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6 19:51
수정 : 2016.03.06 20:12

저유가에다 신차(新車) 출시 효과가 맞물리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큰 차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본지가 6일 국내 자동차 5사의 1~2월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준(準)대형급 이상의 ‘큰 차(배기량 2000 cc 이상)’ 판매량이 3만865대로 총판매량(17만8925대)의 17.3%를 차지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대치(2011년·17.2%)를 5년 만에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준대형급 이상 승용차 판매 호조는 올 1월에 출고된 현대차 EQ900과 기아차의 신형 K7이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며 쌍끌이에 나선 효과가 크다. 차종별 판매 실적을 보면 준대형급 이상에서 ‘부동(不動)의 1위’인 현대차 그랜저가 같은 기간 8917대가 팔려 선두였으나 기아차 신형 K7(7419대)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특히 올 1월 말 출시된 신형 K7은 2월 한 달 동안에만 6046대가 판매돼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대당 가격이 1억원 안팎인 EQ900도 4640대 팔려 제네시스(4978대)에 이은 4위에 올랐다. 현대차 최고가(最高價) 모델이던 에쿠스가 월 1000대 안팎 팔려온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는 수요 급증을 반영해 EQ900 생산량을 연간 1만6000대에서 3만2000대로 두 배 늘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한국GM이 야심 차게 내놓은 ‘임팔라’와 쌍용차 체어맨W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카이저’도 최근 인기몰이에 나서 ‘그랜저 독주’였던 중대형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올 11월에 ‘그랜저 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아 반격할 계획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준대형차 이상 승용차 판매 비중이 10%를 넘은 것은 2004년이 처음이었다. 2005년에는 현대차의 4세대 그랜저(TG) 인기에 힘입어 중대형 판매 비중이 15.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