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완성차 업계, 판매 보다 반도체 수급이 먼저

    입력 : 2021.07.15 08:00

    올해도 완성차 업계에서 신차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출고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화와 내재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고 적체가 심각해 단기간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 보다 비교적 재고에 여유가 있다.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부품 공급망 붕괴를 경험해 재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투싼 / 현대차 제공

    반면 7월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생산과 출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고 지연이 가장 심각한 차종인 투싼의 생산 대기 물량이 3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쏘나타와 그랜저를 만드는 아산공장 휴업에다 노조 파업 움직임까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일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가 영업 일선과 공유한 7월 생산·출고 자료에 따르면 이달 투싼, 아이오닉5, 쏘렌토 하이브리드, K8 하이브리드 등 인기 차종의 신규 계약 후 출고 기간은 6개월에 달한다.

    지난달 현대차는 투싼 4205대(하이브리드 867대 포함)를 출고했으나 여전히 남은 생산 요청 물량이 3만2000여대(3만1968대)에 육박한다. 이달 투싼의 실제 생산 계획 대수는 계약량의 10분 1 수준인 3200여대(3150대)에 불과하다. 투싼 하이브리드는 올해 1월 중순 요청분이 이달에야 생산에 돌입할 정도로 출고 적체가 심각하다.

    기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가장 수요가 높은 신차 K8 하이브리드는 출고 대기 기간이 지난달 5개월에서 이달 6개월 이상으로 늘었다. 생산 요청 물량은 1만6455대지만 이달 생산 계획은 2800대에 그친다. 투싼처럼 사실상 올해 출고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쏘렌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역시 출고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계약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외에도 공장 휴업은 물론 파업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지난 13일부터 8월 11일까지 약 한 달간 공장 문을 잠시 닫고 설비공사에 돌입한다. 내년부터 아산공장에서 생산할 전기차 아이오닉6 생산라인 개조를 위해서다. 이번 공사로 아산공장에서 만드는 쏘나타와 그랜저는 지난달 1개월에서 이달 2개월로 출고 대기가 길어졌다.

    파업 가능성도 돌발 변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간 교섭에서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지만, 올해는 갈등 골이 깊어지면서 노조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출고 적체가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는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이어진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노사가 성실히 교섭에 임해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 삼성전자 제공

    단순한 기능과 낮은 수익성으로 IT용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온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불거진 유례없는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귀한 몸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완성차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와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의 생산 능력 한계가 맞물린 결과물이다.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반도체 발주를 축소했고 이에 파운드리 기업들은 IT용 반도체 수주를 확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도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확보해 놓은 반도체 재고가 계획보다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확보가 시급해졌는데 파운드리는 이미 수주해 놓은 IT용 물량을 소화해야만 했다.

    단기간 내 생산 라인을 확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국 추가 발주를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규모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게 된 것이다. 당초 주문에서 공급까지의 기간이 대략 3~4개월이 소요됐던 것에서 현재는 최대 10개월까지 늘어난 상태다.

    완성차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 중순 해소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현상이 언제 사라질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동화 가속화도 문제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서 반도체의 쓰임새가 더욱 부각된 이유다. 반도체는 내연기관차 200개 정도, 전기차 400~500개 정도, 자율주행차 1000~2000개 정도가 필요하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등 신차 출시와 판매에 주력할께 아니라 반도체 업계와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국가적으로는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적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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