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18 18:45
수정 : 2017.08.18 18:45
며칠 전에 필자는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 항쟁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서울에서 광주까지 태우고 갔다가 서울로 돌아온 택시 기사 김만섭이 목격한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김만섭이 모는 택시로 기아산업-현재의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은 1990년부터 쓰기 시작했다-이 1974년부터 1981년까지 생산했던 소형 승용차 브리사(Brisa)가 등장한다.
■ 브리사와 포니
영화에서는 주인공 김만섭이 모는 택시로 기아산업-현재의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은 1990년부터 쓰기 시작했다-이 1974년부터 1981년까지 생산했던 소형 승용차 브리사(Brisa)가 등장한다.
■ 브리사와 포니
‘브리사’는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바람(美風)’ 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영어로는 동쪽으로 부는 무역풍 등의 의미를 가진 이름으로, 기아자동차와 기술제휴가 돼 있던 일본의 동양공업-지금의 마쓰다-이 개발했던 소형 승용차 ‘파밀리아(Familia)’의 2세대 모델을 국산화시켜 생산한 차량이었다.
기아산업의 브리사는 1976년에 현대자동차에서 포니를 내놓기 전까지 거의 국민차와도 같이 자가용과 택시로 인기를 얻은 모델이었다.
초기의 브리사는 본래의 마쓰다 파밀리아와 동일하게 크고 둥근 헤드 램프를 좌우에 각각 한 개씩 단 모델로 나왔지만,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좌우 각각 두 개의 헤드램프를 단 디자인의 소위 ‘쌍라이트’로 나오면서 평판을 얻게 되자, 기아산업은 자체적으로 쌍라이트 디자인으로 변경한 후기형을 1977년부터 생산한다.
기아산업의 브리사는 1976년에 현대자동차에서 포니를 내놓기 전까지 거의 국민차와도 같이 자가용과 택시로 인기를 얻은 모델이었다.
초기의 브리사는 본래의 마쓰다 파밀리아와 동일하게 크고 둥근 헤드 램프를 좌우에 각각 한 개씩 단 모델로 나왔지만,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좌우 각각 두 개의 헤드램프를 단 디자인의 소위 ‘쌍라이트’로 나오면서 평판을 얻게 되자, 기아산업은 자체적으로 쌍라이트 디자인으로 변경한 후기형을 1977년부터 생산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한 브리사는 후기형의 ‘쌍라이트’ 모델이다. 1978년에 브리사는 공식적으로 후속 모델 ‘브리사 II’ 로 바뀌지만, 택시는 여전히 ‘브리사’가 대중적으로 쓰였다. 브리사 II는 다시 ‘기아 K303’ 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는데, 이 이름은 마쓰다에서도 ‘파밀리아’ 이후 ‘마쓰다303’ 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기아산업의 브리사는 비록 고유모델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에 보급된 소형 승용차로서 국민차처럼 인식된 대중적인 승용차였다.
그런데 브리사의 세부 형태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측면 빗물받이(drip rail)의 형태 변화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차체 외부에 빗물받이를 설치하지 않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차체 외부에서 측면 유리창 위쪽으로 빗물받이를 설계했었다.
기아산업의 브리사는 비록 고유모델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에 보급된 소형 승용차로서 국민차처럼 인식된 대중적인 승용차였다.
그런데 브리사의 세부 형태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측면 빗물받이(drip rail)의 형태 변화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차체 외부에 빗물받이를 설치하지 않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차체 외부에서 측면 유리창 위쪽으로 빗물받이를 설계했었다.
대체로 빗물받이는 A-필러의 아래 부분에서 시작해서 C-필러의 아래 부분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측면 유리창의 위쪽 전체를 두르는 형태가 보편적이었다. 오리지널 마쓰다 파밀리아와 기아에서 생산한 전기형 브리사 모델 역시 그러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1975년에 등장한 포니의 빗물받이는 A-필러 아래에서 시작해서 C-필러 상부에서 아래로 구부러져 내려가지 않고 뒤 유리창 쪽으로 연장된 형태로 디자인돼 있었다. 이는 더 모던한 이미지였을 뿐 아니라, 생산공정도 줄어들면서 재료도 적게 드는 효율적인 디자인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브리사의 후기형 모델의 빗물받이가 초기형과는 달리 포니와 유사하게 뒤 유리창 쪽으로 연장된 형태로 변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나중에 나온 K303에서도 후기형에서 이러한 변화가 동일하게 나타났다.
한편 1975년에 등장한 포니의 빗물받이는 A-필러 아래에서 시작해서 C-필러 상부에서 아래로 구부러져 내려가지 않고 뒤 유리창 쪽으로 연장된 형태로 디자인돼 있었다. 이는 더 모던한 이미지였을 뿐 아니라, 생산공정도 줄어들면서 재료도 적게 드는 효율적인 디자인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브리사의 후기형 모델의 빗물받이가 초기형과는 달리 포니와 유사하게 뒤 유리창 쪽으로 연장된 형태로 변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나중에 나온 K303에서도 후기형에서 이러한 변화가 동일하게 나타났다.
포니와 브리사의 이러한 변화는 서로 다른 메이커에서 만들어진 같은 시대의 차들이 서로 경쟁하는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당대의 자동차 기술이나 디자인이 비슷한 단계를 거쳐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한 연녹색 브리사 택시는 쌍라이트 모델임에도, 영화 포스터에 나온 차량의 빗물받이는 초기형 모델의 것이다.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내용을 보면, 국내에서 주행 가능한 상태의 브리사 차량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본에서 중고 파밀리아를 가져와 운전석을 왼쪽으로 옮기고 쌍라이트 디자인으로 개조를 한 후에 촬영을 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한 연녹색 브리사 택시는 쌍라이트 모델임에도, 영화 포스터에 나온 차량의 빗물받이는 초기형 모델의 것이다.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내용을 보면, 국내에서 주행 가능한 상태의 브리사 차량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본에서 중고 파밀리아를 가져와 운전석을 왼쪽으로 옮기고 쌍라이트 디자인으로 개조를 한 후에 촬영을 했다고 한다.
결국 영화 속의 브리사는 파밀리아 이다. 그렇지만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는 후기형 빗물받이를 가진 브리사의 모습도 나온다. 이는 영화 촬영에서 어느 장면에서는 후기형 국산 브리사 차량도 동원된 걸로 보인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중에 같은 차량임에도 초기형과 후기형 차체가 뒤섞여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의 소품 담당자가 차량을 준비하면서 느꼈을 고충이 이해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브리사 이외에 포니도 상당수 등장하는데, 1980년은 아직 포니2가 나오기 전이어서 모두 포니만 등장한다. 그런데 영화 속의 포니는 모두가 포니2를 가져다가 앞뒤를 포니로 개조한 차들이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중에 같은 차량임에도 초기형과 후기형 차체가 뒤섞여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의 소품 담당자가 차량을 준비하면서 느꼈을 고충이 이해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브리사 이외에 포니도 상당수 등장하는데, 1980년은 아직 포니2가 나오기 전이어서 모두 포니만 등장한다. 그런데 영화 속의 포니는 모두가 포니2를 가져다가 앞뒤를 포니로 개조한 차들이다.
다른 부분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C-필러쪽은 포니와 포니2가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어서, 영화 속의 포니들은 모두가 포니2의 C-필러를 가진 포니들 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역사성은 사실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포니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다.
한국에서의 1970년대와 80년대는 경제 개발과 민주화 라는 숙제 속에서 갈등의 표출과 아울러 역동적 성장을 하는 격변의 시기였고,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소형 승용차 기아의 브리사와 현대의 포니는 서로 경쟁을 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동차 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역사성은 사실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포니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다.
한국에서의 1970년대와 80년대는 경제 개발과 민주화 라는 숙제 속에서 갈등의 표출과 아울러 역동적 성장을 하는 격변의 시기였고,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소형 승용차 기아의 브리사와 현대의 포니는 서로 경쟁을 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동차 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물론 지금은 기아와 현대가 하나의 회사가 됐지만…. 저와 같은 경쟁과 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