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관리

급성장하는 '카셰어링', 부실한 차량 관리에 이용자들 불만

전성필 기자

입력 : 2016.01.29 13:46

▲ 국내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사진 위)와 그린카(아래). / 사진=조선일보DB.
▲ 국내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사진 위)와 그린카(아래). / 사진=조선일보DB.

직장인 김상범(27) 씨는 최근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뒤따르던 차량과 추돌사고가 날 뻔했다. 김씨가 운전하는 차량 테일램프(후미등)가 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한 달에 2~3회 주말을 이용해 카셰어링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는데 최근 차량 관리 상태가 부쩍 나빠져 불안하다”고 말했다.

카셰어링은 업체가 전국의 공용 주차장에 미리 갖다 놓은 자동차를,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 등으로 예약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렌터카 서비스다. 최소 30분부터 이후는 10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어 기존 렌터카보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 20~30대 이용자가 늘면서 카셰어링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카셰어링 업체의 차량 관리가 부실하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차량 관리는 이용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현진(24) 씨는 지난해 카셰어링 차량을 운전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몸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오른쪽 앞타이어가 왼쪽보다 더 주저앉은 것을 발견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달라 주행 도중 차가 한쪽으로 쏠린 것이다.

임씨는 “타이어 공기압이 일정하지 않으면 브레이크 제동력에 차이가 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터넷에 사용 후기를 남기고 점검을 요청했지만, 정비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나 기본적인 차량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차에 워셔액이 없어 앞 유리창이 지저분한 채로 운전했다”, “시트와 핸들 등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묻어 있어 찜찜했다”는 식이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차량 내부에서는 금연이라고 권고하지만,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 아이들을 태우기 겁난다는 운전자도 있었다.

공유경제 모델 중 하나로 시작된 카셰어링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시장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쏘카’와 ‘그린카’ 두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쏘카는 2012년 제주에서 차량 100대로 시작해 지금 차량 3300대에 회원 수는 150만명이다. 2011년 국내 최초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그린카는 차량 2800대에 회원 11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두 업체는 올해 ‘몸집’을 더욱 불려 보유 차량을 9000여대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차량 정비나 관리, 이용자 편의에 대한 투자는 미지수이다.

카셰어링 업체는 “모든 차량을 일일이 점검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용자가 차량을 스스로 점검해주고 문제가 있으면 업체 신고 서비스를 통해 알려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린카 관계자는 “차량에 문제가 있으면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아 긴급 출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 달에 8회 청소를 하고 1회 정기점검을 통해 차량 안전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용자들이 많아 현실적으로 모든 차량을 온전하게 관리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정밀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간단한 검사라도 수시로 해 차량 안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영업용 차량의 경우 운행 전과 후에 안전 점검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카셰어링 차량도 타이어, 전조등, 외관 상태, 실내 환경, 워셔액 등 차량 운행에 가장 기본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수시로 점검하는 ‘일상점검’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의 종류와 연식, 주행 거리에 따른 특성도 업체가 이용자들에게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 교수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카셰어링 차량의 경우 어떤 운전자들이 차량을 운행했는지 알 수 없어 차량의 운행 기록이나 성능 정보를 업체가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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