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애물단지 주유카드 회생?…유가 오르자 카드업계 반색

조성준 기자

입력 : 2017.02.12 19:07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작년에 리터당 12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이 최근 1500원대로 오르자, 카드업계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주유 카드의 수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주유카드는 각 카드사의 ‘주력 상품’ 중 하나입니다.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카드 혜택이 바로 주유 혜택이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유카드는 카드사의 대표적인 ‘호객 상품’”이라며 “고객에게 리터당 적립·할인 등 혜택을 주는 동시에 ‘전월 카드 사용 실적 20만원’ 등의 할인 조건을 덧붙여 해당 카드를 많이 쓰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리터당 휘발유 값이 2000원대를 넘나들던 2012년에는 고객 관심이 ‘주유 할인’으로 더 쏠리면서 업계에서 앞다퉈 주유 혜택을 강화했습니다.

효자 노릇을 하던 주유카드는 2014년부터 카드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휘발유 값이 1300원대로 급락하면서 주유카드의 수익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리터당 100원을 적립해주는 카드를 쓰는 고객이 휘발유 4만원어치를 넣었을 때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카드사는 각 정유사에서 발표하는 고시 유가를 기준으로 주유카드 사용에 따른 할인금액을 계산합니다. 고시 유가가 리터당 2000원이면 주유량을 20리터(4만원/2000원)로 보기 때문에 2000원을, 고시유가가 리터당 1000원이면 주유량을 40리터(4만원/1000원)로 보고 4000원을 적립해줍니다. 고시 유가가 떨어질수록 같은 금액을 주유해도 적립액은 커지는 구조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면 적립을 많이 해줘야 할 뿐 아니라 주유소 신용카드 매출의 1.5% 수준인 수수료 수입도 줄어든다”며 “처음에 카드를 설계할 때는 이렇게 유가가 폭락할 줄 몰랐다”고 해명합니다. 유가 하락으로 주유 카드의 손실이 커지자 일부 카드사는 해당 상품을 절판하거나, 전월 실적 요건을 카드를 더 많이 쓰도록 강화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습니다.

카드업계는 “유가가 저점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서서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새로운 주유카드를 속속 내놓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사탕을 줬다, 뺏다 하는 거 아닌가”라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카드사들은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반짝’상품에 매달리기보다는, 고객들이 오랫동안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를 개발하는 데 관심 갖기를 기대해 봅니다.
PC 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