모습은 ‘빵빵하다’는 다소 저급한 표현 외에는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겠다. 독일제 고성능 차량들을 연상시키듯 풍성한 볼륨과 꽉찬 느낌의 펜더, 한껏 솟아오른 트렁크 리드라인 등 많은 부분들이 눈을 만족스럽게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이 급에서 제일 고급스럽다는 생각이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센터페시아 디자인과 다양한 리얼 소재의 트림들,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독특한 퀼팅패턴의 고급감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눈으로 볼 때보다 소재 하나하나를 직접 손으로 직접 만질 때의 만족도가 더 높다. 손에 닿는 소소한 플라스틱 버튼들도 접촉하는 감각과 눌리는 압력까지 모두 세심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여진다.

공조장치를 조정하는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한 번의 저항이 걸리며 눌린다. 때문에 버튼을 눌렀다는 정확도와 직관성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버튼들의 조형은 제법 재밌는 구성이지만, 한 번에 들어오는 느낌은 아니다. 다소 심심해 보이는 송풍구의 디자인도 아쉽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사륜구동계가 탑재된 차량이다 보니 2열 공간은 다소 좁다. 패스트백 스타일을 지닌 기아차 스팅어와 달리 정통 세단 형태를 갖춘 G70은 헤드룸이 제법 넉넉할 줄 알았는데, 키 181의 기자에게 헤드룸은 다소 부족했다.

■ 의외로 컴포트한 주행성능..보편성에 내준 다이내믹

시승차량은 최고트림인 3.3 스포츠 Htrac 모델, 여기에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과 미쉐린 파일럿스포츠4 타이어가 적용됐다.

370마력의 최고출력, 52.0kg.m의 최대토크는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온전히 전달된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단단한 세팅이지만, 기아차 스팅어와 비교한다면 조금 더 컴포트한 성향이다. 정숙성은 돋보이지만, 3.3 터보엔진 특유의 회전 질감은 어느 정도 느껴지는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운전자의 허리 부위에 위치한 시트 볼스터가 부풀어 오르며 운전자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준비를 한다.

패들시프트를 통해 기어를 몇단 낮추면,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스피커를 통해 가상의 엔진음을 전달한다. 벨로스터에 적용한 바 있던 초기와는 달리 숙성도는 눈에 띄게 높아져 제법 그럴싸한 가짜 엔진음으로 운전자를 자극한다.

액셀러레이터의 응답성은 즉각적이며, 가속 성능은 특정 구간을 따질 필요 없이 전 구간에서 빠르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체감되는 동력성능은 스팅어보다 날카롭고 다이내믹한 감각이다.

제동 성능은 지금껏 경험해본 국산차 중 최고 수준이다. 높은 속도에서 급격히 속도를 줄여나가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만족할 만한 만큼의 제동력을 선사한다.

그러나 코너링 시에는 의외로 말랑말랑한 세팅을 지녔는데,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제법 긴 탓에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다.

어디까지나 스팅어 대비 컴포트한 세팅일 뿐, 그 기본은 충분히 단단한 성향이다. 컴포트와 다이내믹을 공존시키기 위한 고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 때문인지 이 차의 주 고객보다 높은 연령대의, 그러니까 G80의 주 고객층이 이 차를 타보더라도 충분히 좋아할만한 수준의 다이내믹과 컴포트가 양립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위한 세팅을 하다 보니, 제네시스 브랜드 사상 가장 다이내믹하다고 주장하는 이 세단은 다이내믹과는 살짝 거리를 둔 모양새다. G80 스포츠의 축소판이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다소 맹점일 수 있지만, 퍼포먼스보단 고급감이 차를 따지는 데에 우위에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상 제네시스다운, 보편적인 세팅을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만족도는 높지만, 기아차 스팅어가 눈에 밟히는 이유는...

G70는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충분히 고급스럽다. 감성적 측면에서도 운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세심함도 모두 고려한 모습이다.

엔트리 급의 럭셔리 세단은 이래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기엔 충분하다. 다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강조한 만큼의 다이내믹함을 주행 성능을 체감하기에는 어딘가 조금은 심심하다.

출력도 넉넉하고 움직임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오롯이 도로를 꽉 움켜쥐고 주행하는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면 이 차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근 시승한 스팅어가 계속 눈에 밟히는 이유다.

신생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처음 도전하는 이 세그먼트에서 이정도 수준을 갖췄다는건 분명히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역동성을 강조한 ‘스포츠’ 모델이라면 운전 재미를 조금 더 강조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시승한 G70 3.3 트림의 가격은 4490만~5410만원 수준이다.

[관련기사]
[TV 데일리카] 제네시스, G70 출시..럭셔리 중형세단 시장에 도전장
이상엽 디자이너가 말하는 제네시스 G70, ‘뉴욕 콘셉트’의 계승점은?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 완성한 G70..적용된 첨단 편의·안전 기술은?
PC 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