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4 20:24
겨울이다. 겨울 바다를 보러 서울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경기 화성시 제부도로 향했다. 제부도는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하다. 본토와 제부도를 잇는 둑길이 밀물 때는 막혔다가 썰물 때 열리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는 이날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반까지였다.
이번 여행은 아반떼(AD) 1.6L(리터) 가솔린 모델로 다녀왔다. 아반떼는 1990년 1세대 엘란트라로 처음 출시된 이후, 25년간 5번의 완전변경을 거친 대표적인 '국민차'다. 1995년 2세대로 거듭나면서 이름을 스페인어로 '전진, 발전, 앞으로'라는 뜻을 가진 아반떼로 바꿨다. 1996년엔 지금도 깨지지 않는 단일 모델 연간 최대 판매량인 19만대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지금까지 1000만대 넘게 팔렸다. 2012년엔 자동차 본고장에서 주는 최고의 영예인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반떼의 콘셉트는 '통상적이지 않은'이란 뜻을 가진 '수퍼 노멀'이다. '가장 대중적인 차'인 아반떼에 역설적인 콘셉트를 붙인 이유는 튀지 않지만 물리지도 않는 디자인, 적절한 편의 사양과 주행 성능, 과하지 않은 가격대가 맞물려 준중형차의 새 표준을 정립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외관은 현대차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으로 제네시스, 쏘나타, 투싼에 적용된 대형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공기 흡입구)이 적용됐다. 멀리서 보면 쏘나타와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닮았다. 특히 이전 모델(아반떼MD) 대비 길이는 20㎜, 축거(휠베이스)는 25㎜ 늘어나면서 실내 공간이 부쩍 넓어졌다. 운전석은 좁다는 느낌이 없을 만큼 몸에 딱 들어맞았고, 뒷자리도 무릎 앞으로 공간이 충분히 남았다. 차 크기만 놓고 보면 1998년 나온 EF 쏘나타와 같다.
실내 공간은 간결하다. 고급스러운 내장재나 탁월한 특수 기능이 적용된 건 아니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열선·통풍 시트는 기본, 겨울철 손 시림을 막는 열선 운전대도 적용돼 있다. 계기반은 한눈에 잘 들어왔고, 운전대에 붙은 리모컨, 크루즈 컨트롤 등 기본 기능도 착실하게 마련돼 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차량 한가운데 설치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었다. 터치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데, 감도가 빠르고 정확해서 사용하기 편리했다. 길도 제법 잘 찾는다. 가장 정확한 길을 찾아준다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런 부분은 보통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더 경쟁력을 갖췄다.

서울 장한평역 근처에서 출발해 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평택시흥고속도로(제2서해안고속도로)에 올랐다. 2013년 개통된 이 고속도로는 직선 주행로가 정면으로 쭉 뻗은 데다 차량 소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자동차의 달리기 성능을 시험해보기에 적격이었다.
아반떼는 주력 모델인 가솔린 1.6 모델을 비롯해, 2.0 가솔린, 1.6 디젤, 1.6 LPG 모델 등 네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이날 시승한 가솔린 1.6 모델은 최고 출력 132마력에 최대 토크 16.4㎏·m를 낸다. 그래선지 고속 주행에서의 힘은 약간 부족한 느낌이었다. 배기량이 작은 탓도 있지만, 애초에 현대차가 시속 100㎞ 이하 사용 구간에서 가속 성능이 우수하도록 변속 기어를 세팅했기 때문에 고속보다는 저속 가속력이 더 낫다. 실제로 시동을 걸고 처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는 빠르게 치고 나간다. 가솔린 엔진인데도 낮은 엔진 회전수(RPM)에서 민첩하게 움직였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전성은 예전 모델 대비 확실히 개선됐다. 운전대가 흔들리거나 차체가 살짝 튀는 불안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다. 10여년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물때에 차량을 통제하는 시설로만 쓰인다. 2㎞ 정도 되는 둑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좌우로 넓게 펼쳐진 갯벌과 멀리 매바위가 보인다. 제부도는 1㎢도 되지 않는 서해의 작은 섬으로, 섬 외곽 도로를 차로 한 바퀴 도는데 고작 20분도 채 안 걸린다. 남쪽으로는 갯벌 체험장과 해수욕장, 북쪽으로는 작은 선착장이 있고 외곽 도로 주변으로 횟집과 펜션이 즐비하다.
섬 도로를 따라서 남쪽 해수욕장 쪽을 찾았다. 근처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많으니 잠시 차를 세워두고 해안길 산책로를 걸어도 좋다. 썰물 때라 갯벌이 바닷가에서 200~300m까지 드러나 있었다. 군데 군데 낙지나 조개류를 캐는 사람들이 보였다. 해수욕장 근처에는 한창 무한 리필 조개구이가 성업 중이었다. 이 외에도 낙지 호롱, 바지락 칼국수 등 해산물 요리가 다양하다.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었다. 아반떼 가솔린 모델은 엔진 소음이 거의 없다. 창문을 닫으면 더욱 조용한데, 현대차는 "차체에 차음(遮音)재를 전 모델 대비 보강하면서 정숙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아반떼에는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이 적용됐다. 일반 강판보다 무게는 10% 가벼우면서 강도는 2배 이상 높은 초고장력 강판을 차체 전체의 53%에 적용했다. 에어백은 7개가 달렸다. 차 키를 들고 차 뒤쪽 트렁크로 가서 서 있으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전문 스피커 제조업체 JBL의 스피커 8개를 적용했다는 점은 딱히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제부도 북쪽에는 작은 선착장과 등대가 있다. 서해 근해에서 잡은 해산물이 소량이지만 이곳으로 들어온다. 선착장 위쪽으로 높이 솟은 빨간색 등대는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이날 드라이브는 총 200㎞ 정도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는 리터당 15.2㎞를 기록했는데, 장거리 주행인 만큼 공인 연비(13.1㎞/ℓ)보다는 다소 높게 나왔다. 차 가격은 1531만~237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