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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이렇게 걸으면 벌금 35달러

뉴욕=김덕한 특파원

입력 : 2017.08.01 03:02

수정 : 2017.08.01 07:19

미국 하와이 최대 도시인 호놀룰루시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들여다보면서 길을 걷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를 단속해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호놀룰루 시의회는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걷는 '산만한 보행'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스몸비들에게 15달러(약 1만7000원)에서 130달러(약 14만6000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전자기기 보행자 안전법안'을 통과시켰다. 커크 콜드웰 시장이 지난 27일 서명함에 따라 이 법안은 오는 10월 25일부터 발효된다고 로이터 등 현지 언론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31일 서울 연세대 인근 횡단보도. 우산을 쓴 시민들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길을 건너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31일 서울 연세대 인근 횡단보도. 우산을 쓴 시민들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길을 건너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 전자책 리더기 등을 보행 도중 사용하다 처음 적발되면 15~35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 두 번째엔 75~99달러로 벌금액이 올라간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들여다보면서 무단 횡단을 하다 적발되면 130달러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땐 적발 횟수에 따라 최고 500달러까지 벌금을 물리게 돼 있었지만 입법 과정에서 '징벌'보다 '계도'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벌금 액수가 낮아졌다.

로이터는 미국 주요 도시 중 호놀룰루시가 스몸비를 법으로 금지하는 최초의 대도시라고 보도했다. 법안을 발의한 브랜드 엘리펀테 호놀룰루 시의원은 "자동차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행자에게도 길에서 주위를 살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스몸비 보행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휴대폰 사용 등으로 주의가 산만해져 보행 중 다친 사람은 1만1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놀룰루의 '스몸비 금지 법안'은 주민 권리를 침해하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이 법이 얼마만큼 충실히 이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의회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어니 마틴 의원은 "지나친 입법이다.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는 게 훨씬 낫다"고 CNN에 말했다. 호놀룰루 경찰국 토머스 태플린저 국장은 "얼마나 많이 티켓(벌금 고지서)을 발부할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금지법 입안뿐 아니라 스몸비 관련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영국 런던은 가로등의 기둥을 패딩으로 감싸 스몸비들이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했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시는 철길 인근 땅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해 아래쪽만 보며 걷는 스몸비들도 신호를 볼 수 있게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국에서도 스몸비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성북구는 유동 인구가 많은 성신여대입구역 등 5곳의 횡단보도 앞에 '스마트폰 보면 안 돼요' 등의 글귀를 적은 스티커를 붙였다. 서울시는 시청 주변 8곳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과 보도부착물을 설치했다. 행정안전부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홍보·교육하는 내용의 보행 안전 종합 대책을 오는 9월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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