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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900 리무진 'VIP시트'..첨단 기술 총출동

화성=신은진 기자

입력 : 2016.04.10 21:04

수정 : 2016.04.10 21:53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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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기도 화성시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시트 컴포트랩’.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고 시트 개발을 목표로 설립한 연구소다. 실험실에 들어서자 빨간색 전선과 센서가 달린 옷을 입은 연구원이 ‘제네시스 EQ900 리무진’ 뒷좌석에 앉았다. 곧이어 전선이 연결된 컴퓨터 화면에 빨간색과 파란색 선들이 등고선 모양으로 떴다. 김영식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앉았을 때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을수록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된다”고 말했다. 바로 옆 방에서는 EQ900 리무진 좌석에 진동 센서를 달아 실제 주행 때 진동 흡수 정도와 승차감을 측정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EQ900 리무진은 국내 대형 럭셔리차 시장에서 수입차에 밀렸던 현대차가 내놓은 반격 카드다. 기존 EQ900 세단보다 전장이 290㎜ 길다. 차값은 1억5000만원대. 동급 경쟁 차종으로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고장 없이 잘 달리는 차를 만드는 데 집중했던 현대차가 고급 수입차를 뛰어넘기 위해 던진 승부수 중 하나가 바로 시트다.

◇“EQ900 시트, 5년 연구 끝에 탄생”
시트는 승차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황정렬 전무는 “시트가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자동차에서 사람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이 바로 시트”라며 “차체 안전 구조에 진동 흡수 장치, 가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협업해야 하는 자동차 시트는 종합예술이자 과학”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시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1년이다. 가장 기분 좋고 편안함을 느끼는 차 시트를 연구하기 위해 ‘인간공학기술’이라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었다. 5년여 노력 끝에 탄생한 첫 작품이 바로 EQ900 리무진에 장착한 시트다.

현대차는 EQ900 리무진 시트를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라고 부른다. 실제 비행기 일등석처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릴렉스, 독서, 영상 시청 등 3가지 모드로 변형이 가능하다. 등받이가 눕혀지는 각도 역시 최대 42도에 달한다. 아우디·BMW 등 독일 차 최고급 모델은 32~37도 수준이다. 좌석이 앞으로 밀려나오는 길이도 최대 150㎜로 독일 차 평균(100㎜)보다 50% 길다.

안성철 팀장은 “단순히 많이 눕혀지는 것뿐 아니라, 안전벨트를 맨 상태의 충돌 실험에서 인체 부상을 최소화하는 각도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수백번의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인체를 어깨, 목, 엉덩이, 무릎 등으로 나눠 총 18개 방향으로 시트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다양한 실험 덕분에 EQ900 리무진은 국산차 최초로 독일 척추건강협회(AGR)로부터 오래 앉아있어도 척추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인증마크를 받았다.

EQ900은 만족도 테스트에서도 경쟁 차량을 앞섰다. 국내 기업 CEO 100명 대상으로 해외 고급 세단 3종과 EQ900의 뒷좌석 시트 만족도를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EQ900은 9점 만점에 7.1점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디테일이 명품(名品)을 만든다
현대차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가죽 회사 파수비오에 디자이너 3명 등 직원 20명을 보내 1년 동안 가죽 가공 기술을 전수받았다. 파수비오는 벤틀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차에 가죽을 공급한다. EQ900 리무진 시트에는 북미산 최고급 소가죽이 사용됐는데 가죽의 모공과 잔주름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특수 도료까지 개발했다. 한홍민 팀장은 “가죽 시트를 꿰매는 간격을 기존 4.5㎜에서 3.5㎜로 만들고, 보다 매끄럽고 정교한 구멍을 낼 수 있도록 삼각 바늘이 아닌 원형 바늘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바느질 모양이 균일하게 나오고 올 풀림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일반 실이 아닌 접착 실을 사용하기도 했다.

EQ900의 올해 판매 목표는 300대. 이미 사전계약으로만 350대가 팔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회사의 최고 기술이 집약된 고급 대형 세단은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돼 자존심을 걸고 개발하는 분야”라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배기량 4000㏄ 이상 대형 세단 판매가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저유가 기조와 맞물려 고급 세단 경쟁은 날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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