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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뒷걸음질…'잔인한 4월' 보낸 현대차 판매전선 이상 없나

전성필 기자

입력 : 2016.05.03 15:10

현대차의 판매 부진이 심상치 않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조치와 신차 출시 등으로 내수(內需) 판매에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만 혼자 뒷걸음질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4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판매가 줄어드는 판매 부진에 빠져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경쟁 업체들이 줄줄이 신차를 출시해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노후한 느낌을 주는 점과, 세단 위주의 상품 구성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에는 ‘잔인한 4월’이었다. 현대차는 4월 총 5만946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올해 3월 판매실적(6만2166대)보다도 4.3% 감소했다. 4월 상용차를 제외한 내수 판매에서는 ‘동생’ 기아차에도 추월당했다.

현대차 판매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쟁사들은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아차는 4월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늘어난 4만8505대를 판매했다. 한국GM은 작년보다 10.2% 늘어난 1만3978대를 판매, 2004년 이후 4월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4월 국내 판매량(9133대)이 1년 전보다 12.3% 늘어 올해 최고 판매실적을 올렸다. 중형 세단 ‘SM6’가 인기몰이를 하는 르노삼성은 4월 판매량(8536대)이 전년 대비 21.6%나 늘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현대차 판매 부진의 이유로 중형차 부문을 꼽고 있다. ‘쏘나타’와 ‘그랜저’가 석권하던 중형차 시장에 경쟁사의 신차가 쏟아지면서 현대차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르노삼성 SM6를 출시해 쏘나타 일색이던 중형차 시장에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기아차가 새로 선보인 ‘K7’은 그랜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4월에만 5504대(신형·구형 합계)가 팔려 2009년 12월 K7 출시 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월 판매량 5000대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주력 제품은 경쟁사와 비교해 노후 모델로 남아 있다. 현대차는 부랴부랴 2017년형 쏘나타를 4월에 ‘조기 투입’했지만, 디자인이나 주요 성능에 큰 변화가 없어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하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 출시할 신형 그랜저가 ‘대박’을 터뜨려주길 기대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비교적 시장 규모가 작은 친환경차와 고급차 브랜드에만 신경을 쓴 것을 ‘패인(敗因)’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SUV나 국내에서 ‘상한가’인 경차 모델을 등한시한 것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가 인기고,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가 판매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아차는 경차인 ‘모닝’과 미니밴 ‘카니발’을 통해 현대차가 놓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세단 비중이 80%에 육박해 세단 외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놓치고 있다”며 “몇년 전까지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다양한 차종을 출시한 현대차가 내수 시장 변화 대응에 늦어 판매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신차가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차량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구형 차량인 것처럼 느껴 4월 판매가 부진했다”며 “고객 대상 이벤트와 판촉을 강화하고 올해 하반기 주력 차량의 신형 모델을 출시해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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