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12 00:13
"15년 전 우리가 포드에 타이어를 처음 납품할 때 다들 신이 나서 포드 자동차 바퀴만 봤는데, 한국타이어 로고를 찾을 수 없었죠. 스페어(예비) 타이어여서 트렁크 속에 있었던 것이죠. 이제는 우리가 BMW·벤츠는 물론 포르셰에도 신차용 타이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이상일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장)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라찰마스시(市)의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 주변은 밀밭으로 둘러싸일 만큼 한적하지만 이 공장은 한국타이어의 유럽 시장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이 공장은 2007년 6월 가동 첫해 매출 155억원에 적자로 시작했지만 7년 만에 매출 7000억원, 영업이익률 21%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2008년과 2010년, 2014년 등 3차례 공장 시설을 늘렸다. 이상일 공장장은 "2015년은 매출 9000억원, 영업이익률 25% 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2007년만 해도 글로벌 타이어 시장 점유율이 1%대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한국 업체에 문턱이 높았던 유럽 시장 공략에 도전장을 던졌다. 글로벌 타이어 메이커들의 각축장인 유럽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한국타이어는 유럽 시장에서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비결은 뭘까.
◇고급 타이어에 집중… 물류비용도 대폭 절감
"저기 타이어 안쪽에 검은 액체 보이죠. 타이어가 못처럼 뾰족한 것 때문에 펑크가 나도 액체가 구멍을 자동으로 막아줘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죠."(박철홍 헝가리공장 팀장)
헝가리 공장에서는 제품이 펑크날 경우 자가봉합(self-sealing) 기능을 통해 공기 누출을 막아주는 '실가드 타이어', 타이어에 견고한 보강재를 써서 펑크가 나서 공기가 다 빠져도 시속 80㎞로 80㎞까지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등 초고성능 타이어(UHP)를 주로 생산한다. 일반 타이어보다 20~50% 정도 비싼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만들어 독일·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36개국에 수출한다.
헝가리 공장은 유럽 어디서든 딜러들이 주문하면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급망 체계'도 갖췄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타이어를 유럽까지 운반하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리지만 헝가리에서는 사흘 이내에 처리된다. 박철홍 팀장은 "물류비용이 낮아진 것도 영업이익률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BMW·벤츠에 이어 포르셰에 납품 성공
한국타이어는 높은 유럽 시장의 장벽을 넘기 위해 유럽 내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모터스포츠 관련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높은 기술력을 증명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동시에 올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BMW·벤츠·아우디의 자존심 대결로 유명한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TM)'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등 현재 전 세계 35개 모터스포츠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거나 참가 팀을 후원하고 있다. 이병용 한국타이어 헝가리 판매 법인장은 "원래 우리의 전략은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이었는데 유명 자동차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성능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브랜드 파워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신차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것으로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2013년 국내 타이어 회사 최초로 독일 3대 회사인 벤츠·BMW·아우디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포르셰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성사시켰다.
덕분에 유럽 지역 내 한국타이어 매출액은 2011년 약 1조5000억원에서 2014년 1조9510억원으로 25% 성장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최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공급하는 신차용 타이어가 초고성능 타이어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신차용 타이어의 판매율이 교체용 타이어 시장의 판매율에 연동되는 것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초고성능 타이어의 판매 비중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