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16 20:13

현대자동차그룹은 16일 영국 고급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에서 외장 디자인을 총괄하던 이상엽(47)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현대차로 출근할 이 상무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스타급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이 상무는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순부터 역시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난해 말 현대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된 루크 동커볼케(51) 전무와 호흡을 맞춘다.
동커볼케 전무와 이 상무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현대차의 전체적인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개발하는 모든 자동차의 내·외장 디자인, 색상, 소재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상엽 상무가 여러 브랜드를 거치며 다양한 최고급 자동차를 디자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경쟁이 치열한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한국인으로는 가장 이름이 많이 알려진 스타 디자이너로 꼽힌다. 그는 홍익대 조소학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트센터디자인대학 자동차디자인학과를 졸업했으며,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셰 디자인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
순수 미술을 전공한 이 상무가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쯤 서울 이태원 밤거리에서 네온사인 불빛이 비친 포르셰를 우연히 보면서부터다. “자동차가 아니라 조각품처럼 보여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듬해 군대 제대 후 친척이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구경 삼아 방문한 이모집 근처에 있는 디자인 대학에서 학생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자동차 조각’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 상무는 1999년 미국 GM에 선임 디자이너로 이직, 미국 스포츠카 대표 모델인 카마로·콜벳 등 콘셉트카(양산 목적으로 개발 중인 차량) 디자인을 맡으며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범블비’로 알려진 카마로는 그가 콘셉트카에서 양산차까지 외장을 직접 디자인했다.
이 상무는 2010년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폴크스바겐·아우디·포르셰·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콘셉트카 디자인팀을 이끌었다. 이어 2012년 말 벤틀리로 옮겨 최근까지 플라잉 스퍼, 콘티넨털 GT, 벤테이가 등 벤틀리가 잇따라 선보인 고가 자동차의 외장·선행(先行) 디자인을 총괄했다. 이 상무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과 경이로운 성장에 항상 자부심을 느껴 왔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영입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년 피터 슈라이어(63) 사장과 지난해 말 동커볼케 전무를 각각 영입했다. 또 고성능 차 개발을 위해 2014년 독일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데려왔고, 지난해 말에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 출신인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를 영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