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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자동차 해킹에 취약…도난·사고 우려

이재은 기자

입력 : 2016.03.27 11:33

수정 : 2016.03.27 11:50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의 차량 대부분을 손쉽게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의 차량 대부분을 손쉽게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의 차량 대부분을 손쉽게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이 이뤄지면 해커가 원격 조정으로 차량의 문을 자유자재로 열고 운전까지 할 수 있다. 이는 차량 도난은 물론, 주행 중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Wired)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운전자협회(ADAC)가 자체 개발한 해킹 장치로 수십개의 인기 차종을 해킹한 결과, BMW ‘i3’를 제외한 거의 모든 차종을 해킹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ADAC가 사용하는 ‘앰플리파이어 어택(Amplifier Attack)’이라는 해킹 방식은 차량 내 라디오 주파수를 조작, 센서가 자동차 주인이 근처에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엔진 및 도어락을 해킹하는 수법이다.

ADAC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꼽은 차량은 포드 ‘갤럭시’, 아우디 ‘A3·A4·A6’, BMW ‘730d’, 포드 ‘갤럭시’, 도요타 ‘라브4’, 폴크스바겐 ‘골프 GTD’, 닛산 ‘리프’, 혼다 ‘HR-V', 렉서스 ‘RX 450h’, 미니 ‘클럽맨’, 르노 ‘트래픽’, 폴크스바겐 ‘투어란 5T’ 등이었다.

국내 차량 중에는 현대차 ‘산타페 CRDi’, 기아차 ‘옵티마’, 쌍용차 ‘티볼리 Xdi’ 등이 해킹에 취약한 모델로 지목됐다.

ADAC 측은 4년째 차량 해킹을 지속했으나 자동차업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 키를 라디오 통신이 통과지 않는 정전기 차단 장치인 ‘패러데이 상자’에 보관하면 차량 해킹을 막을 수 있지만, ADAC는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DAC 관계자는 “차량 해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의무”라면서 “업체들이 스스로 차량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최근 자동차 해킹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자동차를 이용하는 일반 대중과 자동차 제조 회사, 부품 회사들이 각종 잠재적 위험, 특히 자동차의 첨단장치와 관련된 사이버 안보 위협을 항상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보안기술 연구원들이 고속도로에 있는 지프 체로키 차량을 16㎞ 떨어진 집에서 컴퓨터로 해킹한 원격 조정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히로시마 시립대 정보과학대학원의 이노우에 히로유키 교수가 자동차를 해킹해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해킹된 자동차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조작하자 차량의 속도 계기판이 시속 180km까지 올라갔다. 앱으로 차량 창문을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었으며, 액셀러레이터를 통제 불능 상태로 바꿀 수도 있었다.

FBI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에 갈수록 많은 첨단 전자 장비가 탑재되면서 외부 해킹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자동차에도 PC, 노트북,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의 보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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