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1 11:13
수정 : 2017.08.01 11:14
10세 어린 나이 때 당한 성폭행을 잊지 않고 살던 피해자가 우연히 다시 만난 성폭행범을 13년만에 법정에 세워 단죄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용범)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4·당시 51세)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경남에 살던 B 씨(여·23)는 10살 때인 2004년 어머니가 알고 지내던 시외버스 기사 A씨로부터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 B씨의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었고,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터라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아도 별다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성폭행을 당한 그해 부모가 이혼해 B 씨는 경북에 있는 시골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단죄의 기회는 13년이 지나서야 찾아왔다. B씨는 지난해 3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간 한 지방도시 버스터미널에서 우연히 발견한 A씨를 단번에 기억해냈다. B씨는 자신과 같이 살던 고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5월 A씨를 고소했다.
법정에서 A 씨는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적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B 씨가 13년 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당한 숙박업소 위치를 정확한 기억으로 진술했다. 또 2004년 A 씨가 근무하던 버스회사 이름, A 씨가 몰던 버스 차량번호 4자리, 운행 노선 구간도 복기해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운행한 버스번호와 B씨가 말하는 버스번호는 맨 끝자리가 다르다며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버스를 알지 못하면 4자리 번호 가운데 3자리를 특정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B씨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진술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됐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관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건전한 성적 가치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