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2 03:04
수정 : 2016.02.22 04:41
과거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차에 비해 차 값은 비싸지만 연료 효율이 좋기 때문에 기름값이 비쌀 때 수요가 늘고 기름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줄었다. '하이브리드차는 고(高)유가 시대에 많이 팔리고 저(低)유가 시대에는 고전(苦戰)한다'는 공식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공식은 깨지고 있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무너지면서 2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데도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첫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 나오는가 하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하이브리드 모델, 왜건형(型) 하이브리드 모델 등 다양한 차종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올해 국내 출시되는 하이브리드차는 역대 최대인 10여종이다.

올해 하이브리드차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3만8978대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5만대로 예측되고 있다. 2008년만 해도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070대에 불과했다. 불과 8년 만에 50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2.0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IHS는 "올해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50만대를 넘어서고, 2020년에는 60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저유가에 하이브리드차가 강세인가
저유가에도 하이브리드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친환경 규제다. 지난해 파리 기후협정 타결로 온난화 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됐다. 한국의 경우 현재 자동차가 1㎞를 달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평균 140g 수준이지만, 2020년에는 평균 97g까지 낮춰야 한다. 유럽에서는 2021년까지 1㎞당 95g으로 줄여야 한다.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하이브리드차다. 전기차, 수소차는 아직 가격이 비싸고,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반면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합한 하이브리드차는 이미 대중화에 성공했다.
다른 하나는 빠른 기술 혁신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최대 약점이었던 경제성이 보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건의 현대차 쏘나타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비교해 보자. 차 값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325만원 비싸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모델은 100만원의 정부 보조금과 130만원의 취득세 감경 혜택을 받는다. 현대차를 예로 들면, 하이브리드차는 할인액이 가솔린 모델보다 60만원 많다. 이에 따라 실제 구매 가격은 하이브리드차가 30만원 비쌀 뿐이다.
여기에 쏘나타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리터(L)당 12㎞,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는 17.7㎞다. 연간 2만㎞를 탄다고 가정했을 때(21일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 1345원 적용) 쏘나타 가솔린 모델의 유지비는 224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료비는 152만원으로 72만원 차이가 난다. 1년만 타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는 것이 이득이다.
◇현대차 등 하이브리드 후발 주자의 추격도 거세

하이브리드차의 강세에 따라 자동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하이브리드차의 절대 강자는 일본 도요타다. 도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1997년 첫 출시 이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350만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것이 현대차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설계부터 연료 효율을 높이는 것을 최대 목표로 했다. 공기저항계수가 0.27로 현대차가 판매 중인 차량 가운데 가장 낮다. 그 결과 연비가 리터당 22.4㎞로, 현재 시판 중인 프리우스(21.0㎞/L)보다 높다.
도요타는 다음 달 국내 시장에 신형 프리우스(4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도전에 맞불을 놓는다. 아직 국토부로부터 연비 인증을 받지 못했으나 아이오닉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기반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니로'를 다음 달 국내 출시한다. SUV의 실용성과 하이브리드의 고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목표다.
한국과 일본 업체가 하이브리드차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미국·유럽 업체들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승부수를 던졌다. PHEV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차량으로, 충전 후 첫 30~50㎞는 순수 전기차처럼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만 달리다가, 배터리 전력을 다 쓴 뒤에는 하이브리드처럼 엔진과 모터를 병행해서 달린다.
GM의 PHEV 모델인 '볼트(Volt)'는 주행거리가 긴 것이 특징이다. 1회 충전과 주유로 최대 676㎞를 주행할 수 있다. 첫 80㎞ 구간은 순수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어 평상시 출퇴근하는 용도로 사용할 땐 기름을 거의 쓰지 않아도 되는 게 특징이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중 볼트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아우디가 국내 출시한 'A3 e트론' PHEV 모델은 친환경차를 뛰어넘는 주행 성능을 뽐낸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합산 출력이 204마력에 달하고, 최고 속도가 시속 222㎞에 달한다. BMW도 올해 중 3시리즈, 7시리즈 세단을 기반으로 한 PHEV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hybrid·plug-in hybrid vehicle)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외부의 전기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차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