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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기오염과 전쟁… 도심 진입 노후차량엔 '과징금 폭탄'

양승주 기자

입력 : 2017.04.12 01:10

칸 런던 시장
영국 런던시가 오는 2019년부터 배기가스를 기준 이상 배출하는 도심 진입 차량에 대해 혼잡 통행료에 추가로 배출가스 과징금까지 매기는 '초저배출구역(ULEZ· Ultra Low Emission Zone)'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BBC 등이 최근 보도했다.

시행안에 따르면 2019년 4월 8일부터 런던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 중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디젤)와 '유로4'(휘발유)를 충족하지 않는 낡은 차량은 현행 혼잡 통행료(11.5파운드) 외에 배출가스 과징금 12.5파운드를 더해 총 24파운드(약 3만4000원)를 내야 한다. EU 기준에 미달하는 버스나 대형 트럭에는 혼잡 통행료에 과징금 100파운드(약 14만2000원)를 더 물린다.

ULEZ는 2019년부터는 런던 도심 내 혼잡 통행 구간에만 적용되다가 2021년까지 시 외곽 지역으로 점차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런던시는 ULEZ를 통해 차량 배출가스를 2020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오염 규제를 위해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 제한, 차량 2부제 등이 시행된 적은 있지만 혼잡 통행료와 배출가스 과징금을 동시에 부과하는 것은 유럽 내에서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反)대기오염 규제일 것"이라고 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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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시가 차량 배출가스에 '칼'을 빼든 것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1월 23일 런던의 대기오염지수(AQI)는 197로 측정됐는데, 이는 스모그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190)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영국 킹스칼리지는 지난 2014년 런던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한 해 9500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차량 배출가스는 겨울철 난방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나무 등과 함께 대기오염 주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디젤 차량은 미세 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휘발유 차량보다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지난해 취임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대기오염 해결을 '시정 1순위'로 내걸고 당초 2020년 9월로 예정됐던 ULEZ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겼다. 런던시는 또 내년부터 디젤 시내버스를 단계적으로 친환경 버스로 교체하고, 디젤 택시의 신규 등록도 금지할 예정이다.

런던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동병원 의사인 피터 스티어는 "어릴 때 나쁜 공기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폐 기능이 떨어질 확률이 4배나 높아진다"며 "맑은 공기를 되찾겠다는 칸 시장의 계획은 환상적"이라고 했다.

반면 만만치 않은 부담금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영국 매체 더 선(The Sun)에 따르면 '공정연료(fairfuel)'라는 시민단체는 "왜 (배출가스가 많이 나오는 낡은 차량을 모는) 서민과 영세업자들이 공기 오염 문제를 책임져야 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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