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7 10:57
젊음의 패기란 이런 것일까. 우리나라의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러시아, 몽골, 유럽을 가로지른 젊은이가 있다. 지난 3월 혼다의 소형 오토바이 슈퍼커브를 구입하고 7월 우리나라를 떠난 이재영(25)씨. 남들은 비행기를 타고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는 유럽 여행을 이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10시간이면 갈 수 있는 유럽까지의 길을 그는 석 달에 걸쳐 달려갔다. 거리는 무려 1만8000km.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6286km라고 하니 그는 지구 일주의 절반 정도를 이미 채운 셈.
더드라이브가 용기 있는 젊음을 응원하고자 이재영 씨의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분단의 아픔이 없었다면 북쪽의 땅을 거쳐 중국, 러시아, 몽골을 지나 유럽까지 달릴 수 있는 길이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비록 북쪽을 달리지는 못해도 러시아에서 출발한 이 씨의 여정을 함께해본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던 이 씨는 과감하게 여행을 결심했다. 오토바이를 샀고 국내에서 적응을 시작했다. 또,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자 택배회사에서 박스를 싣고 내리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여행에서 가장 즐거울 때가 바로 가방을 쌀 때라고 했던가. 이 씨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렇게 아침에도 투잡이라도 해야 여행가지…”라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7월 시작한 이 씨의 여행은 러시아를 가로질렀다. 오토바이와 함께 러시아로 들어선 이 씨의 발걸음은 7월16일 황망한 초원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네르친스크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한 모습이다. 이 씨의 여정은 러시아의 중국의 북쪽 국경과 몽골의 국경 북쪽이 만나는 곳 위를 지나간다. 그대로 서쪽으로 달리면 바이칼호수가 나오고 그 전에 ‘치타’라는 소도시를 지난다.
이곳 러시아의 길은 황망하다. 필자 역시 10년 전 10여 명의 취재진과 함께 이 길을 달린 적이 있다. 물론 버스를 타고 달렸지만 그때도 황망하긴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먹고 세 시간을 달려도 멀리 앞에 보이는 산이 가까워지지 않는다. 길은 일직선으로 뻗었는데 구부러질 생각도 안한다. 이렇게 외진 길에 폭우가 내리고 다시 햇빛이 비추면 움푹움푹 포트홀이 생겼고 버스 바퀴는 덜컥 요동을 쳤다. 러시아는 그런 곳이다.
한참 더운 여름에 러시아를 횡단한 이 씨는 최근 독일 잡지에 출연하면서 국내에도 소식이 알려졌다. 독일의 유명한 서킷 뉘르부르크링을 소개하는 한 잡지에 한국에서 1만8000km를 달려온 청년이라며 이 씨의 이야기를 실어줬다. 물론 이 씨가 뉘르부르크링의 택시를 타면서 찍은 사진과 마지막에는 그의 애마 혼다 커브를 타며 서킷을 달리는 모습도 함께 나왔다.
독일까지 오는 동안 모두 예상하듯 우여곡절도 많았다. 비 오는 날 노숙을 하려는 이 씨에게 자기 방을 내어준 러시아 할아버지부터 선뜻 빵과 와인을 사주며 “내가 자네보다 더 어른이니까 부담 없이 받아”라고 말했던 헝가리 벽안의 의인(?)까지 세계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달려왔다.
이 씨는 10월14일 현재 네덜란드의 남부 소도시 틸버그(Tilburg)에 머물과 있다. 한국인 친구의 집이 있어서 잠시 휴식과 재충전을 했다. 여행이 이미 4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지친 기색은 없다. 이 패기 넘치는 한국인 젊은이는 “오늘 프랑스 파리로 출발해서 3일 정도 머물다가 프랑스를 오른쪽으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일주할 계획입니다”라고 또 한 번 당찬 포부를 전해왔다.
**필자는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이 씨의 소식에 부러워서 잠이 안 올 지경이다. 넓은 세상을 직접 달리며 만나고 오는 젊음을 응원하며 1편을 마친다.
*계속
[사진, 인터뷰 = 이재영]
더드라이브 이다일 기자 dail.lee@thedr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