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7 16:33
"저는 자동차는 타지 않아요." 교통사고로 최근 10년의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린 변호사 연석원(정우성)은 자신 앞에 멈춘 차 안에서 운전자가 차에 타라는 듯 손짓하자 이렇게 말한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석원의 친구인 오권호 변호사(배성우)가 대뜸 성질을 낸다. "야, 이거 네 차야! 이제 정신 좀 차려!"

교통사고를 겪은 석원에게 이 차는 사실 딱 어울리는 차다. 안전성을 강조하는 볼보의 대표 선수답게 최신 안전 시스템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XC60에는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시속 50㎞ 이하로 주행 중일 때 앞차가 급정거해 추돌할 위험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차가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볼보 관계자는 "사고를 100% 막아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사고 피해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능이 적용된 볼보의 대형 SUV 'XC90' 모델은 안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올해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트럭·SUV 부문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석원은 영화 초반에는 사고 후유증으로 운전은커녕 차에 탈 수조차 없었지만 연인인 진영(김하늘)을 만나면서 후유증을 극복하게 된다. 기억 상실증 치료를 받으러 종합병원 정신과를 찾은 석원은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온 진영과 병원 로비에서 처음 마주친다. 석원은 이때 진영이 놓고 간 약 봉투를 대신 챙긴다. 석원은 다음 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기아차 '레이'를 타고 출근하는 진영을 만난다. 둘은 약을 가지러 석원의 집으로 향한다. 석원은 자전거로, 진영은 차로 둘이 나란히 달리면서 얼굴을 마주보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달달한 장면으로 꼽힌다.

레이는 모닝과 함께 기아차의 대표 경차 중 하나다. 네모난 모양의 '박스카' 디자인에다 차체 대비 실내 공간이 넓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 특히 여성 운전자의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2만5985대 팔렸다.
진영은 석원과 마주 보며 운전하다 차로 인형을 밟는다. 무언가 떠오른 듯 공포에 질린 진영은 석원에게 대신 운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석원은 멈칫하면서도 진영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운전대를 잡는다. 이 장면에서 석원은 교통사고 후유증을 극복한다.
영화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멜로 장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관객은 석원의 시점에서 그가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본다. 석원이 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어째서 최근 10년의 기억만 잃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하고 첫 한 시간은 다소 답답하다. 그러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면서 마지막 30분 사이 진영의 비밀이 드러나고 영화는 반전을 선사한다.
문제가 있다면 구성력이다. 첫 한 시간 동안 온갖 복잡한 암시와 복선이 등장하는데, 오히려 이런 장면이 영화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달콤한 멜로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악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1년 미쟝센영화제에 나온 단편영화가 원작이다. 당시 호평을 받아 이번에 장편으로 재촬영한 것이다. 정우성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구성력은 다소 아쉽지만 영상미는 무척 뛰어나다. 막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이 아파트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 분위기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붉은 노을이 지는 서울 시내를 한 화면에 잡아낸다. 두 배우의 뛰어난 외모도 영상미에 한몫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영화는 '기억' '정우성'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2004년 개봉한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비슷하지만, 영화가 남기는 메시지는 완전히 다르다. 이윤정 감독은 "이 영화는 삶의 기억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떤 기억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