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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르노그룹은 왜 다시 F1 경쟁에 뛰어들었나?

더드라이브 이다정 기자

입력 : 2017.09.19 09:40

“지난 40년간 포뮬러원(F1)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F1팀에 다시 합류하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 비리 샤티용 르노 F1 센터에서 만난 제롬 스톨 르노 스포츠 레이싱 총괄은 ‘르노그룹이 왜 모터스포츠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르노는 F1을 떠났다가 3년만 인 지난 2015년 12월 전격 복귀했다.

르노는 왜 F1에 다시 복귀했을까? 그런 결정의 배경과 그룹 전체 자동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4일 르노그룹 F1센터를 찾았다. 견학에 앞서 만난 제롬 스톨은 여전히 활기찼다. 그는 르노그룹의 2인자까지 올랐던 그룹 내 핵심 인물로, 지난 2000년 9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을 역임해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밝다.

제롬 스톨은 결론적으로 F1은 세계시장에서 르노를 대대적으로 알릴 수 있는 훌륭한 무대이기 때문에 복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몇몇 국가에서는 르노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에선 경쟁력을 갖춘 중요한 메이커다. F1 경주에서 페라리나 메르세데스 벤츠와 경쟁하며 이름이 오르내리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2020년까지 우승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우리는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경기에서 경험치와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벤츠, 페라리 등이 포디움에 올라가는 데 5년이 걸렸다. 우리도 5년 안에 포디움에 다시 오를 것이다”

제롬 스톨의 설명을 머리에 넣고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센터 곳곳을 돌아봤다.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비리 샤티용은 르노 F1 월드 챔피언십 경주에 필요한 엔진을 비롯한 경주차량 전반을 설계, 테스트하는 곳이다.

르노 F1 기술개발팀은 영국과 프랑스 두 곳에 연구 및 개발시설을 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600여 명의 직원들이 에어로다이내믹 소재, 섀시 등을 주로 개발한다. 비리 샤티용 센터는 엔진 설계 및 개발을 담당하며, FE도 함께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 곳은 직원 250여명이 르노뿐만 아니라 레드불 등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센터의 엔진 설계 부서, 엔진 조립 부서, 엔진 테스트룸, 전자제어 실험실, 포뮬러 E 부서, 팀 오퍼레이션룸 등을 차례로 돌아봤다.

엔진 설계 부서에 들어서자 일반 사무실과 비슷한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무실 안쪽에는 자리잡은 3D 프린터로 만든 플라스틱 엔진이 눈을 사로잡았다. 내년 경기에 투입될 엔진의 시험 버전이란다. 양산 엔진은 이보다 훨씬 무거워 150kg까지 나간다. 프레데릭 쥐스떼 컨셉 머신 부서 책임자는 “이 곳에서 60여명이 크랭크샤프트, 흡배기, 전기, 전자 등 모든 부품을 설계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험 엔진은 실제 엔진이 경기 중 트랙에서 사용하기 얼마나 용이한 지 살피는 용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웽~ 웽~’ 고주파의 강렬한 엔진음이 고막을 때리는 시끄러운 방으로 들어갔다. 엔진 테스트를 하는 곳이다.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실험부스에서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고, 부스 바깥에선 드라이버 및 엔지니어가 모니터를 통해 엔진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실험 부스에 엔진을 넣고 전 세계 8개 서킷, 기후 조건, 드라이버 타입 등을 입력해 만든 가상 프로그램을 돌려 실제 주행하는 것과 같은 엔진 데이터를 얻어낸다. 방문 당시엔 벨기에 서킷 조건에 맞춰 내년 시즌에 사용할 R.S.18 엔진을 시험하고 있었다.

센터는 엔진의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F1 경기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방도 있었다. 여러 대의 모니터와 마이크가 설치돼 있는 이 방에서는 경기 상황을 보며 트랙에 있는 스태프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센터의 데이터를 트랙과 공유할 수도 있다. 시릴 키에너 차량 성능 총괄 책임자는 “여기서는 트랙에서부터 공장까지 1000가지의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는 일찍부터 모터스포츠의 기술적, 상업적 가치를 알고 있었다. 1977년 세계 최초로 터보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카를 F1에 선보였고, 1983년부터는 팀 로터스에 엔진을 공급했다. 1985년을 끝으로 경주에 직접 참가하진 않고 엔진만 공급하는 형태(엔진 서플라이어)로 F1에 참여했다.

2000년 베네통 팀을 인수하며 다시 F1에 뛰어든 르노는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F1에서 우승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2011년 로터스와 손을 잡으며 로터스 르노 GP팀을 만들지만, 2012년 F1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레드불 F1팀에 엔진만 공급했다. 르노 RS27(2.4L V8)엔진을 사용한 레드불 F1 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F1에서 드라이버와 매뉴팩처러(manufacturer) 우승을 연달아 차지했다.

이처럼 르노는 파트너, 엔진 서플라이어, 구단주로서 모터스포츠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왔다. 이를 통해 르노는 F1 엔진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조사 중 하나가 됐다. 최근엔 탄탄한 개발 센터를 갖추고 인피니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파트너 등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르노는 F1에서 얻은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접목시키고 있다. 엔진의 터보 기술과 다운사이징 등이 그것이다.

제롬 스톨은 “모터스포츠카를 위해 영국, 프랑스에서 900여명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F1 경주가 얼마나 고난도이며,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지 보여준다”면서 “F1은 어쩌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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