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미세먼지 특별법’..정부·지자체 실행 의지 ‘의구심’

    입력 : 2019.02.13 09:47 | 수정 : 2019.02.13 09:47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미세먼지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을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와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실행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는 이유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작년 7월 국회를 퉁과해 8월14일 공포 됐으며 준비 기간을 거쳐 이달 15일부터 시행된다.

    미세먼지 특별법의 골자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시 차량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에 따라 지자체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자동차 운행 제한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시간 조정, 학교 휴업 권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법안의 구체적인 시행안, 즉 대상 차량과 제한방법(등급제, 2부제, 5부제 등)을 지자체의 시도조례로 정하도록 한 점이다. 시도 조례가 제정 되지 않으면 ‘미세먼지 특별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달 15일 시행을 앞두고 조례가 제정 된 지자체는 전국에서 서울시 하나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난 1월3일 조례를 제정해 오는 15일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 마저도 총중량 2.5톤 미만 및 대기관리권역외 차량은 오는 5월31일까지 유예한다고 되어 있다.

    가장 많은 인구와 차량이 몰려 있는 수도권부터 조례 제정에 소극적이다. 인천시는 2월 중에 공포해 4월 중 시행 예정이고, 경기도는 3월 중 제정 공포 후 6월 중 시행 예정이다. 수도권 외 지자체는 올 상반기 중 조례안을 마련할 계획이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상태다.

    수도권의 경우 인천과 경기의 조례가 제정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올 상반기 중 특별법 시행이 어렵게 됐다. 당장 봄철 황사를 타고 미세먼지가 몰려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차량 통행 제한 조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례가 정상적으로 제정 됐을 경우, 미세먼지 특별법의 제한조치를 받을 수 있는 차량은 수도권에만 97만3000여 대가 몰려 있다. 이 중 서울이 28만대로 약 28%, 인천 경기 지역에 등록 된 차량이 69만3000여대로 72%를 차지한다.

    인천 경기가 빠진 서울시만의 조치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 특별법의 제한조치는 노후 차량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을 38%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특별법의 제한을 받는 차량은 환경부 고시 기준 배출가스 5등급에 분류 된 차량들이다. 휘발유와 LPG 차량은 1987년 이전 기준 적용 차량이고, 경유차는 2002년 7월1일 이전 기준 차량들이다.

    경유차만해도 20년이 다 돼가는 차들로 도로에서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전혀 마련 되지 않은 차들이다. 이런 차들이 전국적으로는 약 260만여대가 여전히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지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노후 자동차 운행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을 통해 2007년 대비 2010년에 PM 배출량 58%, NOx 배출량 20% 저감 하는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그 성과를 얻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에서는 지난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멈춰버린 미세먼지 특별법 초청토론회’를 열고 현황을 긴급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회장, 강광규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처장, 정용일 자동차환경네트워크 대표 등 자동차와 환경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에 소극적인 현상을 두고 “미세먼지 특별법을 멈춰버리게 만드는 심각한 행정 공백”이라고 성토했다.

    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재난 수준의 재앙으로 규정짓고 환경부 장관은 직을 걸고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며 만들어낸 특별법이 조례가 없어 시행을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회장은 “국민 생활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는 북핵도 아니고, 원자력 폐기물도 아닌 미세먼지라는 국민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정작 행정기관의 대응은 미흡하고 방향을 잃고 있다. 미세먼지의 발생 요인이 국외 유입이다, 국내 산업시설에서 배출 된다, 디젤 자동차가 가장 큰 문제다 아니다를 놓고 따질 때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이와 함께 “사공이 많이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가 정작 물이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맞을까 두렵다. 오늘도 당장 숱한 시설들이 미세먼지를 뿜어내고 있지만 논란만 있고 액션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염려했다.

    강광규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나노입자의 미세먼지는 폐 뿐만아니라 뇌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까지 일으킨다는 해외 사례 연구를 접한 바 있다. 고동도 미세먼지 발생시 노후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또 “운행을 상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연간 10회 내외로 발생되는 고농도시에만 일시적으로 운행제한을 하겠다는 거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 되다가 하루 날이 청명하면 또 다 잊어버린다. 특히 다른 지자체의 본보기가 되는 수도권은 의지를 갖고 대책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처장은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도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새 대책을 내놓으면 뭐하나?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있는 법 집행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일 의지가 있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행정당국의 책임있는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정용일 자동차환경네트워크 대표는 한 술 더떠 노후 차량의 운행제한은 일시적으로 할 게 아니라 상시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후처리장치 부착으로 유해 배출가스를 줄일 수는 있으나 정작 저감장치가 고장 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염농도 측정 시설도 문제가 있다. 측정 시설은 대기측정망과 도로측정망이 있는데,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는 수치는 모두 대기측정망이다. 도로측정망에서 나온 수치는 몇 배 더 심하며, 자동차 바로 옆에서 측정하면 이 보다 또 더 몇 배 높게 나온다.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차량의 운행 제한은 고농도시에만 할 게 아니다. 일년 내내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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