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와신상담(臥薪嘗膽) 더 뉴 트랙스..이번엔 통할까?

데일리카 박홍준 기자

입력 : 2016.11.30 15:45

수정 : 2016.12.01 17:39

소형SUV 시장은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 소형 SUV를 처음 소개한 건 한국지엠의 쉐보레 트랙스였지만, 낮은 존재감과 반 박자 느린 시장 대응으로 신차효과의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렸다.

결국 이 시장은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양분하다시피 한 그들만의 리그가 됐고, 시장의 선구자였던 트랙스는 경쟁자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으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출시는 빨랐지만, 디젤, AWD, 롱바디 모델 등 다변화 전략을 구성하는 경쟁자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런 트랙스가 와신상담하고 다시 소형SUV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더 뉴 트랙스는 외관을 새롭게 바꾸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풀 체인지에 가까운 개혁을 단행했다.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된 듀얼 포트그릴로 전면부 인상을 새롭게 다듬고, 주간주행등이 내장된 헤드라이트로 공격적인 느낌을 더했다.후면부에선 큰 변화가 없지만, 범퍼 형상과 리어램프 시그널을 변경해 디테일을 손봤다. 전면부의 강렬한 인상과는 대비되지만, 울룩불룩한 특유의 잔근육 덕분인지 기존에 보이지 않던 남성스러움이 더 묻어난다,

인테리어는 큰 변화를 이뤘다. 기존 모델 대비 하향 조정 된 인스트루먼트 패널 덕분에 시야 확보가 용이해졌으며, 듀얼 콕핏 형태의 새롭게 디자인된 인테리어는 최근 쉐보레의 디자인 트렌드를 충실히 따랐으면서도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기존의 평가가 엇갈렸던 모터사이클 형상의 계기판도 아날로그 타입으로 새롭게 변경했다. 개방감이나 거주성은 쌍용 티볼리나 르노삼성 QM3보다 한수 위라고 평가하고 싶다.

수동식 공조장치는 개인적으로 편리하지만, 최근 경차에도 2단 조절이 가능한 열선시트가 지원되는 데에 반해 더 뉴 트랙스의 열선시트는 1단밖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통풍시트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이 부분은 상품성 강화를 통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과 조작감에 있어 아쉬운 점은 없지만, 최근의 디자인 변화에 따라 함께 변경했다면 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기어노브 역시 기존과 변화된 점은 없는데, 출시 초기부터 고집해오고 있는 토글시프트 타입의 변속기는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이 세그먼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공간 활용성에서 더 뉴 트랙스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특히 2열 등받이와 좌석 시트 부분을 완전히 분리해 적재 깊이를 키운 부분은 재밌는 아이디어다.

설계 상 폴딩 시 완전한 수평구조가 되기 힘든 구조를 좋은 아이디어로 풀어냈다. 220볼트 전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인버터는 더 뉴 트랙스의 또 다른 세일즈 포인트로 꼽힌다.

더 뉴 트랙스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1.6리터 디젤엔진 두가지의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시승한 차량은 1.4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최고출력 140마력(4900rpm) 최대토크 20.4kg.m(1850~4900rpm)의 파워를 지닌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다.

주행 감각은 소형 SUV 답게 산뜻한 느낌이다. 엑셀러레이터 응답력을 초반에 중점적으로 몰아둔 점, 그리고 최대 토크가 저회전 영역에서 발생하는 덕에 시내 주행에서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수치상 2.0리터급의 자연흡기 엔진과 맞먹는 성능이지만, 풍부한 토크감 탓에 그보다 더 높은 출력으로 체감된다.

SUV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차체의 쏠림이나 흔들림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기본기가 훌륭한 한국지엠 차량들 특성 상 그 움직임은 많이 억제된 편이다.

미국 브랜드 차량이지만, 움직임은 유럽차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스티어링의 응답성과 직결감도 즉각적이어서 동급에선 가장 좋은 핸들링 성능을 선사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제는 제법 해볼만한 게임이다. 실제로 더 뉴 트랙스는 지난 달 신차 출시 이후 판매량이 약 120% 수준으로 급등했다. 새롭게 바뀐 디자인 탓에 고객들의 이목을 끄는데에는 성공했다.

탁월한 기본기와 운전 재미, 그리고 넉넉한 거주성과 강화된 첨단 안전사양은 비교 우위에 있는 강점이다.

그러나 소형SUV 고객들이 원하는 특유의 아기자기한 구성과 재밌는 포인트들이 부재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르노삼성 QM3는 연비, 쌍용 티볼리는 편의사양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부분에서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를 어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뉴 트랙스를 선택할 예비고객에게 이 차만의 강점을 어필하기에는 기본기 외에 뭔가 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기본기는 트랙스 고유의 것이 아닌 한국지엠 차량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한 DNA 이기 때문이다.

시승한 더 뉴 트랙스 1.4 가솔린 터보 모델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1845만원에서 2390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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