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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는 왜 현대차 신사옥 개발을 반대할까

입력 : 2017.02.14 09:25

환경영향평가초안설명회는 발표자료 첫 장을 넘기지 못하고 무산됐다.
환경영향평가초안설명회는 발표자료 첫 장을 넘기지 못하고 무산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 개발 진행과정에 또 한 번 논란이 불거졌다. 대형 건축물 개발에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 발표를 두고 봉은사 측과 일부 주민들이 대립해 설명회가 무산됐다. 행사를 주최한 강남구청은 “서울시와 협의해 다시 일정을 잡겠다”고 밝히고 해산을 선언했다.

14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1동 주민자치센터 대강당. 1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강당은 이미 만석이다. 복도까지 늘어선 사람들이 설명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정각에 시작하려는 행사는 봉은사 측의 반발로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봉은사 측의 주장과 행사장에서 설명회를 들으려던 삼성동 주민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봉은사 측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진행했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봉은사가 진행한 평가와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가져와 주민들에게 설명해야하는데 법적 절차만 채우려는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추진사업단 대외협력실장 이중열 상무가 설명회 취지를 밝히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추진사업단 대외협력실장 이중열 상무가 설명회 취지를 밝히고 있다
봉은사 역사문화환경대책위원회의 전해준 팀장은 “군사정권 시절 평당 5천원에 봉은사로부터 강제 수용한 땅을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버렸고 현대자동차그룹은 그 자리에 105층 높이의 대형 건물을 지으려한다”며 “국가에서 사용한다니 그간 가만히 있었지만 이 땅을 기업에 팔아버리고 봉은사의 일조권도 침해하고 목조 문화재 등의 훼손 등 생활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하고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일부 주민들은 봉은사의 실력행사에 대해 반발했다. 삼성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 땅에 봉은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동 주민들도 실제 이해당사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준비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일단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를 주최한 강남구청 도시선진화담당 이희현 과장은 1시간가량 대치상황이 이어지자 설명회를 강행했지만 봉은사 측의 반발로 인해 국민의례와 현대자동차그룹의 환경영향평가 대행사의 인사말을 진행하다 중단됐다.

환경영향평가초안설명회는 발표자료 첫 장을 넘기지 못하고 무산됐다.
환경영향평가초안설명회는 발표자료 첫 장을 넘기지 못하고 무산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이중열 신사옥추진사업단 대외협력실장(상무)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상적으로 부지를 매입해 법적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이번 설명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이며 향후 전문가들과 함께 공청회도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봉은사 측을 설득했지만 끝내 설명회는 무산됐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대해 강남구청의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삼성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이렇게 주목받는 대형 건물을 만드는 설명회를 고작 100여명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장소에서 개최하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날 설명회가 무산되면서 강남구청은 오는 3월2일 이전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다시 설명회를 개최해야한다. 이후 서울시의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 10조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5년부터 본격적인 신사옥 건립 계획을 추진하면서 지난 2일에는 애초 서울시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 때보다 16m 높은 553m, 105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더드라이브 이다일 기자=dail.lee@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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