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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車 끊긴 현대車 판매 부진… 무이자 할부 '고육책'

김기홍 기자

입력 : 2016.05.15 21:01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부터 준대형 세단인 2세대 제네시스(DH)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2세대 제네시스를 무이자 할부로 파는 것은 2013년 11월 출시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가 지난달부터 무이자 할부로 파는 차량은 9종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의 최대 규모다. 최고급 모델인 제네시스 EQ900은 빠졌지만, 볼륨 모델(판매량이 많은 주력 차종)인 아반테·쏘나타·그랜저 등 거의 모든 세단이 대상이다.

현대차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성장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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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난달 '나홀로 역성장'

지난달 국내 5개 완성차 업체(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 가운데 현대차를 제외한 4개 업체는 판매량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르노삼성차는 SM6 돌풍에 힘입어 22% 급증했고, 심지어 현대차 계열사인 기아차도 13% 늘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6%(3585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점유율도 감소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까지 내수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절대 지존의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3월엔 국내 5개 업체 가운데 41.8%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특히 4월엔 계열사인 기아차에 국내 1위 자리를 사실상 뺐겼다. 트럭·버스 등을 제외한 승용차 판매량만 따지면, 기아차(4만3426대)가 현대차(4만3216대)를 제쳤다. 기아차가 승용 부문에서 현대차를 추월한 것은 2013년 12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차종별 1위도 줄줄이 다른 업체 차지다. 준대형 세단 부문에선 그랜저가 기아차의 K7에 밀려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2위에 그쳤다.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부문에선 싼타페가 기아차 쏘렌토에 지난 3월부터 2개월 연속 1위 자리를 넘겨주었다. 중형 세단 부문에서도 쏘나타의 1위 자리가 흔들거리고 있다. 르노삼성이 SM6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가, 이달 들어 한국GM의 말리부까지 본격 출시됐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현대차는 최근 유례없는 판매 촉진 활동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대대적인 무이자 할부 판매에 이어 이달 들어선 그랜저 구매 고객에게 1년 뒤 신형 그랜저로 바꿔주는 '1+1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고전은 인기 모델 신차를 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싼타페 등 주력 차종의 신차 모델이 올해 말 이후로 예정돼 있어 당분간 판매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개별 소비세 인하 연장으로 내수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차의 부진이 두드러져 보인다"면서 "대대적 판촉 활동도 신차 출시가 없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부진… 올해 목표 달성 어려울 듯

해외에서도 현대차는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세계에서 129만9961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0만1724대)에 비해 7.3% 줄어들었다. 신흥 시장 부진 탓도 있지만, 양대 주력 시장인 중국·미국 시장도 판매 성적이 신통치 않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혼다(9.2%), 닛산(9.8%), 포드(7.1%) 등 경쟁 업체는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올해 북미 시장에 야심 차게 출시한 신형 아반테(현지명 엘란트라)의 판매 부진이 뼈 아프다. 지난달 아반테 미국 판매량(약 1만2000대)은 구형 모델이 팔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차 출시 직후 판매가 급증하는 '신차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쏘나타도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15% 이상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판매 보조금을 늘리는 등 현지 판매 촉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올해 1분기 부진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10% 이상 성장했지만, 현대차는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했다. 랑둥(아반테)·루이나(엑센트) 등 구형 세단 모델의 판매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해부터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대차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현대기아차 전체로 연간 800만대 이상 판매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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