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의 역풍… 우버기사도 택시기사도 눈물

    입력 : 2018.05.18 01:54

    [저임금·장시간 노동 시달려… 자유롭고 유연한 '공유경제' 환상 깨져]

    주 60시간 일해도 연봉 2500만원… 건강보험 등 복지혜택도 못 받아
    전통 택시기사도 수입 크게 줄어
    "부스러기를 나누는 공유경제, 시대적 사명에 역행" 비판 커져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근교에 사는 조니 폴라드(60)씨는 새벽 4시면 차를 끌고 집을 나선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1년 전부터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 기사로 일한다. 새벽에 떨어지는 우버 콜은 경쟁 우버 기사들이 없어 낚아채기 쉽다.

    그는 평일 오후 5시쯤 퇴근한다. 하루 11시간 일하는 셈이다. 가끔은 토요일에도 영업한다. 주당 60시간 정도 일해서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6000달러(약 640만원) 안팎. 시급으로 치면 25달러 정도다. 하지만 수입 중 4분의 1이 기름값으로 나간다. 여기에다 자동차 할부금과 자동차보험료, 건강보험료 등을 제하면 순수하게 손에 쥐는 돈은 절반인 3000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우버는 '공유(共有) 경제'의 상징 같은 회사다. 차고(車庫)나 주차장에서 개인의 차량이 놀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이므로, 놀고 있는 차를 나눠 쓰자는 것이 우버식(式) 공유 경제 개념이다. 공유 경제 참여자는 '전업(專業)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비전이 제시됐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자동차나 빈방 등)을 자신이 원할 때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사무실도 직장 상사도 없고,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었다. 그러나 '소사업가(micro-entrepreneurs)'를 만들어 낼 것이라던 공유 경제가 '저소득자(micro-earners)'를 양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비판했다. 조니 폴라드처럼 우버 운전자는 전업 노동에서 해방되기는커녕, 기존의 뉴욕 택시 운전자보다 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손에 쥐는 돈은 더 쥐꼬리인 저임금 노동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뉴욕시 택시 기사들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뉴욕시청 앞에서 우버 등 차량 공유 업체의 영업을 규제하고 일반 택시 운전사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버 등에 손님을 빼앗겨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뉴욕시에서는 택시 기사 4명이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다.
    미국 뉴욕시 택시 기사들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뉴욕시청 앞에서 우버 등 차량 공유 업체의 영업을 규제하고 일반 택시 운전사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버 등에 손님을 빼앗겨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뉴욕시에서는 택시 기사 4명이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다. /게티이미지

    실제로 매사추세츠공대 조사에 따르면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의 수입은 시간당 평균 8.55달러였다. 뉴욕시 최저 시급 13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뼈 빠지게 일해도 평균 연봉 2500만원이라는 계산이다. 저임금 장시간 근로만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라면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실직보험 등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도 없다. 지난 11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우버 기사를 '독립사업자'라고 판결하며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5년 시애틀 시의회가 우버 기사들도 노조를 결성해 임금 협상과 병가(病暇) 사용 보장 등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로자'라고 인정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 소송은 우버 기사뿐 아니라 '공유 경제' 전업 근로자의 권리 전반을 규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 결국 업체가 이겼다.

    공유 경제에 투신한 사람에게도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아예 공유 경제에 척을 진 사람들에겐 지옥이 따로 없다. 요즘 뉴욕시청 앞에는 우버·리프트·비아 등을 규제해 달라는 전통택시(옐로캡) 기사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 손님을 빼앗겨 수입이 격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옐로캡 숫자는 1만3587대로 제한돼 있지만 우버·리프트·비아 등 차량 공유 서비스에 가입한 차량은 이미 10만 대가 넘었다. 공유 서비스 차량이 손님을 태운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택시를 넘어섰다. 이들이 싼값으로 손님을 쓸어가면서 택시 기사들의 '재산 목록 1호'인 택시면허 가격은 2013년 105만달러(약 11억3000만원)에서 최근 17만5000달러(약 1억 9000만원)까지 폭락했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뉴욕시에서만 4명의 택시 기사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했다. 루마니아에서 이민 와 30년 동안 택시를 몰아온 니카노어 오치소(64)도 지난 3월 차고에서 목을 맸다. 택시 기사 시위에 참가한 오치소의 아들은 NYT에 "아버지는 정치인들과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공유 경제) 거대 기업들에 분노했다"고 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한 칼럼에서 "지금의 과제는 노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노동의 대가로 나오는 소득과 부를 제대로 분배하는 일"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부스러기를 나눠 갖는 (공유) 경제 체제는 시대적 사명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했다.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상품을 소유자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경제 형태. 차고에 있던 자동차, 비어 있는 방 등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우버, 숙박 연결 업체 에어비앤비가 공유 경제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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