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칼럼] 각진 카리스마..37년전 코란도를 다시 만날 수는 없을까?

  •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입력 : 2018.09.13 10:44 | 수정 : 2018.09.13 10:44

    이제는 SUV의 전성시대이며, 대부분의 SUV들이 이른바 크로스오버에 도시형 차량들이지만, 여전히 본래의 하드코어적인 모습을 지키는 차들 또한 여전히 굳건하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하드코어 4륜구동차량에서 ‘코란도(Korando)’ 라는 이름은 한국인들에게는 남다른 의미일 지도 모른다.

    ‘코란도’는 우리나라의 국산 4륜구동 차량의 이름으로 1981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니, 이제 37년 이상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코란도의 뿌리는 1974년에 설립된 신진지프주식회사가 생산한 ‘신진지프’까지 그 유래가 거슬러 올라간다. 신진지프주식회사가 설립되기 이전에 1957년에 세워진 신진자동차는 일본 토요타에서 도입한 승용차 모델 코로나(Corona)를 조립 생산하고 있었다.

    이후 기동성 있는 차량을 만들기 위해 미국의 ‘AMC(America Motor Company;현재 Jeep 브랜드의 前身)’와 합작투자 협정을 맺어 1974년에 ‘신진지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AMC의 민간용 지프(Civilian Jeep)의 부품을 들여와서 지프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때 생산된 ‘신진지프’는 기본적으로 AMC의 ‘CJ-5’와 동일한 모델이었고, 정식 상표권까지 들어온 모델이어서 앞 펜더 옆면에는 ‘Jeep’ 이라는 로고도 새겨져 있었다.

    미국의 AMC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 ‘카이저(Kaiser)’에서 비롯되는데, 카이저는 1953년에 ‘윌리스-오버랜드(Willys-Overland)’를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을 ‘윌리스 모터즈(Willys Motors Inc.)’로 바꾼 것이었고, 1960년대에 와서는 오직 지프만 생산한다.

    그런데 이 때를 전후해서 미군의 군용 지프는 윌리스 지프에서 포드에 의해 새로 개발된 일명 ‘무트(MUTT)’ 라고 불리던 M151 모델로 대체된다. 이후 1970년대에 윌리스가 ‘아메리칸 모터즈(American Motors Corporation)’에 합병되면서 윌리스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메리칸 모터즈는 민간용 차량을 만드는 ‘AMC’와 군용 차량을 만드는 ‘AM제너럴(AM General)’의 두 회사로 나뉘어 있었는데, AMC는 민간용 차량 CJ 모델을 ‘Jeep’이라는 이름으로, 군용 차량 M151은 AM제너럴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AM제너럴은 1980년대 미군이 썼던 군용 차량 허머(Hummer)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AM제너럴은 허머 개발 이후 한때 GM에 합병되었다가 지금은 중국 자동차 메이커에 합병됐다.

    AMC와 합작으로 설립된 신진지프는 1978년에 1천 대의 지프를 아프리카의 리비아에 수출하게 되는데, 공산국가와 거래하는 나라에게 기술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던 AMC는 이 일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하였고, ‘지프(Jeep)’라는 이름도 쓸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신진지프’는 1979년 3월에 ‘신진자동차’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 메이커로 전환하면서 ‘지프’ 대신 ‘수퍼스타’라는 이름으로 지프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리고 1981년에 신진자동차는 ‘(주)거화(巨和)’ 로 이름을 다시 바꾸면서 ‘코란도(KORANDO)’ 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다.

    코란도의 모태였던 ‘수퍼스타’의 차체 디자인은 이전의 신진지프, 즉 CJ-5모델과 거의 동일하지만, CJ-5의 뒷바퀴 휠 아치가 둥근 형태였던 것에 비해, ‘수퍼스타’는 앞뒤 휠 아치 모두가 사다리꼴이다.

    그런데 사다리꼴의 앞 휠 아치는 지프가 비포장도로에서 서스펜션이 크게 눌린 상태에서 앞 바퀴를 꺾더라도 바퀴와 차체가 서로 닿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4륜구동 차량에는 매우 기능적인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뒤 휠 아치까지 모두 사다리꼴로 바꾼 ‘수퍼스타’의 디자인은 통일성이 더 높았고, 그대로 코란도의 디자인 특징이 된다.

    반면에 AMC의 지프는 70년대 후반에 나온 모델에서도 계속 뒷바퀴에 원형 휠 아치를 쓰다가 1987년에 등장한 YJ 모델부터 사다리꼴 휠 아치를 쓰기 시작한다. ‘수퍼스타’가 놀라운 선견지명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거화의 ‘코란도’라는 이름은 한국인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Korean Can Do’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 ‘Korean Land-Over’를 변형시킨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Korean Can Do가 유력한 근거로 여겨지고 있다. 즉, AMC의 기술지원 없이도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거화자동차는 1984년에 동아자동차와 합병되었고, 동아자동차는 다시 1988년에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로 바뀐다. 물론 현재의 쌍용자동차는 다시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는 인도의 마힌드라(Mahindra) 그룹에 속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도의 마힌드라 역시 CJ계열의 차량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쌍용자동차는 코란도를 꾸준히 개량시켜나가면서 후속 차량을 개발하게 되는데, 각진 형태였던 코란도를 매끄럽게 다듬은 디자인의 차량을 개발하는데, 그것이 바로 1996년에 등장한 뉴 코란도 이다.

    뉴 코란도는 코란도가 가진 정통 지프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해서, 본래의 4륜구동 차량의 이미지와 도시형 승용차의 특징을 양립시킨 독특한 디자인의 차량이었다.

    특히 원형 헤드램프와 거의 직각에 가까운 C 필러로, 정통 4륜구동 차량의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곡면으로 이루어진 차체 형태로 인해 여전히 상자형 스타일을 가진 미국의 CJ계열 차량의 하드코어적인 인상을 가지면서도 그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차체 디자인이다.

    뉴 코란도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2010년에 15년만에 단종될 때까지 젊음과 자유의 상징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사랑 받기도 했었다.

    이제 SUV의 전성시대라고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SUV들이 나긋나긋하고 미끈한 크로스오버 일색이다. 과연 본래의 건강미를 가진 진정한 ‘코리언 캔 두’는 이제 정말 만나볼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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