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5008 SUV, 감성·실용성 모두 갖췄다

도로 위를 유려하게 가로지르는 실루엣, 세련된 디자인에 숨겨진 실용성, 그리고 여유로운 7개의 좌석. 푸조 5008 SUV는 단순한 패밀리카를 넘어,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프렌치 감성 SUV다. 2016년 처음 등장한 이래, 2020년 9월 글로벌 무대에서 새 옷을 입고 돌아왔고, 이듬해 6월 국내에 상륙했다. 최신 디자인 언어와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품고, 이전보다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2022년 4월,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까지 추가되며 파워트레인 선택의 폭을 넓혔고, 실속파 소비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5008 SUV는 2008·3008 SUV와 함께 유럽 SUV 시장을 평정하며 2018년 '유럽 SUV 판매 1위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일궈낸 주역이자,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될 정도로 그 품격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꾸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7년 12월 첫선을 보인 이후 2023년 1월까지 누적 판매량 4000대를 돌파하며 수입 7인승 SUV 시장을 이끌어 왔다. 넉넉한 실내 공간, 유니크한 프렌치 감성의 디자인, 풍부한 편의 사양,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푸조 5008 SUV는 '합리적인 프리미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푸조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입은 외관은 정제된 우아함 속에 스포티한 감성을 절묘하게 녹여낸다. 전면부는 단연코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체와 헤드램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유려한 라인은 차량 전체의 조형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헤드램프 아래로 뻗은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푸조의 시그니처 주간주행등(DRL)은 단번에 눈길을 끄는 포인트다. 날카로우면서도 세련된 이 디테일은 도심 속에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안개등을 통합한 풀 LED 헤드램프는 우수한 시인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모두 잡았으며, 범퍼 하단 양쪽에 배치된 유광 블랙 사이드 스쿱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다. 보닛 중앙에는 '5008' 엠블럼을 넣었다.

후면부 역시 시선을 끄는 요소로 가득하다. 사자의 발톱 자국을 연상시키는 3D LED 리어램프는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턴 시그널이 밤하늘을 수놓는 듯한 화려한 피날레를 연출한다.

측면부는 직선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강조한다. 매끈하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풍성한 볼륨의 펜더는 당당한 SUV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블랙으로 마감된 범퍼·펜더·사이드 스커트는 차체 보호와 스타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도어 하단부에는 크롬 장식을 더해 세련미를 살렸고, A필러부터 D필러까지 이어지는 크롬 사이드 윈도우 트림은 스포티함을 선사한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19인치 알루미늄 휠은 디자인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레이아웃, 고급 소재로 마감된 실내는 탑승자를 맞이하는 순간부터 프렌치 감성의 정수를 전한다. 실내 곳곳에 사용된 우수한 품질의 소재와 정교한 마감은 탑승객의 손끝과 눈길이 닿는 모든 부분에서 차별화된 감각을 느끼게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상단과 하단이 잘려 나간 푸조 특유의 콤팩트 스티어링 휠이다. 이 휠은 운전자가 계기판의 정보를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동시에, 고속 주행이나 와인딩 도로에서 푸조 특유의 민첩한 핸들링 감각을 그대로 전달한다. 부드러운 고급 가죽에 촘촘하게 들어간 감각적인 스티치, 그리고 뛰어난 그립감은 운전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패들 시프트도 적용돼 운전자가 기어 단수를 보다 손 쉽게 제어할 수 있다.

계기판 역할을 하는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고해상도의 풀컬러 그래픽을 제공하며, 시인성도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 버튼을 통해 다이얼 모드, 드라이빙 모드, 개인 모드, 최소 모드 등 4가지 테마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 시각적 즐거움까지 놓치지 않았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8인치 터치스크린은 차량의 주요 정보를 비롯해 각종 인포테인먼트, 후방 카메라 기능 등을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표시해 운전 중 조작이 한층 수월하다. 터치 응답성 또한 빨라 실제 사용감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그 아래 위치한 토글 스위치는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들을 담아 편의성과 조작의 직관성을 높였다.

GT 및 GT 팩에는 특별한 기능이 더해진다. 바로 아이-콕핏 앰플리파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터치스크린의 밝기 및 컬러 세팅, 음악 이퀄라이저 등을 세팅해 실내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한층 끌어올려준다. 여기에 주행 상황에 따라 표준, 스포츠, 에코는 물론 눈, 진흙, 모래 등 다양한 노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그립컨트롤 모드까지 더해져 총 6가지 주행 모드를 하나의 버튼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5008 SUV는 EMP2 플랫폼을 적용, 5m급 SUV 수준의 휠베이스(2840mm)를 구현했다. 3008 SUV 대비 휠베이스는 165mm 긴 2840mm, 전장은 190mm 긴 4640mm로 1열 팔 공간은 11mm, 2열 무릎 공간은 60mm가량 넓어 넉넉하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1 :1 :1로 폴딩이 가능해 유연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트렁크는 기본 237리터의 용량에서 시작해, 3열 시트를 접으면 952리터, 3열을 탈거하고 2열까지 접을 경우 무려 2150리터에 달하는 공간을 자랑한다. 조수석 시트까지 접으면 최대 3.2m의 긴 적재물도 실을 수 있어, 캠핑, 레저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유용하다.

다양한 수납공간으로 실용성도 더했다. 1.5리터 생수병도 거뜬히 들어가는 대용량 센터 콘솔과 글로브박스, 전후석 컵홀더를 포함해 약 38리터의 추가 수납공간이 마련돼 편리하다. 뒷좌석에는 수면 접이식 테이블과 사이드 윈도우 블라인드까지 갖춰 장거리 이동 시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특히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연결성과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모두 지원해 운전자와 동승자가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단순히 공간만 넓은 SUV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 밀착된 편의 사양까지 꼼꼼히 챙겼다.

시승차는 1.2 퓨어테크 모델이다. 이 모델은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과 EAT(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131마력(55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12.1 km/ℓ(도심: 10.8km/ℓ, 고속: 14.2km/ℓ)다.

우선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느낌은 가볍고 경쾌했다. 터보 엔진 특유의 응답성은 저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고, 175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는 일상 주행에서의 여유를 충분히 확보해 준다. 도심 주행에서는 특히나 EAT 8단 자동변속기의 정교한 세팅이 돋보였는데, 저속 구간에서 충격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감각은 꽤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EAT 8단 자동 변속기에 적용된 '퀵 앤 컴포트 시프트' 기술 덕분일까. 급가속 시에도 변속 타이밍이 정확하고 반응이 즉각적이다. 변속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운전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딱 맞춰 동작한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가속도 스트레스 없이 이뤄졌고,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정속 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이나 노면 소음은 잘 억제돼 있었고, 서스펜션 세팅 역시 과하지 않은 탄탄함으로 노면의 정보를 부드럽게 걸러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강화돼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스톱앤고 기능을 활성화하면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정차와 재출발을 매끄럽게 이어갔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도 스티어링 휠을 적절하게 조작하며 차선을 정확히 따라가, 운전자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이는 장거리 주행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전체적으로 1.2 퓨어테크 모델은 작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고속 주행을 아우르는 넉넉한 성능과 정제된 주행 질감을 제공하며, EAT 8단 자동변속기의 기여도는 그 이상이다. 

5008 SUV의 판매 가격은 알뤼르 4600만원, GT 49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